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하일브론의 대장장이 테오발트의 고발로 비밀재판이 열린다. 딸 케트헨이 폼 슈트랄 백작을 처음 본 바로 그 순간부터 그를 신 받들듯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혼사가 막힌 이 처녀는 부친의 명은 거절하면서도 슈트랄 백작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이다. 테오발트는 이것이 바로 불순한 마술의 결과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느냐며 재판관들에게 슈트랄 백작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다. 하지만 슈트랄 백작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케트헨이 자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케트헨만이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텐데, 그녀는 슈트랄 백작을 자신의 신이라 명명할 뿐 다른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부친에게 이끌려 수녀원으로 향하던 케트헨은 우연히 슈트랄 백작을 공격하려는 라인 백의 작전 계획을 손에 넣게 된다. 케트헨 덕분에 몇 차례의 위기를 넘긴 슈트랄 백작은 우연히 숲속에서 잠든 케트헨을 발견하고 그녀의 잠꼬대를 듣게 된다. 이로써 비로소 그간의 의문이 모두 풀린다. 케트헨이 왜 그토록 슈트랄 백작을 따랐는지, 그 납득할 수 없는 끌림의 정체가 공개된다.
클라이스트의 작품 가운데 <<펜테질레아>>와 쌍을 이루는 작품이다. 펜테질레아가 극단적 광기를 품은 여성이라면 이 작품 속 케트헨은 절대선이자 성녀다. 그런데도 클라이스트는 두 작품의 본질이 실은 하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설한다. ‘광적인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펜테질레아의 야만성과 케트헨의 성스러움은 ‘광적인 사랑’의 양면이었던 것이다. 펜테질레아가 야만성으로 괴테를 비롯한 동시대 작가들에게 강력한 비판을 산 반면 이 작품은 대중의 호응을 얻어 여러 차례 공연되었다. “클라이스트의 다른 어떤 작품도 19세기에 <케트헨>처럼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수용된 작품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자평
피고 폼 슈트랄 백작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비밀재판이 열린다. 고소인은 하일브론의 대장장이 테오발트다. 딸 케트헨이 맹목적으로 그를 따르고 있으며 이 납득할 수 없는 추종은 슈트랄 백작이 그녀에게 행사한 마력 때문이라는 것이 테오발트의 주장이다. 케트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클라이스트 생전에 대중의 호응이 가장 뜨거웠던 작품이다.
지은이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Heinrich von Kleist, 1777∼1811)는 현재 독일과 폴란드의 국경을 이루는 오더 강변의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n der Oder)에서 1777년 10월 10일 태어났다. 1811년 11월 22일 34세의 나이로 요절했기 때문에, 작가로서 활동한 기간은 약 10여 년에 불과하다. 생전에는 작가로서 크게 인정받지 못해 불우하고 가난한 일생을 보냈다. 하지만 사후에 점차 작품의 진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그는 독일 문학의 중요한 고전 작가로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모더니즘을 선취한 작가로도 주목받는다.
옮긴이
이원양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문학박사). 독일 괴테인스티투트디플롬을 받았고 쾰른 및 함부르크 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연구했으며 뮌헨 대학교 연극학연구소에서 연극학을 연구했다. 한국브레히트학회 회장, 한국독일어교육학회 회장,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 그리고 한양대학교 문과대 학장을 역임했으며, 독일연방공화국 정부로부터 1등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다. 지은 책으로는 ≪브레히트 연구≫(1984), ≪독일어 기초과정≫(1995), ≪우리 시대의 독일연극≫(1997), ≪독일 연극사≫(2002), ≪만나본 사람들, 나눈 이야기≫(2006), ≪이원양 연극에세이≫(2010)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한국의 봉함인≫(2005), ≪베르톨트 브레히트≫(2007) 등이 있다. 번역 희곡으로는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2006), <서푼짜리 오페라>(2006), <아르투로 우이의 출세>(2008), 크뢰츠의 <거세된 남자>(1987), <수족관>(1988), 슈트라우스의 <재회의 3부작>(1997), 브라운의 <베를린 개똥이>(2007), 실러의 <간계와 사랑>(2008), <빌헬름 텔>(2009), <발렌슈타인>(2012), <메리 스튜어트>(2015), 폰 호르바트의 <빈 숲 속의 이야기>(2009), 클라이스트의 <펜테질레아>(2011), 폰 마이엔부르크의 <못생긴 남자>(공역, 2011), 롤란트 시멜페니히의 <황금 용/과거의 여인>(2012) 등이 있다. 2010년 7월 밀양연극촌에서 <햄릿> 공연 사진전 <햄릿과 마주보다>, 2013년 3월 12일부터 24일까지 주오사카 독일문화원 및 오사카 시 에노코지마 문화센터에서 공연 사진전 <한국 무대에 오른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가졌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폼 슈트랄 백작: (혼잣말로) 기이하다, 정말로! 그믐날 밤이라….
(그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하다.)
거기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 다오, 케트헨!
내가 혼자 갔더냐?
케트헨: 아니요, 존경하는 어르신.
폼 슈트랄 백작: 아니라고? 누가 나하고 같이 있었니?
케트헨: 아하, 이러지 말아요!
폼 슈트랄 백작: 말해 봐!
케트헨: 그걸 당신은 더 이상 모른다고?
폼 슈트랄 백작: 모른다, 내가 살아 있는 한.
케트헨: 게루빔이 당신과 함께 있었어요, 나의 귀하신 분이여,
두 어깨에 눈같이 흰 날개가 달렸지요,
그리고 빛이…. 오, 주님! 번쩍였지요! 광채를 발했지요!
그 천사가 당신을 내게로 인도했어요.
폼 슈트랄 백작: (그녀를 응시한다.) 나는 복된 마음으로 믿고자 하거늘, 내 생각엔,
네 말이 맞다.
1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