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46년 <중국의 장벽> 초연 공연 팸플릿에 막스 프리슈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연극은 우리 영혼의 일상을 보여 줍니다. 우린 이런 무대를 매일같이 머릿속에 지니고 살아갑니다.”
여기서 말한 ‘이런 무대’는 자연과학자들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현실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 세상이 어떻게 멸망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 현재와 독선적이고 독재적이며 국민을 무시하고 제국주의적 열망에 사로잡혀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과거 인물들과 연관된 무대다. 만일 정치제도가 달라진다면, 인류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중국의 장벽>을 쓴 이유는 대량 학살과 인류 멸망의 위기 앞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막스 프리슈는 말하고 있다.
<중국의 장벽>은 공간과 시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극작술을 통해, 정치사회적인 계몽성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이집트를 무대 위에서 언급하면서, 인간의 역사가 시작하는 처음과 마지막을 하나의 동일한 시간으로 묶어 놓았다. 막스 프리슈는 이러한 극작술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만나면 뭔가 숨겨진 것 즉, 비인간적인 지배 방식이 폭로될 것이라고 본다.
200자평
막스 프리슈는 <중국의 장벽>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 이후 계속되는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개발과 활용으로 대량 학살이 가능해진 새로운 시대의 ‘위협’에 소극적으로 행동하며 뒤로 물러서서 방관만 하는 스위스인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남긴다.
지은이
막스 프리슈는 취리히 부근 빌더무트(Wildermuth)에서 1911년 5월 15일 건축가인 아버지 프란츠 브루노 프리슈와 어머니 카롤린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오스트리아 사람이었고, 고조할머니가 독일인이었다. 1930년 겨울 학기에 취리히대학 독문학과에 입학했으며, 부전공으로 문화사와 로만어를 전공했다. 그러나 공부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해 1933년 자퇴했다. 1932년 아버지가 죽었기 때문에 그는 돈을 벌어야만 했고, 1931년부터 꿈꾸던 언론인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해져 그는 1934년까지 프라하, 부다페스트, 이스탄불과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스위스와 독일에서 발행하는 여러 신문과 잡지에 여행기, 문학비평, 수필을 발표했다. 1942년 그는 콘스탄즈 마이엔부르크와 결혼했으며, 만족할 만한 시민으로서 생활을 유지했다. 그러나 1954년부터 아내와 별거했으며, 1959년에는 이혼했다. 그는 시민으로서 생활에 만족했던 시기를 1964년 소설 ≪내 이름은 간덴바인≫에 담았다. 1951년에서 1952년까지 막스 프리슈는 미국 록펠러재단 초청으로 미국과 멕시코에서 살면서 195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주의와 냉전을 경험했다. 또한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판 마녀 사냥이었던 ‘매카시(McCarthy)’ 시대를 겪었다. 그는 1954년 이전까지 시민적인 생활과 작가로서 일을 병행했으나, 아내와 이혼한 것을 계기로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1991년 79세 나이로 사망했다.
옮긴이
김창화는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서 석사, 독일 뮌헨대학교 역사철학부에서 연극학 전공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극단 ‘창작기획’ 대표이며, 상명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다. 주요 논문으로는 <서사극의 이화 효과에 관한 연구>, <J. M. R. Lenz의 사실주의 극작술 연구>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오레스테스≫(1994, 평민사), ≪독백과 대화≫(1999, 집문당), ≪한국에서의 서양 연극≫(1999, 소화출판사)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서극
극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15장
16장
17장
18장
19장
20장
21장
22장
23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나폴레옹: 유럽은 세계의….
현대인: 그만하십시오, 각하, 더 이상은 안 됩니다!
나폴레옹: …유럽의 주인은 지금 누군가?
현대인: 각하…!
나폴레옹: 시민이여, 그대는 왜 대답을 하지 않는 거요?
현대인: 각하…. 원자는 쪼개질 수 있습니다.
나폴레옹: 그게 무슨 소리요?
현대인: 대홍수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각하가 명령을 내리신다면. 다시 말씀드리면, 이제 우리는 인간이 생존하느냐 멸망하느냐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와 있습니다. 각하, 누가 이 선택을 해야 합니까? 인간 스스로 결정해야 하나요? 아니면 당신이?
나폴레옹: 당신은 민주당인가?
현대인: 네. 민주당을 후원합니다. 각하, 우리는 더 이상 일인 독재정치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 지구상 어디나 마찬가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