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이용복이 옮긴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의 ≪파랑새(L’Oiseau bleu)≫
붙잡으면 사라지는 그것
기억에서, 꿈에서, 욕망에서 행복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현실에서는 어떤가? 잡았다 싶으면 시들해지고 집착하면 사라진다. 욕망은 재가 되고 먼지만 부유한다.
틸틸: 그러니까 집에 행복이 있다는 거야?
(모든 행복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행복: 너희들 들었지! 집에 행복이 있냐고! 불쌍한 녀석! 집은 문과 창문들이 터질 정도로 행복으로 가득 차 있는데! 우린 웃고, 노래하고, 벽을 뒤로 물러가게 하고, 지붕을 들어 올릴 정도로 기쁨을 만들어 내고 있어. 하지만 그렇게 해야 소용없지. 넌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하니까…. 앞으로는 네가 좀 더 철이 들었으면 좋겠어….
≪파랑새≫, 모리스 마테를링크 지음, 이용복 옮김, 139∼140쪽
<파랑새>가 희곡이었나?
틸틸과 미틸이라는 두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아동극이다. 마테를링크는 철학적 메시지를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해 아동극 형식을 취해 이 작품을 썼다.
철학적 메시지란 무엇인가?
삶과 행복에 관한 성찰을 상징이라는 수법으로 표현했다. 그는 삽화가인 샤를 두들레에게 말하길 이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철학 책 한 페이지를 번역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틸틸과 미틸이 파랑새를 찾아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 요정이 나타나 아픈 딸을 위해 파랑새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파랑새는 어디에 있었나?
추억의 나라에서, 밤의 궁전에서, 미래의 왕국에서, 숲에서 파랑새를 찾아낸다.
잡았나?
새장에 넣는 데 성공하지만 파랑새는 곧 검게 또는 붉게 변하거나 죽어 버린다. 숲에서 만난 파랑새는 잡을 수도 없었다.
왜 변하거나 잡을 수 없나?
파랑새는 행복을 상징한다. 틸틸과 미틸은 파랑새를 오랫동안 소유할 수 없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도 그렇다. 손에 넣으면 변하거나 사라진다.
행복은 가질 수 없는 것인가?
틸틸과 미틸은 잠에서 깬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때 이웃집 여인이 찾아온다. 꿈에서 본 요정이었다. 그녀는 아픈 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틸틸의 새를 갖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틸틸은 자신이 기르던 멧비둘기가 파란색임을 깨닫는다.
행복의 일상성인가?
행복은 우리 주변에, 아주 사소한 일상에 있다. 틸틸과 미틸은 꿈속 여정을 통해 비로소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다.
파란색 멧비둘기는 죽지 않는가?
거동도 못하던 소녀는 멧비둘기를 본 뒤로 걷고 뛰고 춤춘다. 소녀가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멧비둘기와 함께 방문한다. 방심한 사이에 멧비둘기는 이들 손을 떠나 날아가 버린다.
다시 절망인가?
틸틸은 절망하는 소녀에게 새를 다시 잡아 주겠다고 약속한다.
스타니슬랍스키가 이 극을 연출한 것이 언제인가?
1908년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초연한 뒤로 런던, 뉴욕 등지에서 공연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프랑스에서는 1911년 3월 레잔극장에서 스타니슬랍스키가 연출한 방식으로 공연되었다. 영화로도 각색되었다.
마테를링크는 누구인가?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침묵과 죽음, 불안의 극작가다.
누가 그에게 문학의 문을 열어 주었나?
파리에 체류하던 중에 만난 빌리에 드 릴라당이다. 마테를링크는 빌리에를 통해 ‘신비’, ‘운명’, ‘저세상’에 눈뜨게 되었으며, 말렌 공주, 멜리장드, 아스톨렌 같은 인물들이 탄생한 것도 빌리에의 영향이었다.
그가 창조했다는 ‘영혼의 연극’이란 무엇인가?
상징주의가 꿈꾸었던 새로운 극 형식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개념이 들어 있다. 첫째는 움직이지 않고 수동적이며 미지의 것에 예민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정적인 극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죽음과 동일시되거나 죽음보다 더 잔인한 운명, 또는 숙명을 짊어진 숭고한 인물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일상의 비극, 즉 산다는 일 자체가 비극이라는 사실을 그린다.
초기작들을 인형극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뭔가?
사실주의의 극 대척점에 있는 극 형식이기 때문이다. 신비, 보이지 않는 운명의 힘, 현실 너머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상징주의는 초현실주의와 어떻게 관계되는가?
그는 초현실주의자들과 아르토, 베케트에게 영향을 끼친다. 침묵이 많고 간혹 대사가 비논리적으로 이어지는 베케트의 부조리극은 마테를링크의 극과 많이 닮았다.
벨기에 태생인가?
1862년 벨기에 겐트에서 태어났다. 부르주아 가문 출신으로 고향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프랑스어가 모국어였고 가정교사에게 독일어, 영어를 배웠으며 여덟 살 때 셰익스피어를 접했다. 이후 7년간 생트 바르브 기숙학교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졸업한 뒤에는 아버지 권유로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했으나 곧 변호사 생활을 접고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프랑스 니스에 정착했다가 1949년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노벨 문학상까지 받게 된 문학의 여정은?
1886년 파리에서 체류할 때 젊은 시인들과 창간한 잡지 ≪라 플레이아드≫에 첫 산문 <무고한 자들의 학살>을 발표했다. 1889년에는 베를렌, 랭보, 라포르그, 휘트먼 등에게 영향을 받아 쓴 시를 출간하고 이어서 첫 희곡 <말렌 공주>를 발표한다. 1908년, 스타니슬랍스키가 연출한 <파랑새> 공연이 대중적으로 성공한 뒤, 1911년에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에 작품이 알려지게 되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용복이다. 숙명여자대학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