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론과 역사학
만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부관 시절 툴롱 전투에서 사망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메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그가 필요해지는 순간 항상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해 필요하고 무슨 목적으로 필요한가? 그것은 명백히 훗날 사회주의를 야기할 물질적 생산력을 위해서다.
≪과학이론과 역사학≫, 루트비히 폰 미제스 지음, 박종운 옮김, 237~238쪽
미제스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사회주의의 마지막 남은 신화인 사적 유물론을 비판한다. 마르크스주의 역사철학이 역사 발전 경로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라고 보았다.
엥겔스의 답이 틀렸다는 것인가?
나폴레옹은 툴롱 전투에서 사망하지 않았다. 나폴레옹의 대역으로 예정된 사람도 그 자리를 메우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하며 지내는가? 엥겔스와 같은 역사적 필연성의 옹호자들은 이 문제에 답하지 않았다.
경제학자 미제스가 역사학을 논하는 것인가?
그렇다. 이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그의 반간섭주의 경제학보다는 인간행동학이라는 방법론에 더 크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인간행동학의 핵심을 바로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인간행동학의 핵심이란 무엇인가?
방법론적 이원주의다. 인간을 돌이나 행성, 원자 혹은 분자와는 철저하게 다른 방식으로 고려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그것들과 어떻게 다른가?
인간은 행동한다. 다시 말해 목표와 목적을 가진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인간 존재의 본질이다. 돌, 행성, 원자는 목표도 선호도 가지지 않는다.
사적 유물론의 인간관은 어떤가?
인간을 집단으로 바라본다. 집단의 생각은 물질적 생산력의 상부구조로서 계급적 사고이고, 개인은 도구에 불과하다는 견해다.
개인의 행동으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나?
사적 유물론에서 개인은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을 뿐이다. 무슨 일을 하건 개인의 행동 결과는 신이 미리 예정해 놓은 결론에 반드시 맞아떨어지게 되어 있다. 어떤 사건은 직전에 선행했던 상태의 필연적 결과다.
미제스는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나?
개인이 역사를 만든다고 본다. 개인은 역사 발전 법칙의 명령을 실행하기만 하는 수단이 아니다. 자연법칙의 범위 안에서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그 법칙을 활용한다.
역사는 위인이 만든다는 뜻인가?
역사의 개인성을 강조한 것뿐이지 위인의 역사로 단순화한 것은 아니다. 역사를 위인들의 산물로 제시하는 것은 이해가 더딘 사람들에 맞춘 단순한 설명이다. 역사적 위인들이 수행했던 역할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평범한 것일 수 있다.
위인의 역할이 평범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어떤 위인이라도 자신이 사는 시대 사람들의 사상, 염원에 역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것에 발을 맞추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오직 일부 천재적 사상가만 시대의 사상에 얽매이지 않는다.
평범한 개인을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미제스는 ‘심정학(thymology)’이라는 말을 만들어 제시했다.
심정학이란 어떤 것인가?
인간의 가치 판단과 의지에 대한 지식이다. 사람들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 가치 판단을 하는 방식, 그들의 소원과 바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에 대해서 알아내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 판단, 바람, 행동을 연구한다.
역사학이 심정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나?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역사학자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에게 필요불가결한 재능이다. 역사학은 심정학을 이용해 새로 쓸 수 있다. 그리고 새로 써야 한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사회주의≫, ≪인간행동≫과 더불어 미제스가 남긴 걸작으로 꼽힌다. ≪인간행동≫의 근저에 있는 철학을 보완하고 다듬는 저작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박종운이다. 미제스의 ≪인간행동≫과 ≪사회주의≫를 번역 출간했다.
2779호 | 2015년 10월 26일 발행
인간의 판단과 의지에 대한 지식
박종운이 옮긴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의 ≪과학이론과 역사학(Theory and 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