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킨슨 시선
슬픔처럼 살며시 여름이 사라졌네
슬픔처럼 살며시
여름이 사라졌네−
너무나 살며시 사라져
배신 같지도 않았네−
고요가 증류되어 떨어졌네.
오래전에 시작된 석양처럼,
아니면, 늦은 오후를
홀로 보내는 자연처럼−
땅거미가 조금 더 일찍 내렸고−
낯선 아침은
떠나야 하는 손님처럼
정중하지만, 애타는 마음으로
햇살을 내밀었네−
그리하여, 새처럼,
혹은 배처럼,
우리의 여름은 그녀의 빛을
미의 세계로 도피시켰다네.
≪디킨슨 시선≫, 에밀리 디킨슨 지음, 윤명옥 옮김, 140~141쪽
봄날이 갔듯이
여름도 살며시 사라졌어요.
슬퍼하지 마세요.
또 어느 낯선 아침
우리 곁에 살며시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