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발심자경문
조기영이 옮긴 원효·지눌·야운의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
죄가 일어나는 까닭은?
원효가 말한다. 번뇌·망상·갈등·고통 때문이다. 모양·소리·냄새·맛·촉감·느낌에서 비롯되고 눈·귀·코·혀·몸·마음에서 시작된다. 부처의 길은 무엇인가? 의상이 말한다. 처음 보살도를 행하는 곳이 깨달음을 이루는 자리가 된다.
무릇 처음으로 불심(佛心)을 낸 사람은 모름지기 사악한 벗을 멀리하고 어질고 착한 이를 가까이하여 오계와 십계 등을 받아서 지키고 열고 막음을 잘 알아야 한다.
夫初心之人 須遠離惡友 親近賢善 受五戒十戒等 善知持犯開遮.
≪초발심자경문≫, 지눌 외 지음, 조기영 옮김, 19쪽
계란 무엇인가?
그릇됨을 막고 사악함을 그치게 하는 규율이다.
수행자가 하지 않아야 할 다섯 가지는 무엇인가?
오계는 다음과 같다. 살생하지 말라[不殺生]. 도적질하지 말라[不偸盜]. 음행하지 말라[不邪淫]. 거짓말하지 말라[不妄語]. 음주하지 말라[不飮酒].
십계는 무엇인가?
열 가지 계다. 대상에 따라 십선, 사미십계, 보살십계라 부른다.
십선은 또 무엇을 하지 못하게 막는가?
오계에 다음을 더한다. 말을 뒤집거나 이간질하지 말라[不兩舌]. 거칠고 사납게 말하거나 욕설하지 말라[不惡口]. 진실하지 못한 내용을 교묘하게 꾸며서 말하지 말라[不綺語]. 탐욕을 부리지 말라[不貪欲]. 미워하거나 분노하지 말라[不瞋恚]. 그릇된 생각을 갖지 말라[不邪見].
보살십계는 보살이 지켜야 할 열 가지 규율인가?
화엄경에 나온다. 널리 중생의 이익을 위하라[普饒益]. 다른 종교의 계율을 받아들이지 말라[不受]. 살기를 구하지 말라[不住]. 뉘우치고 한탄하지 말라[無悔恨]. 금지 계율을 행하거나 싸우지 말라[無違諍]. 중생을 괴롭히거나 해치지 말라[不惱害]. 바르지 못한 견해에 미혹되거나 집착하지 말라[不雜]. 물건을 탐하고 구하려 하지 말라[不貪求]. 남을 경시하거나 헐뜯지 말라[無過失]. 계율을 어기지 말라[無毁犯].
≪초발심자경문≫은 어떤 책인가?
불도의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제도하려는 마음을 일으킨 초심자의 불교 입문서다.
어떻게 구성된 책인가?
고려 지눌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과 신라 원효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과 고려 야운의 <야운자경서(野雲自警序)>를 합본했다.
각기 다른 시대의 글이 어떤 이유로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되었는가?
확인할 사료가 없다. 1397년에 흥천사 상총선사가 태조의 뜻에 따라서 ≪초발심자경문≫을 배우는 것을 모든 사찰의 청규로 시행했다. 오늘날까지 승려 교육의 교과서로 쓰인다.
청규는 무엇인가?
청정한 법규라는 뜻이다. 불도의 깨달음을 얻으려 수행하는 모든 이에게 참되고 바른 규칙이다.
지눌은 왜 <계초심학인문>을 지었는가?
1205년 조계산 수선사를 재건하고 중생에게 널리 알리는 일을 기념해 지었다. 수선사의 청규로 정했다. 중국의 ≪백장청규(百丈淸規)≫를 참조해 썼다.
≪백장청규≫는 무엇인가?
당나라 홍주 백장산의 사문 회해(懷海)가 편집한 ≪백장총림청규증의기(百丈叢林淸規證義記)≫ 다섯 권을 가리킨다. 선종의 조직과 수도 생활의 규칙을 처음으로 성문화한 것이다.
<계초심학인문>의 내용은 무엇인가?
