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렉트라
2592호 | 2015년 5월 18일 발행
소포클레스의 캐릭터 효과
김종환이 옮긴 소포클레스(Sophocles)의 ≪엘렉트라(Electra)≫
엘렉트라, 정의로운 불의
선하고 똑똑하며 효성도 지극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이고 아들을 버리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자 딸은 달라진다.
사랑은 증오가 되고 효성은 살인이 된다.
클리타임네스트라: (집 안에서 울면서)
아, 아! 집 안에 도울 사람은 없고,
살인자만 가득하구나!
엘렉트라: 안에서 누가 소리치고 있어요. 들리세요?
코러스: 너무나 끔찍한 소릴 들었어요!
겁이 나서 덜덜 떨려요.
클리타임네스트라: (안에서) 오! 오!
아이기스토스, 당신은 어디 계세요?
엘렉트라: 누가 또다시 소리를 지르는구나!
클리타임네스트라: (다시 울면서)
내 아들아, 내 아들아,
어미를 불쌍히 여겨 다오.
엘렉트라: 당신은 아들도 그의 아버지도
불쌍히 여기지 않았어요.
≪엘렉트라≫, 소포클레스 지음, 김종환 옮김, 127∼128쪽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아들 오레스테스에게 살해당한다. 딸 엘렉트라가 그사이 밖에서 망을 보고 있다.
남매의 모친 살해극인가?
아버지 죽음에 대한 복수다. 어머니는 트로이전쟁을 끝내고 10년 만에 돌아온 아버지 아가멤논을 살해했다.
남편 살해의 이유는?
아가멤논이 출정을 위해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쳤기 때문이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남편 살해가 정당했으며 정의의 여신도 자신과 함께였다고 주장한다. 엘렉트라는 인정하지 않는다.
엘렉트라의 생각은 무엇인가?
어머니가 아버지의 사촌 아이기스토스와 놀아나기 위해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사실이 그런가?
엘렉트라의 생각이 옳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이 출정한 사이 아이기스토스와 놀아나면서 함께 남편 살해를 모의한다. 그러고는 아들 오레스테스를 몰아내고 아이기스토스를 미케네 왕으로 맞는다. 그에게서 자식까지 얻었다.
아버지가 죽은 뒤 남매의 운명은?
오레스테스는 미케네를 탈출한다. 장성해서 아폴론으로부터 “창이나 방패나 군대를 동원하지 말고 홀로 가서 은밀히 제 손으로 원수를 갚으라”는 신탁을 듣는다. 엘렉트라는 어머니와 아이기스토스의 학대를 견디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오레스테스의 귀환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자신이 죽었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복수를 두려워하는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가 간절히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아들의 유해를 가져왔다는 말에 오레스테스를 맞아들이고 결국 아들에게 살해당한다. 아이기스토스 역시 오레스테스 손에 죽는다. 엘렉트라는 동생을 독려한다.
복수는 정당한가?
남편 살해나 모친 살해 모두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소포클레스는 이 작품에서 모친 살해보다 남편 살해를 더 큰 문제로 부각한다. 에우리피데스가 모친 살해의 죄악을 부각한 것과 상반된다. 현대 작가들도 엘렉트라 이야기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현대 작가들은 엘렉트라를 어떻게 봤는가?
호프만슈탈의 엘렉트라는 아가멤논이 자신을 강간했다고 상상하는 정신병자다. 유진 오닐은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에서 오레스테스에 해당하는 인물을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들로 재현했다. 한편 장 지로두는 <엘렉트라>라는 작품을 통해 공포와 불안 속에서 삶의 환멸을 표출하는 현대인을 그렸다.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는 어떤 인물인가?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근본적으로 선하고, 한순간도 이기적인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아버지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어머니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긴 하지만, 가족을 지극히 사랑하는 인물이다.
그런 캐릭터 설정은 어떤 목적을 가리키는가?
아무리 정의로운 사람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 불의와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면 결국 스스로 사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소포클레스는 누구인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떤 작가보다도 높이 평가했던 그리스 극작가다. 일생 동안 123편의 작품을 발표했는데 현전하는 것은 7편뿐이다. 신화나 전설에서 소재를 취해 운명 앞에서 한계를 드러내지만 마지막까지 존엄성과 자유정신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상을 그렸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종환이다. 계명대학교 영문과 교수다. 그리스 비극 작품 번역에 몰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