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연구와 담론분석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프런티어 2 : ≪문화연구와 담론분석≫
문화연구와 담론분석 간의 생산적 담화
생산적 담화?
은유가 아니다. 직접 화법이다.
문화연구 학자와 언어학자가
서로 배우며 공통의 화두인
문화와 언어의 복합적 정체성을 탐구한다.
그 결과 두 분야 모두 더 풍성하고 탄탄해졌다.
문화이론은 조리 있는 방법론을 장착했고
담론분석은 깊이 있는 이론적 자원을 보강했다.
≪문화연구와 담론분석≫을 어떻게 알았나?
2006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렸던 세계언론학회(IAMCR) 학술대회에서 처음 접했다.
주목한 이유는 뭔가?
문화연구와 담론연구를 전공으로 하는 연구자로서 이 두 영역의 접점이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그 구체적인 가능성을 항상 찾고 있었다. 특히 문화연구에서 민속지학적 방법(ethnographic method)인 심층 인터뷰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차에 담론분석을 통한 문화연구가 새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지금까지 문화연구의 무엇이 그리 답답했나?
문화연구는 ‘죽은’ 텍스트에 주목해 왔으며, 살아 있는 발화 주체(agents of utterance)의 발언을 분석하는 데 실패했다. 민속지학 연구, 수용연구, 소비연구와 마찬가지로 문화연구는 살아 있는 사람의 발화를 탐구하고 있는 곳에서조차 언어분석의 도구를 거의 제공하지 못했다. 텍스트나 문화현상 연구에 치중하는 것으로 현재 살아 있는 현상을 연구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심층 인터뷰 방법론을 차용함에도 그런가?
심층 인터뷰를 통한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대상의 발화 자체에는 주목하지 않고 그들이 기술하거나 발화하는 현상에만 주목함으로써 문화연구의 가장 중요한 연구 대상을 포착하지 못했다.
문화연구는 왜 현상에만 주목했을까?
언어에 대한 구조주의, 포스트구조주의 이론이 전반적으로 강력하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이 이론은 언어의 문법에 중점을 두고 말하는 주체를 담론의 생성이나 결과로 치부한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비판적 담론분석이다. 비판적 담론분석은 말하는 인간의 연구를 보다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담론분석이 새로운 방법론인가?
담론분석은 기호학이나 의미론, 구문론 및 정신분석학적 방법론들을 다수 차용하고 있으나, 이들 각각의 분석 방법이 지니고 있는 장점을 융합시킨 것이다. 구조기호학의 다소의 정체성을 타파하고, 의미론적 분석 방법에 맥락을 접목시켰으며, 정신분석학 분석 방법을 보다 구체화했다.
비판적 담론분석의 강점은 무엇인가?
비판적 담론분석은 담론이 지니고 있는 텍스트적 의미와 그것의 구체적인 사회적 실천성을 연계시킨 분석이다. 발화자의 텍스트는 그것 자체로 의미 구성을 하고 있지만, 그것의 중심 사상이나 이념은 보다 구체화되면서 주요 주장이나 이념적 담론으로 연계된다. 나아가 이들 담론들은 여타의 담론들과의 경쟁과 타협을 거치면서 사회문화적으로 실천된다. 이러한 연계 과정을 주목하고 파악하는 것이 비판적 담론분석이다.
현실에서 비판적 담론분석의 예를 들면?
현재 박근혜 당선자의 공약을 인수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정책들로 진전시키고 있으며,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으로 구현된다. 이 연계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 바로 비판적 담론분석의 좋은 예다.
민속지학적 분석 방법과는 무엇이 다른가?
민속지학적 방법과 담론분석 모두 ‘인간’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하는 것은 같다. 하지만 민속지학적 방법은 ‘인간’ 자체가 아닌 그들이 특정 현상에 대해 언급하거나 기술하고 있는 내용에 초점을 둔다. 반면 담론분석 방법은 인간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차용하는 방법론도 다른가?
민속지학적 분석 방법은 구체적으로는 심층 인터뷰 방법을 차용한다. 담론분석 방법은 기호학적 분석 방법, 담론구조분석 방법, 서사구조분석 방법 등을 차용한다.
그 차이가 잘 드러나는 부분은?
이 책에서 보면 특히 4장과 5장이다. 발화자들이 아버지나 자신의 국가에 대해 어떻게 개념화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에 대해 또한 국가에 대해 어떤 기호를 통해 발화하며 어떻게 의미 구성을 하는가에 중점을 둔다. 이런 발화를 통해 그들이 자신의 아버지나 국가와 어떻게 연계되어 있으며 어떠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가가 밝혀진다.
문화연구에서 언어와 정체성은 왜 중요한가?
문화연구의 주요 목적은 간단히 말해 문화적 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문화적 정체성을 심층 인터뷰를 통해 파악하려 했다. 담론분석 방법을 시도하면 발화자의 언술을 통해 정체성을 직접 파악하기 때문에 언어가 가장 중요한 분석요소로 작용한다.
주체성과 담론의 관계는?
자신의 주체성에 대한 인식이 특정의 문제나 사안에 대해 발화하게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사안인 여성에 대한 성폭력 이슈는 여성과 남성의 입장에서 서로 다른 논의가 이루어진다.
비판적 담론분석에 문제는 없는가?
분석자의 역량이 문제다. 담론분석은 분석 방법이 지니고 있는 정밀성과 엄밀함을 연구자가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텍스트, 담론, 사회적 실천성의 연계를 발화체를 통해 밝힐 수 있는 작업은 분석자의 높은 숙련도를 요구한다.
저자들이 문화연구 분야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크리스 바커는 문화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학문적 성과를 내는 호주의 학자다. 그의 저서는 전 세계로 확산되어 문화연구의 입문이나 진전된 논의를 주도한다. 다리우시 갈라신스키는 크리스 바커와 공동 작업을 많이 수행하고 있는 영국 학자다. 특히 그의 전문분야인 담론분석을 통해 문화연구에서 언어와 담론을 중심으로 하는 분석 방법을 시도한다.
우리나라 문화연구자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우리는 오랫동안 심층 인터뷰 분석을 중심으로 한 민속지학적 분석 방법에 치중했다. 분석 대상은 다양했지만 분석 방법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언어와 담론을 근간으로 하는 분석 방법이 문화연구의 새로운 분석 방법으로 인식되고, 그로 인한 새로운 성과들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전문가를 위한 책인가?
문화연구 학자나 학생들에게 유용할 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책이다. 특히 언어와 담론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유익하다.
당신은 누구인가?
백선기다.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다. 기호학을 주요 연구 영역으로 삼아 문화연구와 담론연구를 기호학 영역의 확장과 보완의 관점에서 연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