언어 습관, 몸가짐, 마음가짐 등 승려의 범절과 수행에 관한 내용이다. 중승과 지내는 법, 예불하고 참회하는 법, 심지어는 세수하고 양치질하는 법까지 있다. 화합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나열하고, 수행자가 흔히 저지르는 잘못을 경계한다.
원효의 <발심수행장>은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가?
수행의 중요성과 방법 등을 다룬다. ‘사욕고행(捨欲苦行)’과 ‘사문출가(沙門出家)’와 ‘일생근수(一生勤修)’로 구성된다.
사욕고행(捨欲苦行), 곧 애욕을 끊고 고행을 권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모든 부처가 열반의 궁전을 아름답게 꾸민 것은 억겁의 바다에서 욕망을 버리고 고행했기 때문이다. 중생이 불타는 집 안에서 윤회하는 것은 헤아릴 수 없는 세상에서 탐욕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욕고행의 태도는 어떤 것인가?
절하는 무릎이 얼음과 같더라도 불을 그리워하지 않고, 주린 창자가 끊어질 것 같아도 음식을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사문출가(沙門出家)’는 무엇을 말하는가?
“마음 가운데 애착을 여읜 이를 사문이라 하고, 세속을 그리워하지 않는 이를 출가라고 한다.” 애착과 세속에서 벗어나 계와 지혜를 함께 닦을 것을 강조한다.
계와 지혜를 닦으면 어떤 일이 생기나?
자신과 남을 위해 불도를 닦으며 고행하면 고승의 덕을 얻고 부처의 자리로 나아간다고 했다.
왜 일생 동안 부지런히 닦으라는 것인가?
부서진 수레는 가지 못하고, 늙은 사람은 도를 닦지 못한다. 얼마나 살지도 모르는 덧없는 몸이기 때문에 ‘일생근수’를 역설한다.
<야운자경서>는 야운이 자신을 경책하는 글인가?
그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이 글을 붙여 놓았다. 몸으로는 살생·도둑질·음행을, 입으로는 거짓말·독설·이간질·모략중상을, 마음으로는 시기·질투·분노를 한 자신을 참회하고, 몸과 입과 마음을 항상 경계하기 위함이다.
몸과 입과 마음을 어떻게 경계했는가?
첫째, 부드러운 옷과 맛있는 음식을 모두 받아 쓰지 말라. 둘째, 자기 재물을 아끼지 말고, 남의 물건을 구하지 말라. 셋째, 입으로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몸은 가볍게 움직이지 말라. 넷째, 오직 착한 벗을 가까이하고, 사악한 벗과 사귀지 말라. 다섯째, 삼경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잠을 자지 말라. 여섯째, 온통 망령되이 스스로 높이고,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지 말라. 일곱째, 재물과 여색을 보거든 반드시 바른 생각으로 대하라. 여덟째, 세속 사람과 사귀어 그들에게 미움을 받지 말라. 아홉째, 다른 사람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열째, 대중 가운데 있어서는 마음을 항상 평등하게 하라.
원효의 <대승육정참회(大乘六情懺悔)>와 의상의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를 부록에 실은 이유는 무엇인가?
초심자가 알아야 할 불교 교리에 관한 내용이다. ≪초발심자경문≫과 함께 읽으면 더욱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원효는 <대승육정참회>에서 무엇을 참회하는가?
눈·귀·코·혀·몸·마음이 모양·소리·냄새·맛·촉감·느낌을 받아들인다. 여기서 번뇌·망상·갈등·고통이 일어나고 사람은 죄업에 빠진다. 이것을 깨달아 참회하고 해탈해야 한다고 말한다.
<화엄일승법계도>에서 의상의 주장은 무엇인가?
54각의 소반 모양을 한 게송이다. 대승불교의 최고 경지를 노래했다. 보살도를 닦은 뒤에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 보살도를 행하는 곳이 바로 올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자리가 된다고 했다.
≪초발심자경문≫은 발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의미가 있는가?
윤리 범절과 인격 수양을 담은 책이다. 마음을 맑히고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다. 일반인에게도 지혜로운 삶을 사는 데 필요한 덕목을 알려 준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기영이다.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강의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