루머
2630호 | 2015년 6월 11일 발행
루머, 다시 창궐하는 집단 지성의 그림자
이혜규가 쓴 <<루머>>
루머, 다시 창궐하는 집단 지성의 그림자
미국 소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 세월호 침몰은 잠수함이 원인이다.
동물원 호랑이가 시내에 돌아다닌다.
다 거짓말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인터넷이 루머를 가속하기 때문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굶어 죽어 가는 백성들에게 했던 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은 민중과 프랑스 혁명군이 고의로 만들어 퍼뜨린 루머였다고 한다.
‘역사 속의 루머’, <<루머>>, 2쪽.
루머의 효과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했다. 이때 프랑스에는 수많은 루머가 떠돌았다. 혁명을 촉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혁명 세력이 루머를 이용한 것인가?
가능한 가설이다. 프랑스혁명에서 그랬듯이 루머는 종종 폭동이나 전쟁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루머는 전쟁에서 어떻게 이용되었나?
2차 세계대전에서 특히 기승을 부렸다. 전쟁 당사국들이 여론을 조작하는 수단으로 루머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루머의 번식 조건은?
상황의 불확실성과 정보의 중요성이다. 상황이 불확실할수록, 담고 있는 정보가 중요할수록 루머의 영향력은 강해진다.
불확실한 상황이란?
최근 문제되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을 보자. 경험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사건의 배경이나 해결책, 앞으로의 결과를 확실하게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면 사회 구성원들은 불안해진다.
무엇이 루머를 만드는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추측성 정보가 바로 루머다. 기존 경험이나 공식 정보로 상황을 해석할 수 없게 되면 사람들은 나름대로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한다.
왜 이런 일을 하는가?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서다. 이런 집단 협력이 루머를 낳는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잠수함 충돌설 같은 루머가 떠돈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식 정보를 제공하면 루머를 막을 수 있나?
상황의 불확실성이나 사람들의 불안을 줄일 수는 있다.
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뜻인가?
정보의 양보다 정보와 정보 제공자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하다. 루머의 만연은 사회 신뢰의 붕괴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루머의 확산 통로는 무엇인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다. 에스엔에스에서는 전혀 믿을 수 없는 루머조차도 쉽게 공유되고 확산된다. 재미로 루머를 공유하는 사람도 있다. 공유 과정에서 거짓 루머가 진실로 둔갑되기도 한다.
통제 방법은 없나?
루머 통제는 쉽지 않다. 반박이 통제법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루머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다양한 통제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에스엔에스는 통제에 도움이 안 되나?
양면성이 있다. 루머를 빨리, 넓게 확산하는 한편 진실 여부를 밝히기도 한다. 집단 지성을 통해서다. 진실이 밝혀지면 루머는 불식되기 마련이다.
그런 예가 있나?
2011년 여름 영국에서 폭동이 발생했을 때, 각종 루머가 돌았다. 폭도가 동물원을 습격해 호랑이가 풀려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 루머는 호랑이 사진까지 첨부되어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러나 런던 동물원의 호랑이가 아니라 2008년에 찍힌 이탈리아 호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거짓 루머는 사라졌다.
당신이 새삼 루머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잠잠하던 루머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보급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루머의 양도 많아지고 확산의 속도도 빨라졌다. 영향력도 막강해졌다.
이 책 <<루머>>는 무엇을 다루나?
루머의 정체, 이를 만들고 믿고 소비하는 동기와 이유, 통제 방안을 소개한다. 피할 수 없는 루머의 정체를 파악하고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혜규다.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