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김래현이 옮긴 로베르트 무질(Robert Musil)의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Die Verwirrungen des Zöglings Törless)≫
청년은 무엇을 보았는가?
퇴를레스는 수학 시간에 깜짝 놀란다. 허수와 무한의 개념을 보았기 때문이다. 틀림없는 질문과 분명한 대답의 발아래에는 있지도 않은 것, 알 수도 없는 것의 세계가 있었다.
“저의 내면에는 그리고 모든 사고들 아래에는 제가 사고로 헤아릴 수 없는 어두운 무엇이 있습니다. 낱말들로 표현되지 않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삶인, 하나의 삶이 말입니다….
이렇게 말 없는 삶이 저를 압박하고, 에워쌌으며, 늘 그것을 응시하도록 저를 내몰았습니다. 저는, 우리의 모든 삶이 그렇다는 사실이 그리고 제가 어쩌다 겨우 그것의 조각들만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 괴로웠습니다. 오, 저는 엄청난 두려움을 갖고 있었어요…. 저는 그만 의식이….”
나이를 훨씬 벗어나는 이러한 말과 비유가 엄청난 흥분 상태에서, 거의 시적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처럼 가볍고 자연스럽게 퇴를레스의 입술 위에 올려졌다.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로베르트 무질 지음, 김래현 옮김, 265~267쪽
누가 누구에게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가?
퇴를레스가 군사학교 조사 위원회의 교장과 교사들에게 최근 일어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위원회는 무엇을 조사하는가?
바시니 집단 구타 사건이다. 몇 차례 친구들의 돈을 훔친 바시니가 동급생 몇몇에게 가혹 행위를 당하고 반 아이들에게 얻어맞았다.
퇴를레스도 그랬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적극 가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혹 행위를 자행한 친구들이 반 아이들에게 바시니의 비행을 폭로하자 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서 바시니에게 자수하라고 편지를 쓴다.
교사들이 그를 조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교사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그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조사를 마무리 짓고자 했다. 하지만 퇴를레스는 뜻밖의 독백을 길게 늘어놓는다.
교사들은 어떤 대답을 기대한 것인가?
가혹 행위가 바시니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정의로운 행동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뜻밖의 대답에 대해 교사들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당혹스러워한다. 결국 교장은 그의 정신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퇴교를 결정한다.
퇴를레스 독백의 내용은 무엇인가?
일상적 사고로 파악할 수 없고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영역은 바시니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바시니가 비행을 저지르고 그것이 친구들에게 발각되었을 때 그가 느낀 굴욕이 어떤 것이었는지 퇴를레스는 상상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정신적 혼란이 깊어진다. 바시니를 자신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정신적 혼란은 무엇에 기인하는가?
바시니 사건도 한몫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수학 시간에 배운 허수와 무한 개념이다. 그는 허수와 무한 개념을 배우면서 가장 확실한 학문인 수학이 놀랍게도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포괄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어떤 충격인가?
“신기한 것은 바로,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허수나 그 밖의 불가능한 값들로 아주 실제적인 계산을 하고, 결국 손에 잡을 수 있는 결과가 존재한다는 거야!”라고 말한다.
그에게 수학은 무엇으로 다가오는가?
교각이다. “첫 교각과 끝 교각만 존재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리가 거기에 서 있기라도 하듯 사람들이 확실하게 건너가는 그런 다리와 같지 않니?”라고 말한다.
다리가 없는데 있는 것처럼 건너는 그런 다리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가장 이성적인 학문으로 생각하기 쉬운 수학의 바탕에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의 발견은 그로 하여금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는 인식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퇴를레스는 어떻게 되는가?
퇴학을 당하지만 학교를 떠나는 것은 그의 결단이었다.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자각한 뒤에는 더 이상 틀에 박힌 사고와 규칙적인 생활을 요구하는 학교생활을 할 수 없었다. 학교를 떠난다는 것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자 하는 그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작가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살아 있는 사고의 중요성이다. 여기서 살아 있는 사고의 의미는 하나의 개념으로 확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바시니 사건은 이를 말하기 위한 하나의 구실이다.
무질은 누구인가?
현대소설의 혁명적 전기를 마련한 독일의 작가다. 20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미완성으로 남은 ≪특성 없는 남자≫ 1권이 1931년에 발표된 이후 무질은 프루스트와 함께 20세기 소설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작가로 평가받는다.
혁명적 전기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그는 단순한 시간의 순서로 사건을 전개하는 전통적 이야기 방식을 거부했다. 그러고는 흔히 수필적 소설로 불리는 새로운 이야기 방식으로 무한히 얽힌 평면들 위에 펼쳐지는 삶에 다가갔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래현이다. 서울여대 명예교수다. 로베르트 무질로 독일 본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