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불어 천줄읽기
2541호 | 2015년 4월 15일 발행
공자가 말하지 않은 것, ≪자불어(子不語) 천줄읽기≫
박정숙이 옮긴 원매(袁枚)의 ≪자불어(子不語) 천줄읽기≫
공자 대신 원매가 말한 것
괴상한 것, 힘쓰는 것, 어지러운 것 그리고 귀신에 대해 공자는 말하지 않았다.
원매가 이런 이야기를 널리 모아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말보다 삶이 더 풍부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심씨가 잠자리에 들었다. 꿈에 귀역이 나타나더니 자신을 성황묘에 가두었다. 그곳에는 성황신이 높은 자리에 앉아 이렇게 꾸짖었다. “이 살인마, 가증스러운 것!” 곧 좌우에 형벌을 명했다. 심씨는 급히 자신이 항주의 수재이며 도적이 아니라고 변명했다. 상황신은 대노하며 이렇게 말했다. “음사(陰司)의 판례에 따라, 인간 세상에서 공문이 와 잡아 온 사람은 우리 음사에서 협동해 거둔다. 지금 무강현(武康縣)의 문서가 눈앞에 있어 네가 도적이라고 하거늘 너는 망령되게 억지를 부리려고 하는가?”
≪자불어 천줄읽기≫, 원매 지음, 박정숙 옮김, 51쪽
≪자불어≫는 어떤 책인가?
청나라 사람 원매가 청대 여러 지역에서 전래된 기괴한 이야기를 광범위하게 수록한 책이다. 포송령의 ≪요재지이≫, 기윤의 ≪열미초당필기≫와 더불어 청대의 3대 문인 소설로 손꼽히는데 ≪자불어≫가 훨씬 방대하다.
얼마나 방대한가?
≪자불어(子不語)≫가 24권, ≪속자불어(續子不語)≫가 10권이다. 전체 이야기가 약 700여 편, 원매가 40년 동안 모은 것이다.
이야기를 어떻게 얻었나?
직접 다니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듣기도 했다. 역대의 주요 필기 자료에서도 적지 않은 이야기를 채록했다.
제목이 왜 ‘자불어’인가?
≪논어≫에 ‘공자는 기괴한 것, 힘쓰는 것, 어지러운 것, 귀신과 관련된 것은 말하지 않았다(子不語怪力亂神)’는 말이 있다. 여기서 따온 말이다.
공자가 말하지 않은 것을 원매는 기록했다. 의도가 뭔가?
그는 유가에서 주장하는 문학 효용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심덕잠(沈德潛)이 주장한 도덕적 문학론인 ‘격조설(格調說)’에 반대했고 ‘성령론(性靈論)’을 주장했다.
성령론이 뭔가?
개인의 문학 개성, 즉 ‘성정’을 중시하는 문학론이다. 성정이 발로하면 저절로 글로 표현되고 격률이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여겼다.
원매는 누구인가?
청나라 문인이다. 1716년에 태어나 1797년에 죽었다. 33세에 벼슬을 그만두고 은거해 저술과 후학 배출에 힘썼다. 부녀의 문학 활동을 장려하고 문하에 여성 제자를 거두어 당시 문단에 새로운 기풍을 불러일으켰다.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심씨는 누구인가?
항주 출신 수재 심풍옥(沈豊玉)이다. 무강현(武康縣) 막부에서 일한다.
도적인가?
아니다. 동료가 심옥풍(沈玉豊)이라는 도적 체포 공문을 심풍옥으로 바꿔 썼다. 장난이었다.
심풍옥은 성황신의 오해를 해소하는가?
실패한다. 곤장을 맞고 끌려간다. 압송 길에 관성묘 앞을 지난다. 그곳에서 크게 억울함을 부르짖는다. 그곳은 관제(關帝), 즉 관우 신이 있는 곳이다. 그가 심씨를 불러 자초지종을 묻는다.
관우의 판결은?
이랬다. “네 말투를 보니 실로 수재로구나. 성황신이 어찌 술을 탐닉해 형벌을 망령되이 내리는가? 응당 재판을 열어 치죄해야 할 것이다. 원씨는 오랫동안 막중에 있으면서 인명으로써 장난치니 마땅히 그 목숨을 뺏어야 한다. ××지현의 잘못된 시찰 또한 응당 죄가 있으나 현령이 다른 곳으로 나간 것을 감안해 3개월의 감봉을 내린다. 심 수재는 음장(陰杖)을 받아 오장(五臟)이 이미 상해 다시 살아날 기세가 없으니, 산서(山西) ×× 집안의 아들로 보내어 20세에 진사가 되게 함으로써 금세(今世)의 원망을 보상할 것이다.”
성황신이 술을 탐닉했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사실 그때 성황신은 술에 취한 상태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신은 절대 권위의 존재가 아니다. 전지전능하지 않다. 판결을 잘못 내리기도 하고 부정한 재물을 탐하기도 한다. 이것은 당시 관부(官府)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어찌하여 이승의 관부를 저승의 성황과 연결했는가?
명나라 이후 중국 정부는 지방 통치를 위해 민간 신앙을 통제했다. 성황이 곧 관부라는 논리를 확산한다. 위의 인용문에서 성황신이 인간 세상의 범죄자 체포에 협조하는 것도 다 이런 연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정부가 민간 신앙을 통제할 수 있나?
민간 신앙의 진정한 주인은 민중이다. 민중의 저항 심리가 확산되었고 결국에는 신을 희화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당신이 이 책을 번역한 이유는 뭔가?
중국의 민간 신앙, 지방 풍속, 역사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문헌이기 때문이다. 민간에서 떠돌던 이야기를 통해 당시 각 지역 마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발췌는 어떻게 했나?
고묘(古廟)를 둘러싼 마을 신앙 중심으로 50가지 이야기를 골랐다. 고른 이야기는 원문 그대로 옮겼다.
당신은 누군가?
박정숙이다. 계명대학교 교양교육대학에서 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