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 영화
영화를 바꾼 영화 1/13 : 아방가르드 영화 <일식(L’eclisse)>
욕정과 욕망이 교차하는 순간
아방가르드 영화는 난해하다.
아방가르드 영화에 대한 정의는 더욱 난해하다.
개념 자체가 논쟁적이고 언제든 재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듯 난해한 세계의 첫 문을 여는 열쇠로
≪아방가르드 영화≫를 우리말로 옮긴 양민수는 <일식>을 제시한다.
전후 이탈리아 부르주아의 이질적인 삶을 영상에 담았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파격적인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 시퀀스를 추천하며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인간의 욕정과 자본주의의 욕망이 교차하는 순간
거리는 몽환적으로 변하고 달은 태양을 가리기 시작한다.”
<일식(L’eclisse)>, 1962,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연출, 마지막 시퀀스(8분 26초).
세계 영화사에서 가장 문제적 장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일식>은 아방가르드 영화와 주류 영화의 이상적인 접점을 제시한다. 동시에 난해하게 여겨지는 아방가르드 영화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영화의 후반 10분은 세계 영화사에서 가장 문제적인 장면의 하나로 손꼽힌다. 등장인물의 대사를 철저히 배제한 채 시적 몽타주만으로 암울한 자본주의를 향한 감독의 비판적 목소리를 풀어낸다. 철저히 계산된 공간의 밀도감, 몽환적 시점과 차분한 응시, 극단적 클로즈업과 시적 롱테이크는 당시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이자 실험이었다. 그렇다면 <일식>을 아방가르드 영화로 쉽게 규정할 수 있을까? 그럴 순 없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주류 영화의 관습적인 서사적 문법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아방가르드적인 예술 행위를 실천하기 위해서 영화라는 매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편 우리가 부담스러워하는 아방가르드 영화는 바로 영화 그 자체를 아방가르드 혹은 실험의 요체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다소 난해한 부분이 존재한다. ≪아방가르드 영화≫는 주류 영화나 아방가르드 영화가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적 형식미를 탐색한다.”
– 양민수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부교수, ≪아방가르드 영화≫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