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칭자 드리트리
조주관이 옮긴 알렉산드르 수마로코프(Александр. П. Сумароков)의 ≪참칭자 드미트리(Димитрий Самозванец)≫
힘만으로는 안 된다
황제는 무엇인가? 힘이다. 누구의 힘인가? 계급과 무력과 조직과 혈연? 참칭자가 실패하는 이유는 전통과 문화, 인정과 복종의 힘을 모르기 때문이다.
친위대장: 그들은 우글리치에서 황제의 아들이
진짜로 살해되었다고 말합니다.
폐하가 나타났는데도,
그들은 폐하가 황제의 진짜 아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백성들은 폐하를 오트레피예프로 부른다고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드미트리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한때 수도사였던 폐하께서 수도원을 도망 나와
폴란드 땅에서 은신처를 찾았다고 합니다.
폴란드에서 폐하는 약혼녀와 그녀의 아버지를 속였고,
기교와 교활함으로 왕권을 잡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폴란드의 그림자가 지금 왕좌로 드리워지고 있고,
폐하는 교회에 로마법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무모하고 대담한 폐하는 모스크바와 러시아의 적,
즉 백성의 살인자라고 말합니다.
드미트리: 믿을 만한 폴란드 호위병을 두 배로 늘리고
더 이상 나를 화나게 하지 마라!
이 괴물 같은 인간들로부터 나온 배반의 소리를
더 이상 들을 힘이 없네.
내 앞에 당장 슈이스키와 그자의 딸을 데려오라!
≪참칭자 드미트리≫, 알렉산드르 수마로코프 지음, 조주관 옮김, 17∼19쪽
참칭자라면 황제가 황제가 아니라는 얘긴가?
드미트리가 황제를 사칭한 것이다.
러시아 역사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인가?
그랬다. 가짜 드미트리 1세의 몰락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지금 어떤 상황이 벌어진 것인가?
황제가 가짜라는 소문이 퍼졌다. 드미트리는 진실이 밝혀진 것에 대해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진실에 대해 참칭자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폭정을 선택한다. 민중 봉기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한 마음을 억압으로 감추려는 것이다.
슈이스키는 왜 소환되는 것인가?
드미트리에게 충성하는 척하며 뒤에서 반란을 꾸몄다. 딸에게도 드미트리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척 가장하라고 한다.
참칭자의 최후는 무엇인가?
민중이 봉기한다. 궁지에 몰리자 자살한다.
실제 역사에서 가짜 드미트리의 정체는 무엇이었나?
수도원에서 도망한 수도사 그리고리 오트레피예프였다. 폴란드로 망명해 자신이 이반의 아들 드미트리라고 주장했다. 몇몇 폴란드 귀족들이 그에게 동조했다.
진짜 드미트리는 어디 있는가?
황제 이반이 죽고 표도르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어리고 병약했기 때문에 손위 처남 보리스 고두노프가 섭정했다. 표도르의 동생이자 황제 계승권자였던 드미트리는 고두노프의 명에 따라 어머니와 함께 우글리치에서 살았다. 여덟 살 때 목에 칼을 맞아 죽은 채 발견되었다.
수도사가 어떻게 황제의 자리에까지 올라간단 말인가?
폴란드 왕과 귀족들이 도왔다. 황제가 되어 러시아를 가톨릭으로 개종시키겠다고 약속한 대가로 폴란드 병력을 지원받았다. 그때 러시아는 폴란드와 경쟁 관계였으며 종교는 동방정교회였다.
‘참칭(僭稱)’은 러시아 역사에만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인가?
그렇지는 않지만 어느 나라보다 러시아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참칭 문제를 빼놓고 러시아 역사를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러시아에서 참칭의 문제는 얼마나 심각했나?
역사학자 클류체프스키는 “가짜 드미트리 1세가 출현한 이래 참칭은 러시아의 만성 질병이 되었다”고 했다. 17세기 초부터 19세기 중반까지 러시아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참칭자가 출현했다.
참칭에 대한 수마로코프의 시선은 무엇인가?
참칭을 통해 역사의 반복성, 인간 심리의 보편성을 묻는다. 참칭자의 심리와 행동을 통해 러시아 역사에서 참칭자가 처한 비극을 보여 주었다.
극작은 사실을 어떻게 변용했나?
갈등 구조를 선악 대립으로 제한하기 위해 인물들의 성격을 최대한 단순하게 처리했다. 가짜 드미트리는 실제로는 군중에게 살해되었지만 극 중에서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고전주의 비극으로 재탄생한 것인가?
고전주의 연극 이론에서 사실적인 폭력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금지였다. 극 중 인물이 선악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것도 고전주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이 작품은 삼일치법칙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수마로코프 작품의 개성은 무엇인가?
민중을 능동적인 힘으로 소개했다. 역사가 개인 혹은 선택된 집단의 힘만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역사는 무엇으로 진행되는 것인가?
그는 민중의 무의식적인 의지가 역사를 이끌어 가는 동력이라고 생각했다.
군주에 대한 그의 관점은 무엇인가?
혈통보다는 통치 능력이 중요하며 민중의 종으로서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제의 측근 파르멘의 대사에서 그러한 관점이 드러난다.
파르멘이 뭐라고 했는가?
이렇게 말했다. “만약 그에게 통치할 능력이 없다면, 혈통은 아무런 의미가 없소. 그가 오트레피예프라고 해도 통치를 잘한다면 그는 황제가 될 자격이 있는 것이오. 그가 진짜 러시아 군주의 아들이라고 해도, 황제의 자질이 부족하다면 우리는 그의 혈통을 증오할 것이오.”
속뜻이 뭔가?
드미트리가 불법으로 왕위를 찬탈했지만 좋은 정치로 자신을 합법화할 수 있었음을 암시한다.
수마로코프가 누구인가?
러시아 문학사에서 고전주의를 정초한 작가다. 러시아 최초 전업작가로 프랑스 신고전주의에 영향을 받아 사극(史劇)을 썼다. 문학사가들은 그를 ‘러시아 연극의 아버지’로 간주한다.
당대 평가는?
노비코프는 “베르길리우스와 동급이며, 라신의 ≪페드르≫, 장 드 라퐁텐의 작품들을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그의 작품은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사랑과 의무 사이의 갈등을 묘사한 비극과 무지, 지방적 편견에 대해 풍자한 희극을 주로 썼다.
어떻게 살다 갔나?
1717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관료 사회 부패와 농노제 악폐를 폭로하는 잡지 ≪부지런한 꿀벌≫을 발간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설립한 최초의 상설극장에서 연출가로도 활동했다. 희극 여러 편과 비극 9편을 남겼다. 비극은 모두 삼일치법칙에 따라 고전주의 형식을 지켰다. 예카테리나 2세의 총애를 잃은 뒤로는 은퇴해 가난하게 살았다. 1777년 모스크바에서 생을 마감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주관이다.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