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릅스베데의 풍경화가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함께 떠나는 유럽 여행 1.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보릅스베데의 경험
그것은 묘한 땅이다. 보릅스베데의 작은 모래언덕 위에 올라서면 주변이 활짝 열린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어두운 바탕색 위에 모서리마다 은은히 빛나는 꽃을 보여주는 저 농부의 수건과 비슷하다. 땅은 거의 주름도 없이 평평하게 거기 놓여 있고, 길과 물줄기들이 저 멀리 지평선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곳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변화와 크기를 지닌 하늘이 시작되고 있다. 그 하늘은 모든 나뭇잎에서 반사된다. 모든 사물들이 하늘과 함께 어우러지고 있는 듯하다. 하늘은 도처에 있다. 그리고 도처가 바다다. 그것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바다다. 보릅스베데 마을이 놓여 있는 모래언덕은 수천 년 전 한때 이곳에서 솟아났다가 가라앉은 바다의 사구(砂丘)다. 사물들은 그것을 잊을 수가 없다. 산 위의 늙은 소나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커다란 바람소리는 그 바다의 바람소리인 듯하고, 넓고 세게 부는 바람은 그 바다의 향기를 실어온다. 그 바다는 이 땅의 역사다. 이 땅에 다른 과거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