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츠 시선
오!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청명한 여름날 저녁을
오!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청명한 여름날 저녁을,
빛의 계곡이 황금빛 서녘으로 쏟아져 내리는,
은빛 구름들이 모든 하찮은 생각들을 저 멀리,
멀리 남겨 놓고서, 조그만 걱정거리에서 즐거이 벗어나
상쾌한 산들바람에 조용히 쉬는,
자연의 아름다운 옷을 입은 향기로운 황야를
심심풀이 삼아 탐구하고
거기서 내 영혼을 기쁨으로 현혹하는.
밀턴의 운명과 시드니*의 무덤을 숙고하면서
내 가슴이 애국적인 상념으로 따스해지고,
마침내 그들의 굳건한 모습이 내 마음에 떠오르도록 하는,
어떤 감미로운 슬픔이 내 눈에 마술을 걸어
종종 맛있는 눈물방울로 꽉 차게 해
어쩌면 시의 날개 위로 솟구치게 하는.
* 시드니(Sydney)는 민권을 옹호하는 자유당인 휘그당의 영웅으로, 1683년 국가 반역 공모죄로 처형당했다.
≪키츠 시선≫, 존 키츠(John Keats) 지음, 윤명옥 옮김, 12쪽
그가 이 세상에서 맞은 여름은 스물다섯 번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뜨겁고, 기쁘고, 감미롭고, 슬프다. 묘비명을 남긴다. Here lies one whose name was writ in water. 물 위에 쓴 이름이다. 사라지길 바랐으나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