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과 여성
모바일 미디어 시대에 가사 노동과 일을 동시에 책임지는 일하는 여성은 과거보다 더 시간 부족을 느낄 수 있다. 모바일 미디어는 이러한 시간 부족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여성의 노동 강도와 밀도를 높이고 “오염된 시간”을 확대하는 데 일조한다.
‘일상의 테크노모빌리티와 젠더의 동학’, ≪모바일과 여성≫, 53쪽.
오염된 시간이란 뭔가?
여자들의 복잡한 머릿속을 가리키는 용어다.
머릿속이 왜 복잡한 것인가?
아이들, 가족들, 집안일, 회사일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시간이 오염됐다는 건 무슨 뜻인가?
직장에서는 집안일을 걱정하고 가정에서는 업무를 계속한다.
왜 그러는가?
역할 과부하와 업무 밀도가 원인이다.
일이 얼마나 많은 것인가?
가사 분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가정관리 시간이 남성보다 몇 배 더 많다.
예전에도 가사와 양육을 여성의 역할로 보지 않았나?
과거에는 집에서 나오면 가사를 멈추고 사무실을 벗어나면 일이 끝났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일이 끝나지 않는 이유가 뭔가?
일과 가정, 노동과 생활, 공과 사를 구분 짓는 시간적, 지리적 장벽이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무엇이 장벽을 없앴나?
인터넷과 모바일 미디어의 발달이 일조했다.
모바일이 여성의 시간을 더럽히고 있다는 말인가?
시장 노동과 가사·돌봄 노동의 공간과 시간을 ‘오염시키는’ 혹은 ‘혼종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혼종의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일터가 아닌 곳에서도 근무 시간이 아닌 때에도 일과 연결된다. 직장 상사, 동료, 가족 모두 언제든 연락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휴대전화를 꺼 버리면 그만 아닌가?
일하는 여성에겐 쉽지 않다. 휴대전화를 잠시 꺼놓는 것조차 직장과 가정 의무를 소홀히 하는 직무 유기이자 태만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집안일을 조정할 수는 없나?
모바일의 다양한 기능이 오히려 책임자 엄마, 혹은 관리자 엄마로서 여성의 역할을 강화한다.
관리자 엄마의 역할이 뭔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디지털 돌봄 노동이 엄마가 해야 할 일에 새롭게 포함되었다.
디지털 돌봄 노동이란?
스마트폰으로 아이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요즘 엄마들은 어린이집이나 학교의 공지 사항을 스마트 알림장으로 확인해야 한다.
모바일 환경이 또 다른 노동을 불러온 이유가 뭔가?
모바일 미디어를 이용하는 사회적 설정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사회문화 규범과 기대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 미디어 이용은 그만큼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모바일은 그저 도구 아니었나?
우리가 특정 목적을 위해 모바일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의 경험은 미디어의 형식적 특성에 의해 양식화된다.
이 글에서 당신이 이야기하는 것은 뭔가?
모바일 미디어 환경의 경험 양식을 테크노모빌리티라고 정의하고, 테크노모빌리티가 일상의 젠더 수행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논의한다.
테크노모빌리티란?
모바일 미디어 특유의 소통적 이동과 가상적 이동이 가져온 경험 양식이다.
이 책, ≪모바일과 여성≫은 무엇을 다루는가?
모바일로 인해 여성의 삶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연구한다. 모바일 미디어 생태계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성찰하고, 여성의 디지털 격차, 글쓰기와 말하기, 모바일 성범죄 같은 현실 이슈도 조명한다. 11명의 여성학자가 함께 썼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동후다.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다.
2800호 | 2015년 11월 19일 발행
한국 여자가 항상 바쁜 이유
정회경·박주연·이동후·김아미·최선영·설진아·김숙·이종임·정수영·한희정·전해정이 쓴 ≪모바일과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