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기자가 된다
심양섭이 모으고 쓴 <<여자가 기자가 된다>>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낫다
임신과 육아, 부서 배치와 승진, 가사와 업무의 이중고는 여기자의 핸디캡이다. 그러나 기자만큼 여자에게 열려 있고 기회 많은 직업도 드물다. 건강과 호기심과 책임감이 있다면 도전하라.
정보화 시대가 남녀평등을 앞당기고 정보 수집을 혁명적으로 용이하게 해 주었다. 여기자가 그 어느 때보다 해 볼 만하다.
‘언론계 우먼파워의 실상과 허상’, <<여자가 기자가 된다>>, 30쪽
<<여자가 기자가 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대한민국 여기자의 실상과 허상이다. 언론계의 성차별과 대책, 대한민국 대표 여기자 인터뷰를 담았다.
여기자, 많지 않은가?
고위직으로 올라가면 여전히 찾기 어렵다. 직급이 높을수록 적어진다.
현재 주요 직급의 여기자 수는 얼마나 되는가?
한국여기자협회가 2013년 7, 8월 23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기자 5308명 중 여기자는 1232명이었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12.5퍼센트에서 23.2퍼센트로 높아졌다. 그중 간부직에 들어서기 시작한 차장급 여기자의 비율은 12.4퍼센트다.
여기자가 적은 것이 뭐가 문제인가?
현재 수준으로는 남성 시각에 편중된 언론을 바꿀 수 없다.
여기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뉴스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뉴스의 남성 편중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뉴스를 바라보는 여성 관점, 언론사를 경영하는 여성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자의 관점이란 뭘 말하나?
남자가 보지 못하는 사회의 이면을 본다. 가치관과 보도에 임하는 태도가 다르다.
여기자의 태도는 뭐가 다른가?
남자의 문제 해결 방법이 싸움과 승리라면 여자는 소통과 조화다.
여기자가 많아지면 보도는 어떻게 바뀌나?
경성 뉴스가 적어지고 연성 뉴스가 많아진다. 국내 정치나 군사 안보 뉴스보다 교육, 성, 생활, 국제 분야의 뉴스가 많아지고 중요 지면에 배치될 것이다.
뉴스 다양성을 주장하는 것인가?
그렇다. 그러나 기자 수만 많아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여기자가 많다고 여기자의 지위가 높아지지 않는다. 편집 방향을 정하는 간부회의에 여성이 많아져야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여기자는 누구인가?
이탈리아의 오리아나 팔라치는 무슬림 여성 인권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미국의 헬렌 토마스는 여기자면서 남자와 똑같이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의 모든 것을 취재하는 권리를 쟁취했다. 일본의 마쓰이 야요리는 남자 기자가 냉소로 일관하는 일본의 섹스산업을 파헤쳤다. 이들은 여기자의 시각을 관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처절하게 싸웠다.
지금까지 언론에서 여기자는 어떻게 차별되었나?
채용 차별이다. 여기자를 거의 뽑지 않았다. 그나마 뽑은 후에도 부서 배치와 승진에서 차별이 심했다. 임신과 육아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아직도 심각한가?
가시적 차별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언론사의 뿌리 깊은 남성 중심 조직 문화는 하루아침에 깨질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하다.
여기자의 투쟁 방법은 무엇인가?
불평등한 관행과 싸우는 투쟁, 조직 문화에 적응하고 실력으로 승부하는 동화, 여성의 정체성을 지키며 전체 조직과 화합을 모색하는 조화다.
여기자는 어디서 발목을 잡히는가?
가사와 육아 부담이다. 일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탄력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동시에 사회 전반에서 남성이 가사와 육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남성의 육아휴가나 육아휴직이 보편화되어야 한다.
직장에서 당장 가능한 실천 방안도 있는가?
첫째, 꾸준히 일해야 한다. 고위직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도중에 그만두기 때문이다. 둘째, 처우 개선을 위한 공동 대응이다. 여기자가 뭉쳐 방송사의 ‘여성 특파원’ 지분을 확보한 사례가 있다.
언론계 차원에서는 활동이 필요한가?
언론사별로 여기자회를 조직해 활발하게 활동해야 한다. 정보를 교환하고 리더십 훈련을 받아야 한다. 한국여기자협회도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
여성 차별이 가장 덜한 회사는 어디인가?
한겨레신문이다. 다른 언론사보다 여기자 비율이 높다. 파리 특파원을 지낸 권태선 기자가 2005년 편집국장이 되었다. 종합일간지 중 최초의 여성 편집국장이다.
한겨레신문 남자 기자들의 시선도 그런가?
그 신문사 기자들이 다른 언론사의 남자 기자보다 여성 친화적 의식과 관점을 가졌는지는 모르겠다. 그것은 별개 문제다.
여기자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감성이 중시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여성의 글쓰기가 더 큰 호소력을 갖는다. 반면 조직을 위한 희생과 책임, 리더십에서 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부드러움은 약점인가?
아니다. 취재원의 입을 여는 데는 위협적인 접근 방식보다 부드러운 접근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여기자가 많아지면서 무엇이 바뀌었나?
롤모델이 될 만한 여기자가 많아졌다. 그들을 보고 언론계 진출을 희망하는 여성이 늘었다.
한국에서 현재 롤모델이 될 만한 여기자는 누구인가?
허문명 동아일보 기자와 황정미 세계일보 기자다. 사내 여기자의 입지를 넓혔다. 개인 경력 관리 부분에서 뛰어나다.
여자에게 기자는 어떤 직업인가?
좋은 직업이다. 기자만큼 여성에게 열려 있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많지 않다.
기자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호기심, 강한 책임감, 건강이다. 동시에 전문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석사나 박사 학위, 통계처리 능력 같은 것이다.
요즘 한국 언론의 기자 채용 추세는 무엇인가?
수시로 경력기자를 뽑는 것이 대세다. 지방 언론이나 마이너 언론사에서 좋은 기사를 많이 작성해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 경쟁력이다.
언론사 채용 현장에서 여자는 무엇에 주의해야 하나?
뚜렷한 소신과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교양이 풍부하고 글쓰기 실력이 있으면 유리하다. 다양한 활동 경험도 가산점이다.
당신은 남자인데 왜 여기자 이야기를 썼나?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강의하며 여성 문제, 특히 여기자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 언론계를 지망하는 여성이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심양섭이다.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강사다. 경향신문, 조선일보 기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