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양승국이 엮은 임선규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조선 민족의 눈물샘
살인 피의자 홍도와 수사 경찰 철수는 남매간이다. 철수의 오늘은 홍도의 희생 위에 있다. 사건의 진상은 일이 벌어진 뒤에야 밝혀진다. 일상의 순수가 운명의 냉혹을 만나면 눈물이 난다.
홍도: 오빠 (사생결단코 잡으면서 애걸) 오빠가 이 동생을 사랑하고 이 동생을 위해서라면 그 집에 가는 것만은 참아 주세요. 나에게는 원수와 같지만 그들은 모두 내가 사랑하는 내 남편의 어머니요. 누이동생이 아니에요. 그러니 오빠가 이 동생을 생각하고 광호 씨를 생각하신다면 그 집에 가시는 것만은 참아 주세요. 네 오빠−
철수: 오냐, 내가 잘못했구나. 너를 부잣집 좋은 가문에다 시집을 보낸 이 오래비가 잘못이지. 물과 기름은 도저히 합칠 수 없다는 것을 아마 이제야 깨달았나 보다.
홍도: 오빠− (안겨 운다.)
철수: 울지 마라. 어쩌면 우리 두 남매는 이렇게 눈물이 많은 서러운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얄궂은 운명을 안고 울지 않으면 안 되었드란 말이야. 홍도야, 아마도 지하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께서 우리 두 남매는 언제까지나 서로 떨어지지 말고 살라고 하시나 보다.
홍도: 오빠− 나는 어떡하면 좋아요? 모진 목숨이라 죽지도 못하고 그 더러운 누명을 쓰고서도 애꿎은 눈물만 흘려 가면서도 이렇게 살아야 할까요.
철수: 아무렴. 우리는 이럴수록 굳센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결백한 마음이 청천백일하에 나타나는 날까지 이를 악물고 눈물을 거둬 가면서 살아야 한다.
홍도: 네− 살겠어요.철수: 그래야지. 홍도야 너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네 남편 광호가 돌아올 때까지는 이 설움을 참고 살아 나가야 한다.홍도: 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임선규 지음, 105∼107쪽
홍도는 무슨 누명을 썼나?
남편 광호가 북경에 유학 간 사이 외간 남자와 사통했다는 것이다. 시댁에서 쫓겨나 하나뿐인 혈육, 철수에게 돌아왔다.
누가 홍도에게 누명을 씌웠나?
시어머니와 시누이 봉옥, 홍도 때문에 광호와 파혼해야 했던 혜숙이 꾸민 일이다. 서생 월초가 일을 도왔다.
어떤 흉계를 꾸민 것인가?
홍도가 광호에게 보내는 편지를 가로챘다. 대신 홍도의 간부인 척 편지를 써 광호에게 보냈다. 홍도에게도 간부의 편지를 보냈다. 쫓아낼 빌미를 만든 것이다.
광호는 홍도를 버리는가?
유학에서 돌아온 광호는 홍도를 외면한다. 대신 혜숙과 결혼하기로 한다.
홍도의 선택은?
칼로 혜숙을 살해한다.
살인의 결과는?
형사부장인 홍도 오빠 철수가 광호네 흉계의 전모를 밝혀낸다.
음모의 전말은 어떻게 밝혀지는가?
홍도의 일기를 광호에게 보여 준다. 일기에는 구구절절 광호를 그리워하는 말뿐이었고, 시댁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와 구박 속에서도 광호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견딘 사연이 적혀 있었다. 무엇보다 음모에 가담했던 월초의 폭로가 결정적이었다.
월초의 변심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봉옥에게 사심이 있어 일을 도왔으나 자신의 고백이 봉옥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앙심을 품은 것이다.
이것이 신파극의 전형인가?
기생의 사랑과 결혼이 좌절된다는 화류 비극의 구성을 따랐다. 작품 전반에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극적 요소를 배치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극전 요소란 무엇인가?
홍도와 철수가 남매라는 설정, 홍도의 뒷바라지로 형사가 된 철수가 자기 손으로 홍도를 체포해야 하는 얄궂은 상황, 홍도가 살인을 저지른 뒤에야 흉계와 진실이 폭로되는 구성 등이 비극성을 강화한다.
당시 대중의 반응은 무엇이었나?
‘홍도야 우지 마라’라는 제목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동양극장 청춘좌가 1936년 7월 초연한 뒤로 1938년 1월 부민관에서 재공연되었다. 상연 첫날부터 극장은 대만원을 이루었다.
그렇게 해방 전 한국 연극사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된 것인가?
그렇다. 이 작품으로 임선규는 동양극장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고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대중가요 음반도 발매되었다.
임선규는 누구인가?
1912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임승복이다. 극단 조선연극사에서 연극을 시작한 뒤 대중극 작가로 큰 인기를 누렸다.
대중극 작가로서 그의 강점은 무엇이었나?
신파극 전형인 가정 비극, 또는 화류 비극에 입각한 작품을 ‘잘 짜여진 극’으로 구성했다. 또한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회화체를 능란하게 구사했다.
아내가 문예봉인가?
그렇다. 아내를 뒤따라 월북했으나 이후 행적은 분명치않다.
당신은 누구인가?
양승국이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