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의 난봉꾼과 석상의 초대
안영옥이 옮긴 티르소 데 몰리나(Tirso de Molina)의 ≪세비야의 난봉꾼과 석상의 초대(El Burlador de Sevilla y convidado de Piedra)≫
돈 후안, 스페인의 힘과 용기
불경하고 불한하며 불순하다. 분명히 그렇지만 한 남자의 목숨을 건 난봉질에 17세기 스페인은 열광한다. 30년전쟁의 불안 속에서 그들이 버린 것은 법과 도덕과 이성, 선택한 것은 힘과 용기와 본능이었다.
이사벨라 옥타비오 공작,
여기로 나가면 더 안전합니다.
돈 후안 그대에게 다짐하겠소.
이 즐거운 일을 분명 다시 하리라는 것을 말이오.
이사벨라 오, 내 사랑,
그대가
제게 한 약속과 맹세와 선물과 행동,
그리고 그대의 마음과 우정은
진정 진실이겠지요?
돈 후안 그렇고말고요.
이사벨라 불을
밝히고 싶군요.
돈 후안 왜요?
이사벨라 제가 누리고 있는 이 기쁨이
정말인지 제 영혼이 알고자 합니다.
돈 후안 내가 그 불을 꺼 버릴 게요.
이사벨라 이런, 누구죠?
돈 후안 내가 누구냐고? 이름 없는 한 남자죠.
이사벨라 공작이 아니란 말인가?
돈 후안 아니오.
이사벨라 이럴 수가!
돈 후안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를 보호해 주는 게 낫지 않겠소.
이사벨라 감히 나를, 천하에 몹쓸 인간이라니!
어찌 왕을 뵐 수 있을까! 여봐라, 거기 아무도 없느냐!
≪세비야의 난봉꾼과 석상의 초대≫, 티르소 데 몰리나 지음, 안영옥 옮김, 47∼48쪽
옥타비오 공작이 누군가?
이사벨라의 약혼자이자 돈 후안의 절친한 친구다.
이사벨라는 누구인가?
나폴리 왕궁에 사는 귀족 여인이다.
돈 후안이 친구 약혼녀를 농락한 것인가?
그렇다. 그에게 보통의 법과 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를 유혹해 명예를 빼앗은 뒤 떠나는 것이 가장 큰 낙이다.
이제 정체가 드러났다. 그는 어떻게 되는가?
나폴리 왕이 이사벨라의 비명 소리를 듣는다. 왕은 카스티야 대사 돈 페드로에게 범인을 잡으라고 명한다.
돈 페드로는 누구인가?
돈 후안의 삼촌이다. 조카를 놓아주고 옥타비오 공작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도망자는 어디로 가는가?
세비야로 향한다. 배가 난파하고 죽을 지경이 되었으나 하인 카탈리논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타라고나 해변에 도착한다.
타라고나 해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뭇 남성에게 사랑받는 미녀 티스베아는 낚시를 하다 배가 난파하는 모습을 보았다. 카탈리논은 그녀에게 정신을 잃은 주인을 “백작이 되실 분”이라 소개한 뒤 도움을 청하러 간다. 그사이 돈 후안은 깨어나고 그녀를 유혹하는 시를 읊는다. 유혹에 넘어간 그녀는 결혼을 약속하고 그의 희생양이 된다. 그녀를 취하기 전부터 도망갈 준비를 한 그는 세비야로 향한다.
세비야에서도 난봉 행각은 계속되는가?
그렇다. 이번엔 친구 라 모타 후작의 연인 도냐 아나를 상대한다. 다른 남자와 결혼할 처지에 놓인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면 붉은 망토를 입고 찾아오라는 편지를 후작에게 쓴다. 편지를 전해 달라고 돈 후안에게 부탁한다. 그는 후작의 붉은 망토를 입은 뒤 그녀를 농락하려 한다.
이번에도 성공인가?
실패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를 욕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아버지 돈 곤살로가 나온다. 돈 곤살로는 떠나려는 그를 가로막다 죽임을 당한다.
돈 후안은 죽지 않는가?
망토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다. 범인으로 지목된 후작은 체포된다. 도망을 다니면서도 혼인을 빙자해 여자를 유혹한다.
그의 끝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석상의 초대를 받아 자신의 손을 석상에 내주었을 때다. 석상이 손을 잡자 몸이 불타기 시작한다. “고해하고 용서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때는 늦었다.
석상의 정체가 뭔가?
신의 사절이자 죽은 돈 곤살로의 영혼이다.
돈 곤살로의 영혼이 되살아난 것인가?
그렇다. 돈 곤살로는 복수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묘비에는 “신의 가장 충실한 기사가 이곳에서 한 반역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그는 어떻게 돈 후안을 초대하는가?
돈 후안이 그의 석상과 묘비를 비웃으며 복수를 원한다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큰소리친다. 그날 저녁 그는 돈 후안 앞에 나타나 다음 날 10시 예배당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돈 후안은 기사의 명예를 걸고 약속을 지키겠다며 그와 악수한다.
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는 누구인가?
로페, 칼데론과 함께 스페인 황금 세기의 3대 작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가 스페인 황금 세기의 3대 작가로 꼽힌 이유가 뭔가?
인간 내면을 파악하는 데 남다른 재간이 있었다. 특히 황금 세기에 쓰인 다른 작품과 달리 여성 인물의 성격을 묘사하는 데 탁월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의 성격은 어떻게 그려지는가?
이사벨라는 뻔뻔스럽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여성, 티스베아는 아름답고 오만한 여성, 도냐 아나는 자신의 사랑과 운명을 개척하려는 여성을 상징한다.
그는 어떻게 살다 갔는가?
1581년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20세에 메르세드 교단의 사제가 되었다. 본명은 가브리엘 테예스인데 사제였기 때문에 예명을 사용했다. 1610년부터 14년 동안 희곡 300여 편과 소설 열두 편을 썼다. 작품이 불경스럽고 나쁜 본보기를 보여 준다는 이유로 1625년 종교개혁 위원회에서 집필 금지와 유배 명령을 받았다. 1648년 소리야의 알마산 수도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왜 난봉꾼 이야기를 만들어 냈는가?
스페인 민족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할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민족의 불안과 공포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작품이 쓰인 당시 스페인은 30년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스페인 국민은 자신들이 밟고 선 땅이 흔들림을 느꼈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운명임을 알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페인 민족성을 드러내는 돈 후안을 만들었다. 비록 올바른 방향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자연법·도덕·이성을 무시하는 힘과 용기를 지닌 돈 후안에 스페인 국민은 열광했다.
그런데도 돈 후안의 최후를 그린 까닭은 무엇인가?
국가가 믿음을 강제할 정도로 종교가 절대적인 시대였다. 작가의 신분상 그러한 도덕적 귀결은 당연한 것이었다. 신의 이름으로 맹세하면서도 그 맹세를 지키지 않은 대불경죄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신의 섭리로밖에는 물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안영옥이다. 고려대학교 스페인어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