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사랑하는 어느 수도사의 심정 토로
임우영이 옮긴 빌헬름 바켄로더(Wilhelm Wackenroder)와 루트비히 티크(Ludwig Tieck)의 ≪예술을 사랑하는 어느 수도사의 심정 토로(Herzensergießungen eines kunstliebenden Klosterbruders)≫
우리 위에 떠도는 것
자연과 교감하는 힘, 예술가의 심장을 타오르게 하는 것, 신의 것을 인간의 것으로 볼 수 있는 순간. 예술가의 열정은 지상에 영원을 건설한다.
마침내 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고 떨리는 손으로 성모 마리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마음이 점점 뜨거워졌다. 한번은 밤에 자주 있는 일이지만 꿈속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했고, 너무 심한 가위에 눌려 갑자기 깨어났다. 어두운 밤 침대 맞은편 벽의 밝은 빛 쪽으로 시선이 끌렸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아직 완성하지 않은 자신의 마돈나 그림이 벽에 걸려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그림은 온화한 빛을 받고 있었는데 아주 완벽하고 실제로 살아 있는 그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림 속의 신성함에 압도되어 그는 눈물을 펑펑 쏟아 냈다. 그 그림은 형언할 수 없이 감동적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그 순간 마치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라파엘로의 환상>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어느 수도사의 심정 토로≫, 빌헬름 바켄로더·루트비히 티크 지음, 임우영 옮김, 11쪽.
그는 누구인가?
라파엘로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다. 성모 마리아 그림에 특히 뛰어났다.
지금 그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가 완벽한 성모 마리아를 그리려 애쓰는 장면이다.
완벽한 성모 마리아가 인간에게 가능한 목표인가?
꿈에서 계시를 받는다. 영혼 속에 떠오르는 성모의 모습이 꿈에서 보았던 성모의 모습과 일치한다. “천상적인” 성모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된다.
계시란 영감인가?
그렇다. 하늘이 내리는 영감이다. 천재 예술가만 얻을 수 있다. 이 글을 쓴 바켄로더는 예술가의 영감과 열광을 강조한다.
예술가의 열광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영감, 즉 ‘신적인 것’을 인식하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괴테가 강조한 예술의 “수호신(Genius)”과 같은 맥락에 있는 개념이다.
괴테가 말한 예술의 수호신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 통해서만 신이 창조한 자연과 감정적으로 교감할 수 있고 예술가의 심장을 타오르게 해서 작품을 창작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라파엘로에게 열광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가?
“나는 내 영혼으로 들어오는 마음속의 어떤 그림에 의지해 그린다”라고 고백했다. 예술가의 고양된 감정, 신과의 영적 교류를 통해 영감을 얻은 것이다.
그들의 열광은 예술 작품의 수용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는가?
수용자가 “마음속 깊이” 이를 ‘신의 계시’로 받아들여야 한다. 깊은 신앙 없이는 아무리 천재적인 예술가도 신의 계시를 작품에 표현할 수 없듯이, 예술을 감상하는 사람도 똑같은 신앙심이 없으면 그 작품에 표현된 신의 계시를 느낄 수 없다.
예술이 종교인가?
예술이 곧 종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우리 위에 떠도는 것”을 예술만이 “신의 불꽃”의 중계자로서 “우리의 감정 안으로”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종교인인가?
작품에 등장하는 수도사는 가상의 인물이다. 처음에는 루트비히 티크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글을 바켄로더가 썼고 티크가 나중에 자신의 글들을 덧붙여 출간했다.
티크의 작품으로 알려진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더 유명했기 때문이다. 초기 낭만주의 소설과 시로 명성이 높았다. 바켄로더는 이 작품과 속편에 해당하는 ≪예술에 관한 환상들(Phantasien über die Kunst)≫을 제외하고는 남아 있는 작품이 없다.
둘은 어떤 사이였나?
1773년에 태어난 동갑내기로 어릴 때부터 아주 친했다. 그러나 문학가로 산 티크와 달리 바켄로더는 아버지의 강요로 법률가의 길을 걸었고 이 작품이 출간된 1년 후인 1798년 장티푸스로 사망한다.
이 책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앞부분은 이탈리아 화가들의 이야기다. 인용문처럼 예술의 본질과 예술가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뒷부분은 ‘절대 예술’을 추구하려는 한 음악가를 통해서 예술가의 삶과 예술 사이의 갈등을 보여 준다.
책이 출간되었을 때 세상의 반응은 무엇이었나?
최고의 예술과 그 예술을 창조한 천재 예술가에 대한 감동적인 서술, 예술을 종교로까지 승화시킨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낭만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작가들의 종교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는가?
이 책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이 책에 묘사된 독일 중세의 소박함과 경건함은 낭만주의자들이 중세 독일을 동경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당신은 왜 이 작품을 번역했나?
독일 낭만주의가 태동할 무렵, 중세 예술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문학적 방향을 잡게 해 준 책이다.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되지 않아 아쉬웠다.
독자에게 전할 말이 있는가?
18세기 말 독일 낭만주의의 한 기원인 바켄로더와 티크의 ‘낭만적’ 세계관과 정신을 만나기 바란다.
당신은 누군가?
임우영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