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안석 시선
秋日抒情 3
가을의 나뭇가지는 쇠잔한 사람처럼
가을의 나뭇가지는 쇠잔한 사람처럼,
색깔이 먼저 파리해진다.
찬 바람 조금 불면 잎새 벌써 텅 비니,
그 목숨 왜 그리도 여린 것인가?
어찌 기억하랴 지난여름엔,
꽃과 잎 서로 어여뻤거늘.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지만,
죽이기를 좋아함이 어찌 하늘의 뜻이리?
秋枝如殘人
秋枝如殘人, 顔色先憔悴.
微寒吹已空, 性命一何脆.
寧當記疇昔, 葩葉相嫵媚.
歲行雖使然, 好殺豈天意.
– ≪왕안석 시선≫, 왕안석 지음, 류영표 옮김
왕안석(王安石, 1021~1086)
가난한 사대부 가문에서 태어나 재상의 자리까지 올랐다. 나서면 개혁 정치가요, 물러나면 一唱而三歎의 시인이었다. 노자는 天地不仁이라고 했던가? 가을의 쇠락은 곧 봄의 새 생명을 준비하는 하늘의 사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