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응당 시선
승방은 비록 본래 고요한 곳이지만
여름 되니 더욱 청허하구나.
혼자 있기 좋아하니 친구들도 흩어지고
시끄러운 것 싫어하니 찾는 이 드물구나.
산비 내린 뒤라 매미소리는 요란하고
새벽바람 끝에 솔바람 소리는 시끄럽네.
긴긴 날 동창 아래에서
무심히 앉아 옛날 책 읽노라.
山中即事
僧房雖本靜
入夏轉淸虛
愛獨朋從散
嫌喧客任疎
蟬聲山雨後
松籟曉風餘
永日東窓下
無心讀古書
≪허응당 시선≫, 보우 지음, 배규범 옮김, 73~74쪽
혼자 있기 좋아하고
시끄러운 것 싫어하나
매미와 솔바람이야 물리칠 수 없다.
벗 삼아 청허한 여름을 함께 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