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키스의 여인들
헤라클레스: 아들아, 이 아비를 불쌍히 여겨 다오!
비난받을 리 없으니, 제발 칼을 빼어
내 쇄골 아래 가슴을 찔러 다오!
그리하여 네 불경한 어미 때문에 겪게 된
이 지긋지긋한 고통을 치유해 다오!
네 어미가 고통 받는 나처럼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좋으련만!
제우스의 아우이신 하데스 신이여!
제게 안식을 주소서!
빨리 죽게 하여 이 고통을 끝내 주소서!
≪트라키스의 여인들≫, 소포클레스 지음, 김종환 옮김, 98∼99쪽
헤라클레스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아내 데이아네이라가 선물한 옷을 입었다. 독혈이 묻어 있었다.
독혈의 출처는?
네소스다. 그는 헤라클레스가 쏜 화살에 맞았다. 그것에 히드라의 독혈이 묻어 있었다. 그의 피도 독성을 띠게 되었다. 데이아네이라가 그 피를 간직했다.
그녀가 독을 품은 까닭이 뭔가?
네소스가 꾸민 거짓말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데이아네이라를 이용했다.
어떤 거짓말이었나?
그것이 사랑의 미약이라는 것이다. 남편의 마음이 다른 여인에게 향할 때 특효가 있다고 했다.
헤라클레스가 다른 여인을 마음에 두었나?
그렇다. 포로로 잡혀 온 이올레였다. 그는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했다. 데이아네이라는 그녀가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될까 봐 두려워졌다. 사랑의 미약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네소스가 일러 준 주의 사항을 떠올린다.
무엇에 주의해야 하나?
빛이다. 헤라클레스가 독혈 묻은 옷을 입기 전에는 햇빛이나 화덕 불에 노출되면 안 된다. 그가 가장 먼저 입어야 한다.
네소스의 복수는 성공하는가?
그렇다. 데이아네이라는 비밀스럽게 보관해 온 미약을 헤라클레스의 옷에 묻힌다. 전령을 시켜 그에게 옷을 전한다. 옷이 살에 닿자 온몸이 타 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시작된다.
데이아네이라의 반응은?
속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책하며 괴로워한다. 아들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목숨을 끊는다.
헤라클레스의 고통은 언제 끝나는가?
죽어야만 끝난다. 아들에게 산 채로 화장해 달라고 한다. 아들은 거절한다. 지나가는 행인이라도 대신해 주길 바라며 그를 나뭇단 위에 옮겨다 놓는다. 막이 내린다.
반신반인에게 죽음이 가능한가?
신화에서는 필록테테스가 나뭇단에 불을 붙여 헤라클레스에게 죽음을 가져다준다. 대가로 망자의 곤봉과 독화살을 물려받는다.
소포클레스는 헤라클레스에게서 무엇을 보았나?
고통이다. 네소스의 독혈이 닿은 순간부터 헤라클레스에게 삶은 고통이다. 죽음만이 안식을 줄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산 자들의 삶 역시 고통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제우스의 뜻이다.
고통이 인간의 숙명이란 말인가?
그렇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에 맞선 인간의 종말, 소포클레스 비극의 특징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종환이다. 주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번역했지만 현재 그리스 비극 번역에 몰두한다.
2749호 | 2015년 9월 21일 발행
고통, 인간의 운명이 시작된다
김종환이 옮긴 소포클레스(Sophocles)의 ≪트라키스의 여인들(Trachini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