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단편집
포르투나토가 아무리 무례하게 굴어도 난 할 수 있는 한 꾹 참았으나 이번에 그자가 또 나를 모욕하려 들었을 땐 복수하기로 맘먹었다. 물론 내 성질을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말로써 그자를 위협했다고는 생각지 않을 게다. 마침내 앙갚음을 하는 거야.
<아몬티야도 술통>, ≪포 단편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정민 옮김, 3쪽
포르투나토가 무엇을 잘못했나?
너무 무례했다. 늘 ‘나’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해 모욕을 주었다.
복수의 일 단계는?
지하실로 유인하는 것이다.
미끼는 무엇인가?
포르투나토가 자부하는 와인 감정 실력이다. ‘나’는 그를 만나 루케시에게 아몬티야도 와인 감정을 부탁하러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포르투나토는 우쭐거리며 루케시는 아무것도 모르니 자신이 해 주겠다며 ‘나’를 따라나선다.
지하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나?
‘나’는 그를 치켜세우며 가장 깊숙한 토굴로 이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를 쇠사슬로 묶고 돌담을 쌓는다.
성공하는가?
완전범죄였다. “반세기 동안 이것을 허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아몬티야도 술통>은 어떤 작품인가?
포의 공포소설 가운데 최고 수작이다. 포 자신이 단편소설의 원리로 강조한 대로 ‘압축’과 ‘주제의 통합’을 갖췄다. 재기 번뜩이는 대화, 빠른 클라이맥스, 보기 드문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공포를 배가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일인칭 주인공 화자의 태연자약한 목소리, 압축된 문체, 습기 찬 지하 납골당, 화강암 벽과 쇠사슬, 희생자의 어릿광대 의상까지 요소요소가 긴장감과 공포감을 더한다. 에드가 상 수상자인 소설가 잰 벅(Jan Buck)은 어릴 때 이 단편을 읽고 나서 몇 주 동안 불을 켜고 방문을 열어 두고 잠을 잤다고 술회했다.
포는 어떤 작가인가?
“근대문학의 침울한 하늘에 떠 있는 일등성(一等星)이다.” 보들레르의 평이다.
무엇이 그를 ‘일등성’으로 만들었나?
환상과 몽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심리 변화를 과학적인 추론을 통해 분석하고 논증했다. 죽음, 공포, 불안, 우울 등 괴기스럽고 환상적인 것들을 소재로 복잡한 내면의 인물을 창조했다.
창작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 겪은 고통이다. 부친에게 버림받고 모친을 잃었다. 양부는 그를 내쫓았다. 이럴 때 아이들은 자신을 책망한다. 포의 소설에서 위험이 생겼을 때 가해자는 화자다.
어떤 작품이 그런가?
<검은 고양이>를 보라. 화자는 무대 밖으로 빠져나와 자신이 얼마나 악랄한지 설명까지 해 준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동물들을 학대하고, 술독에 빠져 지내고, 아내를 구타하고, 기어이 그녀의 머리에 도끼를 박아 넣은 이야기를 남의 얘기를 하듯이 담대하게 해 댄다.
문학사에서 포의 영향은 어떠했나?
미국에서는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은 유럽의 작가들이다. 오스카 와일드, 마르셀 프루스트, 도스토옙스키, 아서 코넌 도일, 쥘 베른이 그에게 푹 빠졌다. 말라르메, 발레리 등 프랑스 상징주의 작가들은 열광했다. 보들레르는 그의 작품을 번역하는 데 평생을 바쳤으며 ≪악의 꽃≫을 헌정했다.
어떻게 살다 갔나?
1809년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입양되었다. 도박과 음주로 빚을 지고 양부모와도 불화를 겪었다. 어린 조카 버지니아 클렘과 결혼하지만 결핵으로 사망하면서 과음은 더욱 심해졌다. 1849년 술집 앞에서 인사불성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곧 사망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정민이다. 세종대, 광운대, 서울과기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2746호 | 2015년 9월 17일 발행
근대문학에서 가장 밝은 별
김정민이 옮긴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포 단편집(Stories of P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