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2419호 | 2015년 1월 26일 발행
악에 대한 대중의 행동
조주관이 옮긴 데니스 폰비진(Денис И. Фонвизин)의 ≪미성년(Недоросль)≫
악덕의 결과
계략은 실패한다.
재산은 몰수된다.
희망은 사라진다.
아끼던 아들에게도 버림받는다.
모두가 악덕의 정당한 결과다.
대중은 열광했다.
권선징악을 외쳤다.
악은 사라졌는가?
프로스타코바 여사: (소피야에게) 얘야, 뭐가 그리 즐거우니, 무슨 기쁜 일이라도 있니?
소피야: 지금 기쁜 소식을 받았어요. 제가 아버지처럼 사랑하는 외삼촌이 한 분 계신데 오랫동안 아무 소식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에 모스크바에 도착하셨대요. 이건 지금 받은 외삼촌 편지예요.
프로스타코바 여사: (놀라서 심술궂게) 뭐! 네 외삼촌 스타로둠이 살아 있다고! 그래, 그 사람이 부활이라도 했다는 거냐! 그럴듯한 상상이구나!
소피야: 그럼요, 외삼촌은 절대로 돌아가시지 않았어요.
≪미성년≫, 데니스 폰비진 지음, 조주관 옮김, 20∼21쪽
외삼촌은 살아 있는가?
오랫동안 소식이 끊겨 죽은 줄 알았던 그가 편지로 생사를 알려왔다. 고아인 줄 알고 소피야를 함부로 대해 왔던 프로스타코바 여사는 진짜 보호자의 등장이 반갑지 않다.
대화하는 둘은 어떤 관계인가?
먼 친척 간이다. 소피야의 부모가 죽고 그녀의 외삼촌마저 소식이 끊기자 프로스타코바 여사가 소피야를 데려다 키웠다.
은인이 아닌가?
재산을 가로챘다. 성인이 된 소피야를 본인도 모르게 남동생과 결혼시키려 한다.
외삼촌은 누구인가?
스타로둠이다. 사업 때문에 바쁘게 지냈다. 자수성가해 1만 루블을 벌었다. 모스크바에서 조카 소식을 듣고 편지를 보냈다.
재산을 가로챈 은인의 대응은 뭔가?
스타로둠의 재산이 소피야에게 상속될 것을 알아챈다. 그를 집으로 초대하고 계획을 바꿔 직접 그와 사돈이 되려 한다.
어떻게?
아들 미트로판과 소피야를 결혼시키려고 한다. 스타로둠에게서 막대한 지참금을 받아 낼 생각이다.
미트로판은 누구인가?
이름 자체가 ‘마마보이’라는 뜻이다. 부모의 과잉보호 때문에 성격이 삐뚤어진 미성년이다.
어리다는 뜻인가?
당시 러시아에서는 귀족 계층 자제 가운데 15세 이하를 미성년이라 불렀다. 표트르 대제 통치 시기에는 국가 봉직을 위한 준비기를 의미했다.
그래서 사돈이 되는가?
소피야는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 스타로둠 역시 절친한 친구의 아들을 조카사위로 점찍어 놓은 상태다.
누구와 결혼하는가?
소피야의 사랑과 스타로둠이 마음에 둔 남자가 동일인으로 밝혀진다. 바로 밀론이다.
프로스타코바 여사의 반격은?
유모를 시켜 소피야를 납치할 계략을 세운다. 강제로 아들과 결혼시키기 위해서다. 밀론의 저지로 계략은 실패한다.
악덕의 결과는?
소피야와 스타로둠은 이 일을 용서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녀를 예의주시하던 관리에 의해 또 다른 악덕이 밝혀진다. 그동안 농노를 무자비하게 대해 온 벌로 영지와 재산을 몰수당한다. 모든 것을 잃고 낙담한 그녀는 애지중지하던 아들에게도 버림받는다.
폰비진의 권선징악?
그렇다. “이것이 바로 악덕의 정당한 결과로다!” 아들에게도 버림받은 프로스타코바 부인을 두고 스타로둠이 한 말이다.
당시 공연의 반응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극장들이 연일 만원사례에 바빴다. 스타로둠의 장광설은 관객들이 외워 따라 할 정도로 인기 있었다.
뜨거운 반응의 이유는?
18세기 문학 비평가 브라운에 따르면 당시 관객들은 스타로둠의 미덕 강론에 열광했다. 관객의 기호가 도덕적 설교에 상당히 호의적이었기 때문이다. 폰비진 역시 연극 성공이 전적으로 스타로둠이라는 인물에 의존했다고 확신했다.
중요한 작품인가?
<여단장>과 함께 폰비진의 대표작이다. 고전주의라는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러시아 국민극의 효시다. 이후 러시아 사회 희극의 전형이 되었다.
폰비진은 누구인가?
18세기 러시아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희곡 작가다. 사실주의 기법을 동원해 당시 귀족 계층의 허세와 비도덕성을 폭로한 풍자극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792년에 47세로 사망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주관이다.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