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막장 연애 소설
조선의 막장 연애 소설
남자는 유부남이고 여자는 유부녀다. 시아버지 집에서 사랑을 나누고 남편에게 들켜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욕망이 들어선 곳에 삼강오륜의 자리는 없다. 근대로 내몰리던 조선, 격랑의 현실 세태와 인간 군상의 욕망을 담아낸 조선 후기 소설들을 만나보자.
포의교집 1866년 이후에 창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문 소설이다. 유부남과 유부녀의 막장 연애 스토리다. 규범을 중시하고 권선징악을 추구하는 유교 이념은 이미 없다. 양반님이 옳고 남자가 영웅이 되는 봉건주의 이념도 사라졌다. 전기 소설의 창작 기법을 이어받았으면서도 전기 소설에서 벗어나 있다. 이 소설 한 권에 근대화를 향해 달리는 19세기 조선 사회가 드러난다. 지은이 미상, 하성란 옮김 |
유충렬전 조선 후기 군담소설이다. 문무에 두루 뛰어났지만 가족과 생이별을 겪어야 했던 유충렬이 나라에 침입한 적을 물리친다. 천자가 벼슬과 영토를 내려 충렬을 치하하고 충렬은 가족과 재회한다. 상하 인민이 충렬의 덕을 칭찬하며 태평성세를 보낸다. 영웅소설의 서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지배층의 학정에 시달리던 민중이 주요 향유층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은이 미상, 이상구 옮김 |
서동지전 쥐와 다람쥐 사이에 일어난 ‘양식 다툼’을 ‘송사’로써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부유한 서대쥐를 찾아가 양식을 얻었던 다람쥐는 이듬해에 또 찾아가 양식을 구해 보지만 거절당한다. 이에 앙심을 품고 ‘송사’를 일으킨다. 이본에 따라 갈등과 그 해결의 양상은 다르지만,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 분해로 치달았던 사회 변동기의 암울한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지은이 미상, 최진형 옮김 |
소대성전 소대성은 비범한 출생과 시련을 겪고, 구원자를 만나서 시련을 극복하고, 능력을 키우고 신기를 얻어 나라를 구해 명예와 직위를 얻는다. 전형적인 영웅소설의 구성을 따른다. 하지만 여타 영웅소설과 달리 이 작품은 소대성이 행복을 누리는 후일담까지 들려준다. 조선 후기의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소설의 상업화 과정에서 첨병 역할을 했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은이 미상, 신해진 옮김 |
박만득 박금단전 현재까지 이본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본 고전소설이다. 박만득, 박금단 남매가 어려서 부모를 여읜 후 노비들의 모반으로 집을 도망 나와 서로 헤어지지만, 고난을 극복하고 성장해 상봉하는 내용이다. 낭독의 리듬감을 염두에 두고 집필된 문장 덕에,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마치 판소리 사설이나 잡가의 한 대목을 읽는 느낌이 든다. 낭독의 참맛을 알려 주는 고전소설이다. 지은이 미상, 조재현 옮김 |
배비장전 <배비장 타령(裵裨將打令)>에서 비롯한 판소리계 소설 중 하나다. 19세기 조선 시대를 풍자한다. 대대로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해 온 ‘구대정남’이 옷(衣)도 입지 못한(非) 배(裴) 비장으로 망신당한 사연이다. 주인공인 것 같지만 실은 풍자의 대상이 될 뿐이다. 등장인물 이름부터 이야기 전반에 넘치는 풍자와 해학은 타령에서 발전한 ≪배비장전≫의 묘미이기도 하다. 지은이 미상, 김창진 옮김 |
명사십리 개화기 때 간행된 구활자본 고전소설이다. 주인공의 이름으로 제목을 삼은 필사본 ≪장유성전(張遺星傳)≫도 전한다. 작품 전체에 걸쳐 시은(施恩)과 보은(報恩)의 관계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윤리 소설이다. 후반부에 군담이 비중 있게 다루어져서 군담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전소설, 혹은 고전소설의 틀을 갖춘 작품이 당시에도 널리 유행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은이 미상, 박인희 옮김 |
2887호 | 2016년 12월 20일 발행
조선의 막장 연애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