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민군을 위해 모금하세요, <황금과 붉은 피>
신해혁명의 소란을 틈타 민군으로 위장한 깡패들이 댜오메이 가족을 위협한다. 이 일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댜오메이는 민군을 위한 모금 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헤어졌던 가족과 극적으로 재회한다. 댜오메이가 딸 아얼이 속해 있던 극단의 연극 무대에 올라 혁명의 당위성에 대해 연설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아이들 마음은 엄마가 아니면 모르는 법이에요, <어머니>
의사 핑바오후는 내연 관계인 옌쯔를 환자로 속여 집안에 들인다. 아내 징즈는 내막을 알고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를 모른 척한다. 징즈의 여동생 후이주는 옌쯔를 집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야단한다. 한편 바오후와 징즈의 병약한 아들 리펀은 아무것도 모른 채 ‘옌쯔’에 대한 연정을 키워 나간다. 결국 바오후와 옌쯔의 관계를 알게 된 리펀은 큰 충격을 받는다. 리펀이 편지 한 통만 남겨 놓고 집을 뛰쳐나가자 징즈는 불길한 예감에 몸서리친다.
중국 근현대 연극사 100년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는 두 작품을 초역으로 소개한다.
200자평
중국 근대 연극의 선구자 런톈즈와 쉬줘다이의 희곡을 엮었다. 오사운동을 전후해 발표된 두 작품을 통해 초창기 화극의 두 가지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지은이
런톈즈(任天知, ?∼?)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그가 누구인지 정확한 정보는 알려진 것이 없다. 알려진 바로는 1907년 도쿄에서 춘류사의 <흑인 노예의 절규> 공연을 보고 춘류사에 귀국 공연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뒤 귀국해 왕중성과 손잡고 통감학교(춘양사) 공연을 흥행시킨다. 잠시의 공백기 뒤 1910년부터 1912년까지 진화단을 이끌고 난징, 우후, 한커우 등 창장 유역의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공연했다. 진화단 해산 후 다시 잠시 공백기가 있었고, 초창기 화극의 전성기였던 1914년 갑인중흥 무렵에 개명사(開明社), 제일여자신극단(第一女子新劇團), 민흥사(民興社), 민명사(民明社) 등에서 활동했다. 이후 그는 중국 연극계에서 사라졌고, 완전히 자취를 감춰 버렸다.
쉬줘다이(徐卓呆, 1881∼1958)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 속에 성장했다. 가난한 중에도 빚을 내 일본에서 유학하도록 해 준 할머니 덕분에 그는 1905년, 중국 최초의 근대 체육 전공자로서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1920년대 들어 영화계로 활동 영역을 옮긴 뒤에도 그는 연기와 번역, 창작, 교육을 병행했다. 그가 영화계에서 활동한 1925년에서 1942년까지 17년간 직접 시나리오를 썼거나 배우로 출연했거나 감독을 맡았던 작품은 30여 편을 헤아린다. 그중에는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 배우까지 1인 3역을 해 낸 작품으로 <은신의(隱身衣)>, <사랑의 비료(愛情之肥料)>(이상 1925년), <이상한 의사(怪醫生)>, <움직이는 은상자(活動銀箱)>, <살아 있는 간판(活招牌)>(이상 1926년), <수선화(凌波仙子)>,(1927년) 등이 있고, 세 역할 중 두 가지를 맡았던 작품도 다수 있다. 80 가까운 생애 중 그가 연극인으로 살았던 시간은 첫 번역극 <유언(遺囑)>을 발표한 1909년부터 역시 화극 배우였던 왕유유와 함께 카이신(開心)영화사를 차린 1925년까지의 십 수 년 정도다. 연극계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잠시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이들 중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는 연극인으로 사는 동안 한 번도 연극계의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중국 연극사에 소중한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옮긴이
김종진은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동대학교 중국어과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중국 근현대 연극을 전공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중국 근대 연극 발생사≫(연극과인간)가 있고, ≪중국 화극 100년≫(차이나하우스), ≪가정은원기≫, ≪복숭아꽃이 그려진 부채≫ 등을 번역했다. 대표 논문으로 <중국 화극의 중국성(中國性)과 중국적인 화극> 등이 있다.
차례
황금과 붉은 피
어머니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극단 단장 :마침 댜오메이 선생 부녀가 오늘 우연히 상봉하게 되었는데, 이 댜오메이 선생이 현 시국에 대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각오로 오늘 부녀가 함께 무대에 올라 연설을 하시겠다고 합니다. 물론 상하이에 남녀가 공동으로 공연한 전례가 없어서 곤란하다고 했습니다만, 댜오메이 선생께서는 몸소 너무나 많은 고생을 이겨 내셨고, 또 연극을 위해서도 수많은 위험을 이겨 내신 분이라, 일단 댜오메이 선생을 무대에 모셔서 연설을 한 번 듣고 나서 저희 공연을 이어 진행하려 합니다. 여러분 찬성하십니까?
<황금과 붉은 피>, 57쪽
후이주: 언니는 언니 자신만 생각하면 안 돼. 아들 리펀, 딸 팡구 생각을 해야지. 언니는 형부 아내인 게 더 중요해, 아니면 아이들 엄마인 게 더 중요해? 대체 둘 중에 어느 게 더 중요하냐고!
징즈: (고개를 들며) 거기까지 생각을 못해 봤네. (벨을 울린다.) 아이들 엄마 노릇은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어머니>, 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