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뼈
안개 속에서 붉은 모자에 초록 옷을 입은 병사 10여 명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물가에 여러 겹 층층이 발자국을 남긴 채 무쇠로 만든 것만 같은 굳은 얼굴에는 살기를 띤 채 어깨엔 총을 메고 있었다. 몇몇 병사들은 두 명씩 한 조로 사냥물의 다리를 거꾸로 끌고 있었고, 총 다섯 구의 선혈이 낭자한 시체를 끌고 나왔다.
<물고기 뼈>, ≪물고기 뼈≫, 황진수 외 지음, 고운선·고혜림 옮김, 13쪽
무슨 장면인가?
주인공이 어린 시절 본 모습이다. 죽은 큰형을 생각하다가 떠올랐다.
주인공은 누구인가?
말레이시아에 사는 중국계 후손이다.
어쩌다 그 모습을 보았나?
큰형이 밤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잠을 물리치고 어딘가로 나갔다. 따라 나섰다가 마주쳤다.
병사는 누구이고 시체는 누구인가?
병사는 공산당을 색출하고 검거하는 말레이시아군이다. 시체는 그 지역에서 활동하던 공산당이다.
큰형이 거기에 있었나?
사건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가?
실종자로 등록되었다. 가족들은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 일이 주인공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새마을’이라 불리는 곳에 강제 이주된다. 마을을 드나들 땐 항상 검문을 받는다. 수시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다.
큰형은 언제 발견되나?
실종된 지 40년이 지난 1992년이다. 유골로 발견되었다. 실종된 그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다.
말레이시아에 무슨 일이 있었나?
1930년 말라야공산당이 창설되어 항일투쟁을 벌였다. 2차 세계대전 종식 후 영국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공산당 일부가 반영 게릴라 부대를 꾸렸다. 정부는 이들을 무장테러단체로 규정하고 탄압했다. 그들 중에 화인(華人)이 많았다.
화인이란 누구인가?
타국에 사는 중국계 사람들이다.
화교라고 부르는 사람들인가?
화교는 주로 이주와 이민을 떠난 1세대를 가리킨다. 화인은 중국 대륙 바깥에 거주하는 중국계 사람을 모두 아우른다. 세대나 국적 구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말이다.
말라야공산당에 화인이 많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1942년 일본이 말레이시아를 점령했다. 모국이 일본과 전면전을 치르고 있어서 반일 감정이 강했던 중국인들이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반일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말라야공산당은 그들을 자극해 당원을 더 많이 확보했고, 말라야인민항일군까지 결성해 투쟁을 지속했다.
말레이시아 화인 소설선 ≪물고기 뼈≫에는 몇 작품을 실었나?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단편소설 여덟 편이다. 타이완국립제남대학의 황진수 교수와 타이완국립중산대학의 장진중 교수가 함께 골랐다.
어떤 내용을 다룬 작품들인가?
<나는 한 그루 빈랑나무>는 공산 게릴라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단 한 번의 선택으로 40여 년 세월을 밀림에서 살게 된 사람들이다. <망향>은 일본 제국주의 시절 ‘군위안부’였던 이들의 이야기다. <다시 꺼내지 말자>는 죽기 전에 이슬람교로 개종한 화인과 유족들이 장례식장에서 겪는 일을 다룬다.
당신은 누구인가?
고혜림이다. 고운선과 함께 이 책을 옮겼다. 부산대학교 현대중국문화연구실 소속 연구원이다.
2823호 | 2015년 12월 16일 발행
말레이시아의 어린 기억
고운선·고혜림이 옮긴 말레이시아 화인 소설선 ≪물고기 뼈(魚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