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기 시선
贈燕
姚玉京
昔時無偶去
今年還獨歸
故人恩義重
不忍更雙飛
제비에게
요옥경
작년에 짝 없이 떠나더니
올해도 혼자서 돌아왔구나.
옛 임의 은혜가 두터워서
차마 짝지어 날지 못하구나.
≪중국 명기 시선≫, 녹주 외 지음, 박정숙 옮김, 8쪽
이 시를 지은 요옥경이 누구인가?
중국 동진 시기 양주(襄州), 곧 지금의 허난성 팡청(方城)에서 활동한 명기다. 본래는 명문세가의 딸이었다.
명문세가의 딸이 기생이 되었나?
부친이 전란으로 사망하자 어머니와 함께 양주로 피난했다. 어머니가 병으로 사망하자 장례를 치르기 위해 몸을 팔아 기녀가 되었다. 후에 양주의 소리(小吏)인 위경유(衛敬瑜)에게 시집갔다.
이 시에서 제비는 왜 짝지어 날지 못하는가?
남편이 물에 빠져 죽자 수절하고 시부모를 부양하며 지내던 요옥경의 작품이다. 남편의 은혜를 잊지 못해 독수공방하며 시부모 봉양에 정성을 다한 그녀의 모습이 제비에게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하필 제비인가?
제비 한 쌍이 살았는데 어느 날 한 마리가 매에게 잡혀갔다. 나머지 한 마리가 혼자 슬프게 울다가, 가을이 되자 마치 고별하듯 요옥경의 팔에 앉았다. 그녀는 붉은 실을 다리에 묶으며 “내년 봄에 다시 와서 나의 짝이 되어 다오”라고 말했다. 그 이듬해 정말 그 제비가 다시 날아왔다. 그래서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중국 명기 시선≫은 어떤 책인가?
중국 서진(西晉) 시기부터 청대(淸代)까지의 이름난 기녀 50명의 대표 시 59편을 소개했다. 설도(薛濤), 이야(李冶), 어현기(魚玄機)를 빼고는 낯선 이름들이다.
이름이 낯선 이유는?
기녀는 생애가 자세하지 않다. 남은 작품도 한두 수에 불과하다. 연구가 쉽지 않다. 명대 이후의 기녀에 연구가 몰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책을 어떻게 묶었나?
우리말로 번역한 시와 원문을 제시하고 각 작품에 해제를 달았다. 해제에는 작자의 생평이나 작품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고, 원문을 읽는 데 꼭 필요한 시어와 관련 고사를 풀이하면서 특징과 주제를 간명하게 설명했다.
작품은 어디서 얻었나?
≪옥대신영(玉臺新詠)≫, ≪선진한위진남북조시(先秦漢魏晉南北朝詩)≫, ≪전당시(全唐詩)≫, ≪악부시집(樂府詩集)≫ 을 비롯해 류인(劉引) 등이 편찬한 ≪역대 명기 시사곡 삼백 수(歷代名妓詩詞曲三百首)≫[산시렌민출판사(山西人民出版社), 1992] 등 각종 시선집 자료 및 기녀 관련 연구 자료를 참고해 뽑았다.
작품 선정 기준은?
우리말로 번역된 적이 없는 것부터 골랐다. 주제가 잘 드러나고 표현이 신선한 작품을 우선했다. 그 외 제재가 특별한 작품, 기녀의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거나 웅건한 기개가 있는 작품 등을 소개했다.
주된 주제는 무엇인가?
이별의 정한(情恨), 임을 향한 기다림과 그리움이다.
기녀들의 공통 정서인가?
기녀뿐만 아니라 고대 봉건 사회에서 여성들의 공통 정서라 할 수 있다. 당시 기녀들은 일반 여성보다 오히려 좀 더 자유로웠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고대 중국 봉건 사회에서 기녀는 어떤 존재였나?
일종의 전문 예인이었다. 각종 기예를 전문적으로 교육받았으며 각 시대마다 유행하는 문화의 창작 주체이자 전파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들은 노예가 아닌가?
노예 신분이었지만 황제나 고관대작과 교류했다. 이른 ‘명기(名妓)’는 자신의 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기루를 출입하는 문인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명기에 대한 ‘품조(品藻)’ 현상도 일어났다.
품조란 무엇인가?
일종의 품평이다. 당대의 ≪북리지(北里志)≫·≪교방기(敎坊記)≫를 비롯해 송대의 ≪취옹담록(醉翁談錄)·연화품조(蓮花品藻)≫·≪여정집(麗情集)≫, 원대의 ≪청루집(靑樓集)≫, 명대의 ≪청니연화기(靑泥蓮花記)≫·≪진회사녀표(秦淮士女表)≫·≪금릉기품(金陵妓品)≫·≪판교잡기(板橋雜記)≫은 모두 당시의 명기를 가려 뽑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의 감상법을 제안한다면?
오늘날의 ‘기녀’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악(女樂)’에서 연원해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뽐내며 중국의 문화사 일면을 장식한 그녀들의 위상을 인정하고 작품을 읽어 보자.
당신은 누구인가?
박정숙이다. 계명대학교에서 강의한다.
2704호 | 2015년 7월 30일 발행
박정숙이 옮긴 ≪중국 명기 시선≫
기녀, 황제와 교류한 노예의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