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쇼타 루스타벨리의 작품 ≪호피를 두른 용사≫는 조지아 문학의 모태가 된 민족 서사시로서 중세 문학의 최고봉으로 손꼽힐 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서도 위대한 서사시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의 시적 리듬은 오늘날 조지아의 어떤 현대 문학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호피를 두른 용사≫는 사랑과 우정에 대한 모험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서사시는 두 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인도의 용사 타리엘과 그의 연인 네스탄−다레잔에 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아랍 최고의 용사 압탄딜과 그의 연인 티나틴에 관한 이야기다. 두 이야기는 타리엘의 감성적 절망과 압탄딜의 냉정한 이성이 서로 대치되면서 전개된다. 서사시의 주 내용은 폭정과 사악함을 상징하는 카제티 성에 갇혀 있는 네스탄을 구하러 가는 용사들의 모험이다. 압탄딜은 애인 티나틴의 부탁으로 신비롭고 수수께끼 같은 인물 타리엘을 찾아 나선다. 그는 사냥터에서 한바탕 전투를 벌인 후 사라졌다. 그를 뒤쫓던 압탄딜은 타리엘이 네스탄과 비극적 운명의 사랑으로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타리엘의 사랑과 절망에 공감한 압탄딜은 결국 타리엘과 의형제가 되어 함께 우정을 나누며 위험한 모험에 동참한다. 두 주인공은 수많은 장애물을 극복하며 악을 이겨 낸다. 작가는 서사시 전체를 통해 정의와 공정함이 무법과 악을 반드시 이긴다는 중요한 원칙을 설파하고 있다.
≪호피를 두른 용사≫에는 쇼타 루스타벨리의 독특한 세계관이 나타나 있다. 일반적으로 민족 서사시라면 한 민족과 다른 민족 간의 투쟁이 나온다. 그런데 이 서사시에서는 인도 문명과 아랍 문명이 잘 융합되어 나타난다. 사실 조지아인들은 종교와 민족을 초월해 조화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쇼타 루스타벨리는 타민족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보다는 휴머니즘에 입각해 이야기를 서술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사랑과 우정은 인간의 가장 명예로운 감정들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투쟁해 나가는 등장인물들의 낙천주의는 조지아 민족의 독특한 성격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기독교 정신과 신플라톤주의가 결합된 서사시로 평가받는다. 작가는 인간의 정해진 운명으로부터의 자유로운 삶, 즉 사고와 감정을 포함한 개인의 자유를 칭송한다.
이 작품은 조지아와 캅카스를 연구하는 학자들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과 러시아 지역을 연구하는 학자들 모두에게 무척 중요한 자료다. 이 서사시 안에 언급된 지역들의 서로 다른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 대한 훌륭한 정보는 다른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200자평
조지아의 민족시인 쇼타 루스타벨리의 작품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오늘날 문학연구가들은 그를 셰익스피어나 단테, 푸시킨과 동등하게 간주한다. 인도 용사 타리엘과 아랍 용사 압탄딜이 겪는 사랑과 우정의 모험이 1587연의 대서사시로 펼쳐진다. 12세기 작품이라고는 볼 수 없는 섬세한 심리 묘사와 흥미롭고 탄탄한 스토리는 단테의 서사시에 비할 만하다.
지은이
쇼타 루스타벨리(შოთა რუსთაველი, 1172∼1216)는 조지아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휴머니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조지아의 세력이 절정에 올랐던 시기, 즉 조지아 문화의 “황금시대”라 불렸던 타마르(თამარი) 여왕 시대(1160∼1213)에 궁정 시인으로 활동했다.
쇼타 루스타벨리는 조지아 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국민 시인으로 서사시 ≪호피를 두른 용사(ვეფხისტყაოსანი)≫의 저자다. 하지만 쇼타 루스타벨리에 대한 동시대의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시인은 이 서사시의 서시에서 자신을 루스타벨리로 소개한다. 루스타벨리는 요새나 마을의 이름 ‘루스타비’에서 유래했다. 즉, 지역 이름과 관련이 있는 별칭이라 할 수 있다. 정확히 어느 지역의 ‘루스타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속학자들과 17세기의 왕족 시인 아르칠(Арчил)은 모두 루스타벨리가 조지아 남부에 있는 그의 고향인 루스타비 마을이 위치해 있는 메스헤티(Месхети) 지역의 토착인이었다고 전한다.
현재 조지아 국가는 화폐에 루스타벨리의 초상을 그려 넣고, 수도인 트빌리시에 루스타벨리 광장을 만들어 그를 기념하고 있다. 조지아인들은 그를 시문학의 거장으로 숭배하고, 그의 이름을 민족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타 루스타벨리에 대한 당시의 자료가 대부분 소실된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는 물론이거니와 조지아 내에서도 작가에 대한 연구와 정보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오늘날 문학 연구가들은 쇼타 루스타벨리를 영국의 셰익스피어, 이탈리아의 단테, 러시아의 푸시킨, 폴란드의 미스케비치와 동등하게 간주한다.
