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의 문화적 기원
2600호 | 2015년 5월 22일 발행
프랑스혁명의 문화적 기원을 찾아서
백인호가 옮긴 로제 샤르티에(Roger Chartier)의 ≪프랑스혁명의 문화적 기원(Les Origines Culturelles de la Révolution Française)≫
계몽이 혁명을 만들었을까?
프랑스혁명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루소 볼테르 디드로가 떠오르는가?
샤르티에는 고개를 젓는다.
1789년 즈음에 그들의 책을 읽은 프랑스 사람이 몇이나 되었는가?
성직자와 법조인을 빼면 그 비싼 책을 살 수 있는 자가 누구였는가?
“인쇄매체를 통해 새로운 사상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들의 존재양식을 규정했으며, 문제들을 제기했다. 만약 18세기 말 프랑스인이 혁명을 일으켰다면, 그것은 그들이 책으로 인해 변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계몽철학서들이 일상생활과 격리된 추상적인 담론들을 담고 있었고, 전통을 파괴함으로써 권위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상당한 의문을 품고 검토하려고 하는 가설이다.”
≪프랑스혁명의 문화적 기원≫, 로제 샤르티에 지음, 백인호 옮김, 134~135쪽
1789년의 혁명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혁명의 기원을 탐구하고 가능성의 조건을 검토한다.
샤르티에는 무엇을 본 것인가?
어떤 사상이 이후에 나타날 특정 사건의 원인이 되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연구 자체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것인가?
낡은 질서의 붕괴 원인을 찾을 것이 아니라 그 근본적 붕괴를 받아들이도록 만든 믿음과 감수성의 변화라는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혁명의 기원으로 널리 알려진 계몽사상이다. 볼테르와 루소 같은 계몽철학자들의 책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 혁명을 유발했다는 주장이다.
어떤 책들인가?
볼테르의 ≪철학 서한≫, 루소의 ≪사회계약론≫, 디드로가 책임 편집한 ≪백과전서≫가 대표작이다.
그는 무엇을 의심하는가?
책에 담긴 사상이 혁명을 일으켰다는 확신은 논리의 순서를 뒤집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18세기를 혁명이라는 필연적인 결말로 이끄는 위험한 목적론적 해석이라고 보았다.
계몽사상의 실제 영향력은 어느 정도였나?
외설문학에 비하면 계몽철학서는 아주 제한된 영역에서만 유통되었다. 관심을 널리 끌지도 못했고 사람들의 생각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주장의 근거가 뭔가?
≪백과전서≫는 값이 너무 비싸서 성직자나 법조인 정도가 되야 구입할 수 있었다. 구입자 대다수는 혁명에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이었다. 혁명에 저항했던 사람들이 루소와 그의 저작에 계속 애착을 가지기도 했다.
샤르티에의 결론은 뭔가?
계몽사상이 혁명을 만든 것이 아니라 혁명이 계몽사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혁명을 준비하고 예고한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혁명이 선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혁명의 선택?
그렇다. 어떤 저작이 혁명을 계획하고 예감했는가를 결정한 것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혁명의 선택이었다는 말이다.
혁명과 문화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는가?
샤르티에는 로렌스 스톤이 분석한 영국 혁명의 문화적 전제조건에 착안했다. 프랑스혁명의 문화적 기원을 다섯 가지로 제시했다.
프랑스혁명의 문화적 기원은 어떤 것인가?
1. 시민들이 기독교의 가르침과 제도로부터 이탈했다. 대다수 프랑스인이 종교에서 멀어지며 감정과 정열을 분출했다.
2. 법률 언어와 절차가 널리 쓰이면서 사적인 갈등이 보편적이고 공적인 문제로 바뀌었다.
3. 궁정이 지닌 중요성이 감소하며 지방 도시에서 궁정에 대한 혐오감이 높아졌다. 타락한 궁정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었다.
4. 권력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생겨났다. 사람들은 전통 관행을 포기하며 복종을 거부했고, 경외의 대상이던 권력을 거리를 두고 인식했다. 구질서는 설득력을 잃었다.
5. 교육이 발전하며 학위 소지자가 많아졌다. 이들이 전부 일자리를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업이 없이 소외된 지식인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재능의 공정한 보상 원칙에 어긋나는 특권 신분을 붕괴시키기를 바랐다. 국가에 대한 비판적 이데올로기가 대두했다.
반론은 없는가?
혁명의 기원을 전적으로 문화적인 것으로 가정했다는 점에서 관념적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반면 문화 관행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사회학적인 접근 방법을 취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이 책, ≪프랑스혁명의 문화적 기원≫은 무엇을 말하는가?
혁명에 관해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는 가설이나 원칙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혁명을 촉발한 특정 상황들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드러냈다.
로제 샤르티에는 누구인가?
프랑스의 역사학자다. 아날학파 4세대의 선두주자이고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다.
당신은 누구인가?
백인호다.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