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친 교수
스토리친: 사비치의 어떤 점에 끌렸던 거요?
옐레나 페트로브나: 저도 모르겠어요. 그는 비열한 놈이에요. 용서해 주세요, 여보.
스토리친: 아… 그러니까, 그게 사실이었군! 사실이었어…. 그랬군…. 그랬단 말이지! 그랬던 거야.
옐레나 페트로브나: (겁에 질려) 물을 좀 드릴까요?
스토리친: 됐소…. 오늘만 해도 텔레마호프 교수가 나를 비난하더군. 정직하지 않다고, 멍청하다고 말이오. 내가 일부러 눈감아 주고 있는 거라고 하더군…. 그가, 당신네들 모두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소? 나는 당신들의 그 모든 추악함을 정말로 보기 싫었고, 정말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말이오. 그 모든 사실이란 것들을 난 진심으로 부정하고 있었다는 걸 당신들이 어찌 이해할까? 사실이라! 난 그 사실이라는 게 가진 동작과 언어의 모든 허망함에 근거해 사실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소. 왜냐하면 내 앞에는 당신의 맹세가, 내 모든 삶의 가치와도 같은 굳건한 바위가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이오. 오, 난 바보였어, 바보였어!
≪스토리친 교수≫, 레오니트 안드레예프 지음, 박선진 옮김, 108∼109쪽
부부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인가?
옐레나가 내연 관계인 사비치와 함께 남편 몰래 공금을 횡령했다. 스토리친이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았다.
사비치가 누구인가?
스토리친 집에 드나드는 손님 중 하나다. 중학교 교사로 미남이지만 뻔뻔하고 무례하다.
옐레나는 왜 그에게 끌렸나?
그녀를 불쌍히 여기고, 그녀도 사람이란 걸 이해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어느새 책에만 빠져 있는 남편보다 그에게 더욱 의존하게 됐다.
남편 책임인가?
불멸성을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여긴 스토리친은 아내도 불멸성을 갖춘 여인이 되길 바랐다. 온갖 열정을 쏟아 그녀를 가르쳤다. 그런데도 그녀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자 이상을 찾아 책과 학문에 파묻혔다.
아내의 외도를 어떻게 알게 됐나?
친구가 알려 주었다. 그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충고했다. 스토리친만 빼고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실을 안 그의 반응은?
자괴감에 빠진다. 그는 아름다운 삶, 불멸성을 가진 삶을 해칠 수 있는 거짓이 존재하지 않기를 무의식적으로 바랐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거짓에 스스로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을 깨닫고 자책한다.
그와 아내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나?
둘 사이에 사비치가 끼어들어 무례하게 굴면서 갈등이 더욱 깊어진다. 스토리친은 술을 잔뜩 마시고 집을 나온다.
어디로 가나?
친구 집이다. 하지만 그곳도 편히 의탁할 데는 못 되었다.
무슨 일이 생기나?
사비치가 들이닥쳤다. 스토리친을 데려가겠다는 이유였다. 그는 이미 스토리친의 집안일에 깊숙이 개입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스토리친의 반응은 어땠나?
음주와 흥분으로 기력이 많이 떨어진 데다 비까지 맞은 상태였다. 원래 심장이 약했던 그에게 이 모든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든 치명적 충격이었다. 결국 쓰러졌다.
불멸성은 찾지 못한 것인가?
자신을 바라보는 아내의 따뜻한 눈과 아이들의 밝은 웃음에서 그것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외면한 채 이상을 향해 내달렸다. 그 결과 자신이 완전히 혼자이며 누군가로부터 기만당해 왔다는 사실만 깨달았을 뿐이다.
레오니트 안드레예프는 누구인가?
은세기라 부르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러시아에서 작품 활동을 펼친 선구적 작가다. 범심론을 문학 이론으로 완성하고 범심론극을 선보였다.
범심론극이 무엇인가?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 할지라도 생명이 없거나 피상적인 것은 없다고 한 철학적 범심론을 도입한 극이다. 당시 유행하던 ‘드러나는 기분’을 표현하기보다 ‘숨어 있는, 전체적인 기분’을 나타내려 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박선진이다. 계명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초빙조교수다.
2788호 | 2015년 11월 5일 발행
눈을 떴다. 혼자였다.
박선진이 옮긴 레오니트 안드레예프(Леонид Н. Андреев)의 ≪스토리친 교수(Профессор Сторицы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