옮긴이
조주관은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 입학해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OSU) 대학원 슬라브어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 논문은 <데르자빈의 시학에 나타난 시간 철학(Time Philosophy in Derzhavin’s Poetics)>이다.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 학술 위원을 지내고, 2000년 2월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논문으로는 <데르자빈의 시학에 나타난 바로크적 세계관과 토포이 문제>(교과부장관상 수상)가 있고, 저서로 ≪러시아 시 강의≫, ≪러시아 문학의 하이퍼텍스트≫, ≪고대 러시아 문학의 시학≫(문광부 우수학술도서), ≪죄와 벌의 현대적 해석≫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러시아 현대비평이론≫, ≪음식과 성≫, ≪시의 이해와 분석≫, ≪주인공 없는 서사시≫, ≪말로 표현한 사상은 거짓말이다≫, ≪자살하고픈 슬픔≫, ≪오늘은 불쾌한 날이다≫, ≪루슬란과 류드밀라≫,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검찰관≫, ≪타라스 불바≫, ≪보리스 고두노프/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아흐마둘리나 시선≫, ≪보즈네센스키 시선≫, ≪오쿠자바의 노래시≫,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중세 러시아 문학(11∼15세기)≫, ≪16세기 러시아 문학≫, ≪17세기 러시아 문학≫, ≪17세기 러시아 풍자문학≫, ≪참칭자 드미트리≫, ≪노브고로드의 바딤/마차 때문에 일어난 불행≫, ≪만물상≫, ≪미성년≫, ≪여단장≫ 등이 있다. 현재 18세기 러시아 문학 시리즈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차례
서시
제1장. 아랍 왕 로스테반의 이야기
제2장. 아랍의 왕이 호피를 두른 용사를 만난 이야기
제3장. 압탄딜이 가신들에게 쓴 편지
제4장. 타리엘을 찾아 떠난 압탄딜
제5장. 타리엘이 압탄딜에게 자기의 과거를 이야기하다
제6장. 타리엘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
제7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네스탄 다레잔의 첫 편지
제8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쓴 타리엘의 첫 편지
제9장. 하타이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급사 파견
제10장. 타리엘에게 보내는 하타이인의 왕이 쓴 답장
제11장. 하타이인들과의 승리 후 인도 왕에게 보내는 타리엘의 편지
제12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쓴 네스탄 다레잔의 편지
제13장. 타리엘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쓴 편지
제14장. 타리엘이 네스탄 다레잔의 실종을 알게 되다
제15장. 타리엘이 바닷가에서 만난 누라딘 프리돈의 이야기
제16장. 프리돈에 대한 타리엘의 도움과 적들과의 싸움에서 승리
제17장. 네스탄 다레잔에 대한 프리돈의 이야기
제18장. 압탄딜이 아랍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제19장. 압탄딜의 상소와 대신과의 대화
제20장. 압탄딜과 셰르마딘과의 대화
제21장. 로스테반 왕에게 보내는 압탄딜의 유서
제22장. 압탄딜의 기도
제23장. 로스테반 왕이 압탄딜의 비밀스런 길 떠남을 알다
제24장. 압탄딜의 출발과 타리엘과의 재회
제25장. 압탄딜이 정신을 잃은 타리엘을 발견하다
제26장. 타리엘이 사자와 암호랑이를 죽인 이야기
제27장. 타리엘와 압탄딜, 동굴에 도착해 아스마트와 만나다
제28장. 압탄딜이 프리돈이 있는 곳으로 떠나다
제29장. 프리돈이 있는 곳에 압탄딜이 도착하다
제30장. 네스탄 다레잔을 찾으러 출발하다
제31장. 굴란샤로 도시 왕국에 도착한 압탄딜에 대해
제32장. 압탄딜이 파트만에게 도착하다. 극진한 대접과 그녀의 기쁨
제33장. 파트만이 압탄딜에게 반해서 그에게 편지를 쓰다
제34장. 파트만이 압탄딜에게 보낸 연애편지
제35장. 압탄딜이 파트만에게 보내는 편지
제36장. 압탄딜이 차치나기르와 그의 친위병 두 명을 살해한 이야기
제37장. 파트만이 들려주는 네스탄 다레잔의 이야기
제38장. 어떻게 파트만이 네스탄 다레잔을 자신에게 돌아오게 하고, 그녀에 대해 우센에게 호소했는가에 대한 이야기
제39장. 우센이 네스탄 다레잔에 대해 내린 통첩
제40장. 카즈에게 붙잡힌 네스탄 다레잔에 대해 파트만이 압탄딜에게 한 이야기
제41장. 네스탄 다레잔에게 보낸 파트만의 편지
제42장. 파트만에게 보낸 네스탄 다레잔의 편지
제43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네스탄 다레잔의 편지
제44장. 압탄딜이 프리돈에게 보낸 편지
제45장. 압탄딜이 굴란샤로를 떠나 타리엘과 만나다
제46장. 타리엘과 압탄딜, 프리돈이 있는 곳으로 출발하다
제47장. 카제티 요새에서 프리돈, 압탄딜 그리고 타리엘의 협상
제48장. 카제티 성(城) 공략과 네스탄 다레잔의 구출
제49장. 바다의 왕이 있는 곳에 타리엘이 도착하다
제50장. 타리엘이 바다 황제와 이별하고, 프리돈의 왕국에 도착하다
제51장. 프리돈에 의해 개최된 타리엘과 네스탄 다레잔의 결혼
제52장. 타리엘이 다시 동굴을 향해 가서 보물을 보다
제53장. 아랍 왕에 의해 개최된 압탄딜과 티나틴의 혼례
제54장. 타리엘과 네스탄 다레잔의 혼례
마지막 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타리엘을 애도하는 이 시는 사라지지 않고 영원하리라.
모두 나 루스타벨리 곁에 앉아 누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들으라.
슬픔의 창에 가슴을 찔린 채, 나는 시로 그를 노래한다. 진주를 꿰듯이
이야기를 한 알 한 알 엮으니, 이야기가 차례로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