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일반인이 읽기에는 다소 껄끄러운 면이 없지 않다. 실험적인 내용을 직접 소개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새로운 연구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나 연구원이라면 상당히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헴 생물학이 담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내용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헴은 기본적으로 전자 전달에 관여한다. 비타민C를 발견하고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헝가리의 센트죄르지는, 생명은 전자의 흐름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탄소에 고에너지 전자를 담는 것이 광합성이고 인간은 그 에너지를 빼내서 ATP 형태로 사용한다. 이 말을 생태학에서는 독립 영양 생명체 및 종속 영양 생명체라는 용어를 써서 설명하고 세포 생물학에서는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를 들어서 설명한다. 바로 그 중심에 헴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뇌와 신경계에서 헴의 역할은 다소 새로운 영역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헴은 모든 곳에 존재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생물학과 의학에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마이크로 RNA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헴이다. 헴과 결합하는 단백질이 마이크로 RNA의 세공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헴은 일주기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다.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은 생명체 내의 헴의 양이 주기적으로 늘었다 줄었다 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낮에 먹을 것을 구하고 밤에는 잠을 자야 한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가 하기 매우 힘든 일 중에 하나는 먹는 일이다. 따라서 헴은 물질 대사와 관련된 생체 리듬을 조절한다. 그런가 하면 의학계에서는 이들 물질을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거나 피부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생명의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헴에 대한 논의는 늦었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200자평
인간은 늘 숨을 쉬지만 산소에 대해 자주 생각하지는 않는다. 헴이 없이 숨을 쉰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하지만 헴은 생명 활동의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산소를 운반하거나 저장하고 전자를 전달하면서 에너지를 만들고 외부에서 침입한 독성 물질을 제거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거의 대부분은 헴에 의지하고 있다. 이 책은 헴 생물학의 거의 모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헴에 대해 소개한다.
지은이
장 리는 중국계 미국 여성 과학자다. 그녀는 다소 독특한 분야인 산소의 감지와 헴 신호전달이라는 영역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그녀는 헴은 ‘지킬과 하이드’라고 말한다. 적재적소에 만들어진 헴은 생명의 필수 분자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텍사스대학에서 컬럼비아대학으로 옮긴 장 리 박사는 슬론 캐터링 암센터 과학자들과 공동 작업을 진행하면서 산소가 없을 때 어떤 유전자들이 영향을 받는지 연구했다. 이는 바로 헴과 직결되는 질문이다. 물론 당연히 헴이 있고 없을 때 영향을 받는 유전자도 연구했다. 그런 결과는 생물학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중국 광저우 종샨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이후 도미하여 캘리포니아(UCLA)대학에서 생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MIT에서 분자 생물학과 분자 유전학 분야를 연구했다.
옮긴이
김홍표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다. 국립보건원 박사후 연구원과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피츠버그 의과대학,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연구했다. 천연물 화학, 헴 생물학, 바이오 활성가스, 생물학, 자기소화, 면역학과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한국연구재단이 톰슨로이터 DB의 피인용 상위 10% 논문을 대상으로 분석한 조사에서 ‘2009∼2014년 한국인 기초과학 상위 연구자’로 의학(4위), 약학(3위) 두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연구 분야와 관심 분야는 기초 생물학과 진화생물학, 진화의학이다. 지은 책으로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궁리, 2016), ≪산소와 그 경쟁자들≫(지식을만드는지식, 2013)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진화하는 물≫(지식을만드는지식, 2017), ≪내 안의 바다, 콩팥≫(뿌리와이파리, 2016), ≪우리는 어떻게 태어나는가≫(궁리, 2015), ≪진화와 의학≫(지식을만드는지식, 2015),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신기관≫(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제2의 뇌≫(지식을만드는지식, 2013)가 있다.
박정우는 서울대학 미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울산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다.
배현옥은 원광대학교 자연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워너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다.
백승훈은 포항공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울산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다.
신재균은 와이오밍대학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다.
정수월은 전남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울산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다.
정헌택은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울산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다.
조연수는 서울대 자연대를 졸업하고 현재 울산대학교 생명과학부 연구원이다.
최혜선은 브라운대학 생물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울산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다.
차례
들어가며
제1장 서론
제2장 헴의 합성과 분해: 오작동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제3장 헴: 유전자 전사 조절 인자인 헴
제4장 단백질 합성과 적혈구 생성에서 헴 의존적 eIF2α 키나아제(HRI)
제5장 뇌신경계에서 헴의 역할: 지킬박사와 하이드?
제6장 헴과 마이크로 RNA 생성
제7장 생물학에서 헴의 매력적인 역할: 헴 다시 보기
제8장 헴 인지 구조화학: 헴과 단백질 혹은 펩티드 상호 작용
제9장 헴 생합성 과정의 임상 응용: 프로토포르피린 IX을 이용한 광역학 치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헴 분해 이상과 연관된 가장 흔한 질병은 피부에 빌리루빈이 침착하여 황달을 초래하는 빌리루빈 과다증이다. 빌리루빈 과다증은 겸상 적혈구 빈혈, 유전성 구상적혈구증(spherocytosis), 독성이 있거나 특이 체질의 약물반응에서 일어나는 용혈작용 증가(적혈구의 너무 이른 파괴)에 기인한다. 빌리루빈 과다증은 간 기능 장애, 예를 들어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이나 간암 때문에 생긴 세포 손상이 원인이 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황달의 또 다른 흔한 형은 신생아 황달이다. 신생아의 거의 반수가 태어난 첫 5일 동안 임상적으로 황달 증세를 보인다. 대개 신생아에서 빌리루빈 UDP-글루쿠론산 전환효소의 활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39쪽
생명체에서 헴은 단백질의 보결체(prosthetic group)로 간주된다. 헴을 포함하는 단백질은 주로 산소를 운반하고 감지하는 역할을 하거나 독성 물질의 무독화 및 대사에 참여한다. 또한 신호 전달 물질인 일산화탄소와 일산화질소를 만들어 생물학적 요구에 부응하는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기능을 하는 헴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분해되고 여러 세포 사이를 순환한다. 보결체로 단백질에 편입되지 않고서도 헴은 단백질과 일시적으로 결합해 그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헴의 기능은 뇌신경 생물학에서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1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