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린 집
퀘백 현대 희곡 신간 ≪매달린 집≫
집은 왜 흔들리는가?
그들은 남매이면서 부부다. 또 친구이면서 애인이다. 1910년에 시작되어 1950년과 1990년을 경과하는 퀘벡의 삶은 이상하고 강렬하다. 모든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그러나 좀처럼 드러나지 않은 일이 시간의 벽을 넘어 동시에 펼쳐진다. 그곳에는 집 한 채가 공중에 매달려 있고 그것은 끝없이 흔들린다. 우리의 마음처럼.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가?
빅투아르와 조자파는 남매인 동시에 부부다. 근친상간 관계다. 세상의 눈을 피해 산골, 뒤아멜에 산다. 조자파는 아들 가브리엘의 미래를 염려해 도시, 몬트리올로 나가자고 빅투아르를 설득한다. 같은 장소에서 1950년 알베르틴과 에두아르 남매 이야기, 1990년 장 마르크와 그의 동성 연인 마티외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극이 진행되면서 이들의 가족 관계가 서서히 드러난다.
‘매달린 집’이란 무슨 말인가?
지상에 서 있지 않은,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관객은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없고 모든 사건은 테라스에서 일어난다. 화산 분화구에 형성된 호숫가에 있다. 호수와 화산은 카오스와 잠재성의 상징이다. 등장인물의 성향과 갈등을 대변한다.
집은 왜 매달려 있나?
매달린 집은 흔들린다. 흔들리는 집은 흔들리는 인물들, 흔들리는 정체성을 말한다. 도시와 시골, 가족 간의 심리 갈등을 흔들리는 집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편 동화에나 나올 법한 ‘매달린 집’은 어린이에게는 꿈을, 과거를 잊고 살았던 어른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전한다.
이 집 분위기가 어떤가?
공연 때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상하고 강한 에너지가 이 집을 감싸고 있다. 마치 모든 인간의 이야기가 이곳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시대를 사는 인물이 어떻게 한 공간에 함께 있는가?
‘매달린 집’이라는 공간의 특징 때문에 가능하다. 도시에 살던 장 마르크는 8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이곳을 다시 찾아와서는 이렇게 말한다. “안테나와 전깃줄 외에는 거의 변한 것이 없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을 주는 집의 특성 때문에 1910년, 1950년, 1990년을 배경으로 하는 사건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갈등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시기가 다른 인물 사이에 갈등 요소가 존재한다. 조자파와 빅투아르가 합법 부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후대 인물의 성격과 그들의 갈등은 선대와 연결되어 있다. 근친상간, 여장 남자,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터부 때문에 인물, 사회 간 갈등도 나타난다.
갈등은 어떻게 해소되나?
알베르틴과 에두아르는 뚱뚱한 여자의 중재로 대화를 시작한다. 장 마르크는 선대가 살았던 ‘매달린 집’으로 돌아와 내면에 묻어 두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가족을 인정함으로써 자아 정체성을 찾아간다.
정체성이 왜 주제인가?
‘조용한 혁명’ 영향이다. 1960년대 퀘벡인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 사회 개혁 움직임이다. 트랑블레도 작품에 이러한 가족적·사회적 환경을 반영했다.
미셸 트랑블레는 어떤 작가인가?
1942년 퀘벡 주 제일 도시 몬트리올에서 출생했다. 시, 소설, 연극, 영화에서 재능을 보였다. 첫 번째 희곡 <기차>로 라디오 캐나다의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살아 있는 퀘백의 가장 위대한 작가로 추앙받고 있다.
이 작품은 어디서 비롯되었나?
퀘벡 주의 특수 상황, 가족이 형성되고 가족사가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르플라토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다.
‘르 플라토 시리즈’란?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르 플라토 몽-루아얄 지역을 배경으로 한 연작이다. 연작에서는 배경뿐 아니라 인물도 중첩된다. 가족의 일원인 에두아르, 알베르틴, 알베르틴의 딸 테레즈와 아들 마르셀은 여러 작품에 등장한다. 연작의 마지막 작품에서도 테레즈만 빼고는 모든 인물이 다시 등장한다.
왜 퀘벡의 희곡을 골라 옮겼는가?
퀘벡 문학은 한국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오늘날 퀘벡 프랑스어는 퀘벡에서 국제 표준 프랑스어와 함께 쓰인다. 프랑스에서도 이를 공식 인정하고 있다. 퀘벡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작가 중 가장 저명한 트랑블레가 이제야 한국에 소개되었다.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결정적인 한 장면을 고른다면?
그렇다면 이 작품 전체를 정의하는 한 장면을 골라야겠다. 다음 장면이 그렇다.
마티외: 이 집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군…. 자네 가족한테는 삶의 문제고,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약간 질투심이 나는데. 하지만 지금은 나와도 관계가 있어, 자네한테 중요한 거니까. 내 인생에 덧붙여 배워야 할 것들이지…. 이 집은 자네 가족의 성당이야. 난 함께 산다는 것을 배워야지….
≪매달린 집≫, 미셸 트랑블레 지음, 이선형 옮김, 110쪽
마티외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삶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이며 관계의 꽃은 바로 가족이라고 말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선형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에서 불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천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다. 동화 작가, 연극 평론가, 연출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