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이해
김상호가 옮긴 허버트 마셜 매클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의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
너는 누구의 세계에 사는가?
인간을 만드는 것은 음식이다. 인간을 결정하는 것은 책이다. 인간이 보는 것, 듣는 것, 닿는 것, 생각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디어다. 누구도 대상과 직접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지금 우리 학생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자신이 사는 세계가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세계를 실제로 이해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땅과 물과 공기 속에서 사는 줄 안다.
우리 학생들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
땅이 아니라 도시에서, 물이 아니라 화폐를 통해서, 공기가 아니라 정보를 호흡하면서 산다. 우리는 자연의 세계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의 세계에서 산다.
미디어 세계의 등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왜 하필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인류의 역사에서 미디어가 지금처럼 다양한 생태계를 구성한 적이 없었다. 미디어의 동력에 포섭되어 자신이 무엇을 보고 어떤 지각을 하는지 깨닫지 못하는 감각 마비 상태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진다. 요즘 에스엔에스에 빠진 학생들이 가끔 그 상태를 들락거리는 모습을 본다.
이 책이 우리를 미디어의 포섭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가?
아직까지 미디어의 중력에서 인간을 지켜줄 수 있는 지식으로 이 책만한 것이 없다. 이 책은 우리가 미디어에 포섭될 수 있고,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통찰을 제공한다.
매클루언은 우리를 미디어에 의한 감각 마비로부터 어떻게 구출하는가?
미디어가 우리 인간에게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그 미디어가 기존 미디어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우리의 지각과 감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론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 책이 20세기 인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디어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신문만을 미디어라고 부른다. 그는 미디어를 뿌리부터 통찰한다. 인류가 만든 모든 인공물을 미디어라는 개념으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미디어인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확장하는 기술이 미디어다. 옷은 피부를, 집은 인간 신체의 체온 조절 기제를, 자동차는 발을 확장한 기술, 곧 미디어다.
부제가 ‘인간의 확장’이다.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를 확장하는가?
그가 인류 최초의 기술, 곧 미디어로 지적한 것은 언어다. 그는 언어의 발생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발화(utterings) – 외재화(outerings) – 바깥쪽으로 생성되는 나이테(outer rings).
발화가 의지라면 결국 미디어는 나이테 같은 것인가?
언어는 발화되면서 인간 내부의 사고를 밖으로 확장하는 기술이다. 외재화란 기술을 사용해서 인간을 확장하고 그 결과 인간의 외부에 인간으로부터 독립된 어떤 것이 존재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미디어로 통칭되는 기술적 산물들은 모두 외재화의 결과다.
나이테의 특징, 곧 미디어의 존재 양태는 어떤 것인가?
나이테는 나무가 생태계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한 흔적이 물질로 남은 것이다. 인간이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그 결과가 사회에 발자국으로 남은 결과물, 곧 미디어의 생성 과정과 비슷하다. 나이테는 기술이 새로운 환경을 생성하는 과정을 은유한다.
미디어 연구서는 많다. 그 가운데 이 책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디어 연구서의 대부분은 미디어가 실어 나른다고 생각한 미디어의 내용 연구에 집중했다. 이 책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 미디어 자체의 힘과 영향력에 탐구의 초점을 맞추었다.
미디어의 형식이 미디어의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우리를 움직이는 미디어의 힘, 곧 우리 무의식에 특정한 조건과 전제를 제공하는 힘은 미디어의 내용이 아니라 미디어의 형식에서 비롯된다. 매클루언은 이 책 곳곳에서 미디어의 내용이 아니라 미디어의 효과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내용이 아니라 효과에 주목하려면 미디어에게 무엇이라고 물어야 하는가?
‘미디어가 무엇인가?’라고 묻지 말고 ‘미디어가 어떻게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질문을 이렇게 바꿔야 미디어를 미디어로 볼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미디어에 대한 모든 질문은 메시지에 대한 질문으로 전락한다.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말이 여기서 출현하는 것인가?
<<미디어의 이해>>를 단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대답은 ‘미디어가 메시지다’라고 말해야 한다. 이 명제는 이 책의 시작과 끝이 어디인가를 명료하게 드러낸다.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주장은 메시지가 없는 미디어가 가능하다는 말인데, 정말 가능한가?
매클루언은 전깃불을 제시한다. 불빛은 내용이 없다. 하지만 전깃불의 출현은 그 이전의 인간 관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작용했던 조건들, 곧 시간과 공간의 조건을 싹 바꾸어 버렸다. 전깃불 이전의 인간 관계망과 이후의 그것은 내용과 형식에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전깃불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아니다. 밝음 그 자체인 미디어, 불빛 자체일 뿐이다.
전깃불이 어떻게 미디어가 될 수 있는가?
인간이 자연과 만나는 과정을 매개하면서 인간의 의지 실현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과 그 기술의 실재가 미디어라고 앞에서 정의했다. 모든 미디어와 기술의 메시지는 그것이 인간 삶에 가져다줄 규모나 속도 혹은 패턴의 변화를 목적하고 결과한다. 전깃불은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왜 미디어가 아니겠는가?
당신은 어떤 학생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인가?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하는 학생,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에게는 필수 고전이다. 문화 관련 학과나 기술철학에 관심이 있는 철학과 학생에게도 추천한다.
정독을 시도하다가 낙오한 학생이 많다는 소문이 있다. 책이 어렵기 때문인가?
매클루언의 글쓰기가 워낙 난해하다. 내용이 모자이크적이며 문학, 철학, 음악, 미술, 과학 영역에서의 인용도 방대하다. 내용 이해가 쉽지 않다.
그래도 꼭 읽으려는 학생에게 당신이 줄 수 있는 팁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는 2부를 먼저 읽고 1부의 이론을 읽는 게 한 방법이다. 음성언어, 문자언어, 인쇄, 인쇄된 말,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을 다루는 장을 먼저 읽어라. 관심 있는 미디어부터 읽어라. 그러면 재미가 붙는다. 모자이크 구성이므로 읽는 순서는 상관없다.
당신은 이 책의 번역자로서 우리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가?
역주 470개를 달았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조금이라도 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 있나?
매클루언의 <<구텐베르크 은하계(The Gutenberg Galaxy)>>다. 음성언어에서 문자언어로의 전환에서 나타나는 인간 정신과 지각의 변화 과정을 미디어 중심으로 설명한다. 매클루언의 미디어 사상을 이해하는 필수 입문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더 의욕이 생긴다면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은가?
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Orality and Literacy)>>다. 음성언어와 문자가 어떻게 다른 인식 방식과 가치 체계 그리고 의식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지를 탐색한다. 매클루언의 논의를 가장 잘 소화하고 수용한 책이다.
매클루언의 뿌리가 궁금해지면 어디서 길을 찾을 수 있나?
해럴드 이니스의 <<커뮤니케이션의 편향(The Bias of Communication)>>을 보라. 모든 미디어는 특정한 편향을 가지고 있고, 이로써 전혀 다른 문명과 정치사회문화적인 관계가 형성됨을 설명한다. 매클루언의 미디어 사상에 영감을 불어넣은 책이다.
당신이 이 책을 학부생 때 읽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신문방송학과에 또 다른 영역이 있고 또 다른 접근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공부가 상당히 난해하면서도 재미있다는 점도 깨닫지 않았을까?
당신은 누구인가?
김상호다.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