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육필시집 행여 지리산에 오려거든
결별
낙엽 하나 떨어지는/ 순간/ 가을 햇살은 바로 그 위에서 빛난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산까치 한 마리 날아오르면/ 출렁,/ 소나무도 푸른 날개를 펴지만/ 굳이 함께 날아오르지 않는다// 바람 불면 공중 헤엄치며/ 온몸으로 울지만/ 미련이란 그런 것이다/ 처마 끝의 풍경// 소리만 딸려 보낸 뒤/ 묵묵부답이다// 그 푸르던 잎새들/ 무서리 찬 바람에 열병을 앓으면// 늦가을의 나무 저도/ 문신 같은 나이테 하나 만들며/ 문득 두 손을 놓아 버리는 것이다
≪이원규 육필시집 행여 지리산에 오려거든≫, 36~39쪽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날아오르는 순간 출렁,
떨어지는 순간 출렁,
온몸으로 울고 열병을 앓다가도
또 어느 순간 문득 놓아 버리는 것이다.
2778호 | 2015년 10월 24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