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빅토리야 토카레바는 현대 러시아인들의 일상생활을 담은 이른바 ‘세태 묘사’의 대표적인 작가다. 토카레바 산문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세태 묘사는 궁극적으로는 ‘휴머니즘’과도 연결된다. 이는 거대 담론으로서의 휴머니즘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불행한 운명에 대한 실현 가능한 처방으로서의 휴머니즘이다. 즉 고단한 일상에 지친 영혼들을 ‘살아 있는 사랑의 작용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의 ‘일상적 휴머니즘’이며, 이것은 토카레바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가 된다.
토카레바의 산문에서 주목되는 점은 부조리한 현실의 거짓과 진실, 고립된 환경에 처한 존재의 고독감, 실현 불가능한 욕망과 비극적인 인간의 운명 등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나름의 진실을 다룬 ‘삶과 사랑’이다. 작품에서 주로 다뤄지는 주제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며, 가족, 사랑, 죽음, 배신, 만남과 이별 등과 관련된 인간의 내면세계와 다양한 운명이 빚어내는 갈등의 문제다. 특히 ‘사랑’은 토카레바의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 중 하나다. 때로는 사랑의 욕망으로 인해 고통을 받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사랑이다. 즉 “심장에 사랑이 없다면 죽은 사람이다. 그는 다만 살아 있는 척할 뿐”이기 때문이다.
200자평
러시아 베스트셀러 작가 빅토리야 토카레바의 작품이다. 주인공 이고리가 휴양소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과 불륜을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불륜 뒤 변해 가는 가정과 주변의 수많은 것들을 묘사한 문체는 덤덤하지만 일상적 문제 및 인간의 내면과 다양한 갈등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토카레바식 세태 묘사의 특징이다.
지은이
빅토리야 토카레바(Виктория С. Токарева)는 1937년 레닌그라드(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1958년 레닌그라드 음악대학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어린이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쳤다. 이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가 되겠다는 어릴 때부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1962년 모스크바 국립영화학교 시나리오학부에 입학했다. 1964년 단편소설 <거짓 없는 하루(Ден без вранья)>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이해는 ‘해빙기’가 막을 내리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녀는 성공적으로 ‘마지막 열차’에 뛰어올랐고, 이로써 대단한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작가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고급 문학예술 잡지인 ≪신세계(Новый мир)≫와 ≪젊음(Юность)≫ 등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다. 1969년 첫 단편집 ≪없었던 것에 대하여(О том, чего не было)≫가 출간되었을 때 비평가 피로고프는 “토카레바는 윤기 있는 글쓰기와 전문적 열정을 보존한 작가 정신으로 ‘문학의 상업화’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한 작가”라고 극찬했으며, 유리 나기빈은 “토카레바에게는 나쁜 소설이 하나도 없다. 매우 빛나고 좋은 것만 있다”고 했다.
1970∼1980년대에는 작품의 예술성을 높이 평가받으며 시나리오 작업에 주력했다. 1968년 <문학 수업>을 시작으로 영화로 제작된 대다수의 작품이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그중 영화 <미미노>는 1977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눈사태>(2001) 또한 성공적인 작품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녀의 소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해마다 두세 권의 중·단편집이 출간되며 이른바 ‘토카레바 붐’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빅토리야 토카레바의 현상은 절대적으로 존재한다.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라는 세간의 호평을 받으며, 출간되는 즉시 거의 모두 베스트셀러가 된다.
토카레바의 소설은 현재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음은 물론, 거의 모든 중·단편집이 계속해서 재출간되고 있다.
작가는 현재 모스크바에 살고 있다.
옮긴이
김서연은 단국대학교를 졸업하고, 러시아 극동국립대학교에서 러시아어문학을 공부했다.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노문학을 전공했고, <빅토리야 토카레바 중·단편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러시아문학 전문 번역과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한다.
옮긴 책으로 ≪눈사태≫, ≪토카레바 단편집≫, ≪계몽의 열매≫, ≪결혼≫, ≪학교 출입 금지≫ 등이 있다.
차례
눈사태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그렇게 됐어요.” 그가 말했다.
“다 지나갈 걸세.” 장모는 침착하게 약속했다.
“만일 이게 지나간다면, 당치도 않은 거죠….”
이고리의 눈에 진짜 두려움이 서렸다.
“자네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세. 하지만 조심하게.”
“무슨 뜻이죠?” 이고리가 눈을 들었다. 장모가 마주 쳐다보았다.
“자네를 짓밟을 걸세.”
“누가요?”
“삶이.”
109∼1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