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경 천줄읽기
5월의 신간. 도교의 최초 경전
윤찬원이 뽑아 옮긴 ≪태평경(太平經) 천줄읽기≫
인간과 도의 결별
우리가 먹고 마시지 않으면 바로 죽는 이유는 원기를 잃었기 때문이다. 원기는 세계를 만들어 움직인다. 도의 공허, 신령 그리고 허정을 알지 못하면 그것은 우리를 떠난다.
세상 사람이 처음 태어나 생명을 얻었을 때, 비록 천지와 형체가 분리되었지만 원기를 잃지 않았으므로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지 않고 음양의 기를 호흡해 생활해도 배고픔과 갈증을 느끼지 않았다.
≪태평경 천줄읽기≫, 작자 미상, 윤찬원 옮김, 90~91쪽
원기란 무엇인가?
만물의 생성, 사물의 성장과 소멸을 주도하는 실체다.
그것의 인식 기능은 무엇인가?
세계의 구조를 밝히기 위한 개념이다.
지금 사람은 원기를 잃은 것인가?
시간이 갈수록 신령스러운 도에서 멀리 떠나가 점차 그 뜻을 잃었다.
뜻을 잃은 이유가 뭔가?
도의 공허함과 신령함, 그리고 허정함을 알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는 이유가 그것인가?
그렇다. 마시지 않고 먹지 않으면 바로 죽게 되었다.
≪태평경≫은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도를 설명한다.
최초의 도교 경전인가?
그렇다.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일 것이다.
삼국지 어디에 이 책이 등장하는가?
황건의 난을 일으킨 것이 장각이고 그가 세운 태평도의 근거가 이 책이다.
황건의 난은 실패하지 않았나?
철두철미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민심을 반영해 새로운 시대를 도모한 움직임은 이후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의 난, 의화단 사건과 같이 ‘태평(太平)’의 꿈을 지향하는 역사적 사건에 계승된다.
≪태평경≫의 세계관은 뭔가?
첫째 원기, 둘째 황천(皇天), 셋째 삼합상통(三合相通)이다.
황천이 뭔가?
다수의 신인(神人)을 거느리고 천계의 정치 조직을 통솔하는 최고 지배자다. 세계의 모든 존재를 생성하는 주체이자 태평의 기운을 지상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신격인가?
그렇다. 황천 개념을 인격을 지닌 주재자의 의미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삼합상통은 무엇인가?
하늘과 땅과 사람이다. 또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자식이다.
그 세 가지가 어찌 된다는 것인가?
하늘은 양기다. 태어남, 즉 삶[生]을 담당한다. 땅은 음기다. 기름[養]을 맡는다. 사람은 어버이인 하늘로부터 생명을 받고, 어미인 땅에서 길러지는 자식과 같다. 음기와 양기 사이에 존재하는 중화기(中和氣)에 의해 태어난 사람은 거꾸로 음양 두 기의 조화를 이룬다.
한 인간에서 삼합상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신(神)과 정(精), 그리고 기(氣)가 근본이 된다. 신은 태어남을 맡고, 정은 기름을 맡으며, 기는 이룸을 맡는다. 이 셋이 모인 것이 인간이다.
세가지 요인이 흩어지면 죽는 것인가?
원기의 참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해 결국 병들거나 주어진 수명을 다하지 못한다.
비슷하게 사는 사람이 각자 수명이 다른 이유는 뭔가?
과거 조상의 행위가 원인이 되어 후손에게 응보가 미치기 때문이다. 나의 악행이 내 후손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 ≪태평경≫에서 제시하는 승부(承負)의 개념이다.
삼합상통이 이루어지면 이상 사회가 되는가?
그렇다. 책에서는 이를 태평이 실현되었다고 말한다.
태평이란 어떤 개념인가?
‘위대한 평화’다. 인간 사회뿐만 아니라 자연계에서,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위대한 평화가 태평이다.
태평을 실현하는 실천은 무엇인가?
‘막힌 것을 구제하고 급한 것을 구한다[周窮救急]’는 것이다.
막힌 것이란 무엇인가?
자연과 인간 사회의 질서가 통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급한 것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기본 조건이다.
인간 생존의 기본 조건으로 무엇을 지적하나?
마시고 먹는 것,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얻어 대를 잇는 것, 옷을 걸치는 것이다. 인간 생활의 급선무다.
사람이 다 다른데 기준을 찾을 수 있는가?
그러한 차별성은 단지 현실성일 뿐이다. 현실의 차별성 때문에 인간 생명력의 원초적 상태를 부정할 수는 없다. 모든 인간 존재는 동일한 원기로부터 생명력을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각자의 많이 갖는 것과 적게 갖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가?
천하의 모든 재물은 중화(中和), 곧 인간 일반이 공유하는 것이다. 지주나 관리들뿐 아니라 황제까지도 재산을 사유화할 수는 없다.
많은 자는 어찌해야 하는가?
굶주리는 자, 헐벗은 자, 가난한 자에게 분배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고, 또한 그들을 궁핍함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우면 그의 덕이 하늘과 조화를 이룬다.
당신은 이 책을 어떻게 발췌했는가?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의미 깊은 것, 원전의 사상을 충분히 담고 것을 골랐다. 시대, 철학, 사상의 기준에서 뜻 깊은 내용을 골라 소개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윤찬원이다. 인천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