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 시선
초여름이라 초목이 자라서
집을 둘러싸고 나무가 우거졌다.
새들은 의탁할 곳 있어 기뻐하고
나 역시 내 오두막집을 사랑한다.
밭을 갈고 씨도 뿌려놓은 뒤라서
틈을 내서 돌아와 책을 읽는다.
궁벽한 골목이라 큰 수레 길과 떨어져 있어
번번이 친구의 수레를 돌아가게 만든다.
즐겁게 봄 술을 따라 마시고
텃밭에서 채소를 딴다.
가랑비가 동쪽에서 묻어오니
기분 좋은 바람이 함께 불어온다.
목천자전을 대충 훑어보고
산해경도 두루 살펴본다.
잠시 동안에 우주를 다 돌아보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도연명 시선≫, 도연명 지음, 송용준 옮김, 50~52쪽
讀山海經
孟夏草木長
繞屋樹扶疏
衆鳥欣有託
吾亦愛吾廬
旣耕亦已種,
時還讀我書
窮巷隔深轍
頗迴故人車
歡言酌春酒
摘我園中蔬
微雨從東來,
好風與之俱
汎覽周王傳
流觀山海圖
俯仰終宇宙
不樂復何如
187) 맹하(孟夏): 초여름. 음력 4월을 가리킨다.
188) 부소(扶疏): 나뭇가지와 잎이 무성한 모양.
189) 흔유탁(欣有託): 의탁할 곳이 있음을 기뻐하다. 보금자리가 있음을 기뻐하다.
190) 기(旣)∼역(亦): ∼일 뿐만 아니라 또한.
191) 시환(時還): 때를 틈타 돌아오다. 틈을 내서 돌아오다.
192) 심철(深轍): 큰 수레가 다니는 길. 수레바퀴 자국이 깊다는 것은 부귀한 사람들이 타는 큰 수레가 다니는 길이라는 말이다.
193) 파(頗): 자주. 번번이. 여기서는 빈도를 나타내는 부사로 사용되었다.
194) 환언(歡言): 즐겁게. 여기서 ‘언(言)’은 조사로서 ‘연(然)’과 같다.
195) 춘주(春酒): 봄 술. 한겨울에 담갔다가 봄에 걸러낸 술.
출사와 퇴은을 거듭하다 마침내 자연으로 돌아왔다. 스스로 몸을 움직여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시도 지었다. 시는 소박하고 자유롭다. 중국 문학사에서 전원생활을 노래한 시인은 그가 처음이었다. 도연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