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키퍼>(1972)는 통일 이전 폴커 브라운의 희곡을 대표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노천 광산에서 육체 노동자로 일한 경험에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동독의 당 정책에 맞서는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1961년 베를린장벽이 건설된 뒤에 동독은 적극적으로 경제 발전을 추구했다. 생활 수준과 경제 수준을 향상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1960년대 동독은 경제적 난국에 빠져 있었고 새로운 지도 방식과 의식 분석을 필요로 했다. <키퍼>는 바로 이러한 동독의 사회상을 묘사한다. 당시 저개발 사회, 단순 노동과 인간적 관계, 사회주의 국가의 비민주적 처리 방식 등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키퍼>가 이제야 우리나라에서 처음 소개되는 것은 브라운의 인지도를 생각해 볼 때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브라운의 극작품들 중에서 우선 통일 전에 쓴 초기 대표작을 먼저 소개한 이유는, 브라운 희곡의 전형적인 특징을 담고 있으며, 중기와 후기 작품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초기 작품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키퍼>가 <위대한 평화>와 함께 그의 희곡 작품 가운데 이해하기 가장 난해한 작품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라운의 작품은 공연할 때마다 항상 새로운 희곡론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200자평
<키퍼>는 사회가 제공한 기회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한 비숙련 노동자 파울 바우흐(Paul Bauch)의 1년간 생활을 보여 준다. 폴커 브라운의 초기작이다.
지은이
폴커 브라운(Volker Braun)은 1939년 5월에 작센(Sachsen) 주 드레스덴(Dresden)에서 태어났다. 그는 1957년 대학 입학 자격 시험을 치른 뒤에 당으로부터 대학 입학 허가를 얻지 못해 1960년 라이프치히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기까지 인쇄업과 복합기업체(Kombinat)의 지하 공사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광산 기술자로도 일했다.
브라운은 문학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사회에 관심을 가졌다. 주로 역사 진행 과정에서 ‘개인과 사회’, ‘주인공의 일상에 나타난 사회적 모순’을 주제로 작품을 썼으며, 주인공의 좌절을 통해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가 쓴 시대극은 모두 사회에 현존하는, 사회 구성원인 개인의 성장을 저해하는 실질적인 사회적 문제들을 보여 주며, 다양한 등장인물 구성을 통해 여러 가지 모순상을 나타낸다. 이때 작가는 드러난 모순들의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복잡한 토론의 토대를 가진 본보기들을 ‘열린 결말’ 형식으로 제시해 준다. 관객이 스스로 무대에서 본 모순점들의 발생 원인에 관해 생각해 보고 그 극복과 개선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브레히트와 마찬가지로 브라운 또한 서독에서도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았다. 통일도 되기 전에 서독에서 브레멘문학상(1986)을 수상했다. 통일 이후 1992년에는 서독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emberg) 주에서 ‘실러-기념상’과 독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Georg Büchner) 상’(2000)을 수상했다. 더구나 영국 웨일즈대학에 초빙되어 1년간 연구 활동을 했고(1994), 서독 하이델베르크대학(1996)과 카셀대학(1999∼2000)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옮긴이
김충완은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연방도서관 전속 번역가, 라이프치히대 언어 연구소 강사, 자우르 출판사 편집위원, Azzo 외국어서비스센터 번역가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Auf der Suche nach dem offenen Ausgang-Untersuchungen zur Dramaturgie und Dramatik Volker Brauns≫, ≪편지로 읽는 독일, 독일인≫, ≪기초 독일어 문법≫, ≪영화 인문학 산책≫(공저)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동독 작가 폴커 브라운의 드라마 기법에 관하여-그의 작품 ‘Die Kipper’를 중심으로>, <폴커 브라운과 그의 극작품에 대한 비평적 담론 분석>, <동독의 초기와 중기 역사 발전 단계에 나타난 교회 정책>, <‘막노동꾼들(Die Kipper)’과 ‘위대한 평화(Großer Frieden)’를 중심으로 살펴본 폴커 브라운의 인물 형상화 원칙과 기능>, <Die Dramaturgie Volker Brauns-der offene Schluss> 등이 있다. 경성대학교와 단국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경상대학교, 창원대학교와 해군사관학교에 출강 중이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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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바우흐: 예. 여긴 항상 똑같은 일만 생기죠. 작업조 일 말입니다. 하루하루가 변함없이 흐르고, 오늘도 내일도 똑같죠. 모래는 노란색인데 모래더미는 회색빛이죠. 아무 변화도 없어요. 이게 내가 함께해야 할 일이었단 말입니까? 매일 똑같은 날만 필요로 하고, 매일매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고, 내겐 아무 변화도 없죠. 반복되는 또 다른 나에게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죠. 무슨 생각이 나겠습니까? 실제로 이건 최고의 세상이죠! 한 시대 앞서 가야 해요. 오직 매일 앞으로만 가야 한다고요, 매일. 이젠 됐소?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