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란기
13세기 중국, 두 여인의 한 아이 다툼
명판관 포증은 명한다.
“장천아, 석회를 가지고 와서 섬돌 아래에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 이 아이를 그 안에 세우고 저 두 여인이 아이를 금 밖으로 끌어당기게 하라. 만약 자신이 낳은 친자식이라면 끌어낼 수 있겠지만 자신이 낳지 않았다면 절대로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낯설지 않은 방법론이다.
<회란기(灰闌記)>는 이잠부(李潛夫)가 지은 잡극(雜劇) 희곡이다. “포 대제가 슬기롭게 석회 동그라미로 판결을 내린 이야기”라는 뜻의 <포대제지감회란기(包待制智勘灰闌記)>가 원제다. 13세기 중국의 ‘한 아이, 두 엄마’의 이야기는 이미 솔로몬 왕이나 슐레만 왕, 황패와 아파라제목거 왕의 일화로 알려져 왔다. 브레히트는 이 희곡의 일부를 각색해 1848년 <코카서스의 백묵원(der Kaukasische Kreidekreis)>을 상연했다. 문성재가 1995년 번역본을 일신하여 흥미로운 완성본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