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론
대중문화에 대한 논의는 새로운 집단으로서 대중, 그리고 대중이 즐기고 향유하는 문화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이 논의는 자연스럽게 대중의 읽을거리에 대한 관심과 읽는 행위의 평가로 이어졌다.
‘대중문화 논의, 새로운 방향·지평·의의’, ≪대중문화론≫, v쪽.
대중은 언제 어디서 출현했나?
18~19세기 유럽에서다.
18~19세기 유럽의 특징은 뭔가?
농업을 토대로 단단하게 결속했던 농촌 공동체가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농촌 공동체는 왜 약화되었나?
상업과 제조업의 발흥 때문이다. 농업을 밀어내고 새 주축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경제 구조 재편의 결과는?
급속한 이촌향도 현상이 일어났다. 도시로 엄청난 규모의 사람들이 유입됐다. 이들이 바로 대중을 형성했다.
여기서 대중은 뭔가?
이질적 개인의 집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초창기엔 주로 노동자 계층으로 구성됐다. 기존의 농촌 공동체와 그 속성이 다르다.
차이가 뭔가?
농촌 공동체는 친근한 관계와 직접적 정서 공유가 특징이다. 반면 대중은 각 개인이 홀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이웃이나 주변 사람과 별 소통 없이 지낸다.
소통 없이 집합을 이루는 게 가능한 일인가?
가능하다. 면대면 직접 소통 대신 다른 소통 창구가 개인을 연결했다.
그 소통 창구가 뭔가?
소설책, 팸플릿, 잡지, 신문과 같은 인쇄 매체다. 인쇄 매체를 통해 각 개인은 간접적으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점차 유사한 사고와 감정 구조를 공유하게 됐다.
인쇄 매체는 개인을 어떻게 연결했나?
사회의 주요 의제와 정보를 쉽고 간결하게 전파했다. 감성적이고 흥미로운 가십도 제공했다. 정보 공유와 집단 오락의 장으로 기능했다.
대중문화의 출발점이 이곳인가?
그렇다. 인쇄 콘텐츠 소비와 공유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 전통문화와 다른 대중의 문화가 점차 꼴을 갖추게 된다. 특히 주요 고전의 축약본,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성서 해례, 감성에 소구하는 소설, 흥미로운 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가 대중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게 된다.
인기 있는 문화 콘텐츠의 공통점은 뭔가?
당시 대중의 문해력 수준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도시 노동자의 언어 능력과 문화 소양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이들을 주 소비층으로 하는 대중문화 콘텐츠는 그래서 쉽고 짧고 감각적이었다.
대중문화에 대한 당대의 평가는 어땠나?
전통문화에 견줘 낮게 평가되었다. 특히 문예비평과 문학비평 진영은 대중문화의 저급성을 비판했다.
비판의 근거가 뭔가?
대중문화가 대중을 읽는 행위로 이끌어 가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 수준이 지극히 낮아 교양을 함양하거나 지식을 쌓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감성이나 감정을 자극해 인간성을 타락시키거나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중문화를 비판할 때 오늘날까지도 유지되는 입장이다.
대중문화가 그렇게 저급한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대중문화의 태동기에는 그런 면이 없잖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를 이루는 대중의 문화적 수준, 즉 읽고, 쓰고, 보고, 듣고, 느끼는 능력이 꾸준히 향상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대중이 향유하는 대중문화의 수준이 항상 낮다고 평가할 근거는 전혀 없다.
그렇다면 대중문화는 뭔가?
문화는 귀족의 독점물이었다. 대중문화는 문화의 독점을 풀어 대중에게 확산시켰다. 인류에게 이렇게 큰 문화의 혜택을 베푼 사례는 없었다.
이 책, ≪대중문화론≫은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대중과 대중문화의 역사와 쟁점을 정리했다. 계급, 성, 이데올로기, 육체, 주체성, 산업, 의미처럼 관련 키워드도 소개한다. 대중문화 현상을 좀 더 다채롭게 파악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백선기다.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다.
2824호 | 2015년 12월 17일 발행
대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나?
백선기가 쓴 ≪대중문화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