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권용철의 동화는 대부분 친숙한 자연 공간이나 일상의 낡은 풍경들과 일차적으로 대면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그곳을 살아가는 순수 존재들의 본원적 마음을 현상하는 데 주력한다. 다시 말해 그의 동화는 이른바 ‘어른 사회’가 망각했던 동심, 그 순진무구한 천연의 마음을 재생하는 데 바쳐진다. 이를 우리는 권용철 동화 특유의 동심의 현상학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데, 지금까지 작가는 투명한 언어와 안정된 문장, 참신한 비유, 견고하면서도 디테일한 서사,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문학적 기법 등을 동반하여 “맑은 영혼과 햇빛 같은 마음씨”(<별의 별>)를 복원해 왔다.
그의 동화 세계는 “맑은 영혼과, 햇빛 같은 마음씨와, 풀씨 같은 꿈을 지닌” 어린이를 위한 ‘푸른빛’의 교훈과 미래를 향한 제언의 내용으로 충만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작가는 “진선미를 본질로 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마음의 상태”인 동심을 지키고 가꾸느라 분주하다.
200자평
권용철은 동화를 통해 순수 존재들의 본원적 마음을 현상하는 데 주력하는 작가다. 그의 동화 세계는 “맑은 영혼과, 햇빛 같은 마음씨와, 풀씨 같은 꿈을 지닌” 어린이를 위한 ‘푸른빛’의 교훈과 미래를 향한 제언의 내용으로 충만하다. 이 책에는 <별의 별>을 포함한 15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권용철은 1943년 출생했다.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했다. 등단 초기에는 어린이들의 생활상을 제재로 한 동화를 썼고, 20대 중반 이후부터는 판타지 동화를 주로 창작했다.
≪하얀 물새의 꿈≫, ≪씨 뿌리는 농부≫, ≪하늘에 뿌리는 씨앗≫, ≪들장미 언덕≫, ≪하늘이 보내 준 여행≫ 등을 출간했으며 1969년 <흐느껴 우는 소리>로 문공부 문예상, 1973년 ≪들장미 언덕≫으로 소천아동문학상, 1991년 ≪하늘이 보내 준 여행≫으로 방정환문학상을 받았다.
해설자
이성천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했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 <알리바바의 서사, 혹은 소설의 알리바이>가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시, 말의 부도(浮圖)≫, ≪위기의 시대와 글쓰기≫, ≪한국 현대소설의 숨결≫, ≪작품으로 읽는 북한문학의 변화와 전망≫, ≪한국 소설의 얼굴≫(전 18권) 등의 저서 및 공저를 출간했으며, 계간 ≪시와시학≫, ≪시에≫, ≪시와사람≫ 등의 문예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현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10회 젊은 평론가상과 제17회 시와시학 평론상을 수상했다.
차례
작가의 말
분디나무와 작곡가
딸기코 할아버지
기적 소리
쌍골죽의 꿈
꿈속에 내리는 눈
학이 된 누나
눈물
씨 뿌리는 선녀
눈산의 그림자
흉내쟁이 티티새
오마니
수수
도깨비 집
목련
별의 별
해설
권용철은
이성천은
책속으로
1.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자, 곧장 분디나무한테로 갔습니다.
분디나무는 봄여름 내 땀 흘려 만든 열매와 잎사귀들을 남김없이 떨어뜨리고, 빈 몸으로 서 있었습니다. 가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괭이로 분디나무의 뿌리 밑을 깊게 팠습니다. 그러고는 그곳에 <생명 교향곡>의 악보를 묻어 주었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면, 땅속의 악보는 어떻게 될까요?
분디나무의 꽃이나 잎사귀, 또는 열매들로 다시 눈부시게 되살아나겠지요!
-<분디나무와 작곡가> 중에서
2.
젓대에선 가을의 울음소리 같은 맑고 깊은 가락이 울려나왔습니다.
“바로 이 소리야! 하늘의 소리! 젓대는 역시 쌍골죽으로 만들어야 해! 슬픔의 뿌리를 갖고 태어나 버림받으며 떠돌게 되는…. 그 아픔과 설움들이 가슴을 저미는 아름다운 소리로 새롭게 태어나는 거야!”
길손의 머리엔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습니다. 소리 하나를 찾아 헤매 다닌 외로운 길이었지만 가슴 뿌듯하게 여겨졌습니다.
‘드디어 꿈을 이뤘구나! 길손을 만나지 못했다면 한낱 부지깽이로 끝났겠지. 길손도 나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느 길가에서 눈을 감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을 테고…. 비록 비보라와 눈보라가 많이 치긴 했지만 아름다운 길이었어.’
쌍골죽은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 걸어가고 싶었습니다.
-<쌍골죽의 꿈> 중에서
3.
“참, 내 정신 좀 봐! 그곳에도 별이 있는데….”
빛 할아버지는 팔을 내리며 아래를 내려다보셨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별들은 하늘에 있잖아요. 이때까지 크리스마스트리에 단 별들은, 금종이나 은종이로 만든 것이어서, 진짜 맛이 나지 않았어요. 하늘의 별들을 좀 따 주세요. 진짜 눈이 내린 곳에 반짝반짝 빛나는 진짜 별을 달아 놓으면, 아주 멋진 크리스마스트리가 될 거예요.”
순다는 다시 빛 할아버지에게 졸랐습니다.
“하늘의 별들보다 더 빛나는 게 그곳에 있어.”
“그게 뭐예요?”
“맑은 영혼과, 햇빛 같은 마음씨와, 풀씨 같은 꿈을 지닌 너희 어린이들. 어린이들은 지구의 별이란다. 그러니까 별의 별인 셈이지. 지금 눈 쌓인 산 크리스마스트리에 올라가 웃어 보렴. 그러면 눈부시게 반짝일 테니까. 하늘의 수많은 별들 중에서, 지구가 가장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건, 너희 어린이들이 있기 때문이란다.”
-<별의 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