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카운터빌리티, 새로운 미디어 규범
2595호 | 2015년 5월 20일 발행
새로운 규범,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
정수영이 쓴 <<어카운터빌리티, 새로운 미디어 규범>>
새로운 규범,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
엔에이치케이가 죽었다 살아났다. 부정과 은폐가 위기의 원인이었다.
어떻게 살아났을까?
정보 공개가 명약이었다.
경영, 집행, 예산과 결산의 모든 자료를 열었다.
시민의 신뢰가 살아났다.
“NHK는 전체 경영 재원의 약 96%를 시청자가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수신료로 충당한다. 그 바탕에는 일본 국민들의 높은 신뢰와 지지가 있다. 그런데 2004년 7월, 프로그램 제작비 부정 지출 사건으로 사회적 비판에 휩싸였다. 2005년 1월에는 교육 채널의 다큐멘터리 < ETV 2001>의 방송 내용이 여당 유력 정치인의 압력에 의해 방송 직전 재편집되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공영방송과 어카운터빌리티’, <<어카운터빌리티, 새로운 미디어 규범>>, 56쪽.
비난과 의혹의 결말은?
사장 사임과 재발 방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이 벌어지고 엔에이치케이 해체 또는 민영화 주장까지 머리를 들었다. 개국 이후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최대 위기의 직접 원인은 무엇인가?
사건 발생 직후 보여 준 태도가 문제였다. 당시 제기된 비리와 의혹에 대해 폐쇄적이고 불성실한 태도, 자기 합리화에 가까운 대응 방식으로 일관했다. 공영방송을 믿었던 시청자들은 이런 태도에 배신감을 느꼈다.
무너진 신뢰 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각종 개혁 시책 발표가 꼬리를 물었다. 그 중심에 ‘설명책임’, 즉 어카운터빌리티 이행이 있었다.
‘어카운터빌리티’는 어떤 개념인가?
사전에서는 어떤 행위에 대한 책임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는 ‘설명책임’, ‘책무성’, ‘책임성’으로 번역 소개되었다.
‘리스판서빌리티’와 같은 말인가?
다른 개념이다. 사회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는 점이 다르다. 리스판서빌리티는 내용이 중요하지만 어카운터빌리티는 반드시 대상이 있으며 그 대상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럼 어떻게 정의하는가?
‘개인과 개인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해명하고 설명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카운터빌리티의 출발점이자 본질이다.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는 무엇인가?
미디어가 스스로의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혹은 왜 이행하지 못 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가하는 과정이자 실천이다.
응답이나 설명, 정보 공개를 말하는가?
다르다. 미디어의 자유와 책임을 구현하기 위해 참여민주주의 기제를 도입한 제3의 규제 메커니즘이다.
무엇이 참여민주주의 기제인가?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는 시민과 미디어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사회적 자율 규제’를 지향한다. 미디어는 스스로가 이행해야 할 책임, 즉 리스판서빌리티의 목적과 기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하며, 시민은 미디어의 책임 이행 여부를 감시하고 평가한다. 이때 핵심어는 시민의 ‘참여’다.
시민 참여의 방법은?
퍼블릭 액세스 채널이나 대안 미디어, 에스엔에스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동시에 기존 미디어, 즉 신문사와 방송사의 어카운터빌리티 이행과 시민 참여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기존 미디어의 ‘공개와 참여’는 어떻게 평가하나?
메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의견 개진, 공개방송, 퀴즈나 이벤트를 운영한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한 참여가 아니다.
그럼 진정한 참여란 무엇인가?
시민 참여의 핵심은 미디어-시민 간의 동등성과 상호성이다. 진정한 참여는 시민 스스로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결정권을 행사하는 실제 활동이다. 미디어의 투명성과 공개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미디어의 투명성과 공개성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엔에이치케이 사례를 보자. 정보 공개 제도를 활성화했다. 시청자의 납득과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다. 경영위원회는 물론 집행이사회 의사록, 예·결산 자료 등 경영 정보와 관련 기구 활동 모두를 공표한다. 또 각종 위원회를 설치, 해마다 방송 활동과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공개한다.
성과가 있었나?
시청자 신뢰를 회복했다. 2004년 비리 발각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수신료 계약 건수와 수입 금액이 2006년 이후부터 회복세를 보여 2008년부터는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어카운터빌리티 이행 수준을 높인 결과다.
이 책, <<어카운터빌리티, 새로운 미디어 규범>>은 무엇을 다루나?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의 본질과 역사, 핵심 쟁점을 살핀다.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가 무엇이며 대한민국에서 왜 더욱 절실한지를 설명한다. 새로운 미디어 규범으로서 어카운터빌리티 정착을 위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정수영이다. 성균관대학교 미디어문화콘텐츠연구소 학술연구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