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단장
2543호 | 2015년 4월 16일 발행
러시아 풍속 코미디의 비판 의식
조주관이 옮긴 데니스 폰비진(Денис И. Фонвизин)의 ≪여단장((Бригадир)≫
풍속 코미디의 웃음 폭탄
멀쩡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전통을 부정하고 주변을 비난하고 자신을 부인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자신이라고 우겨 댄다.
관객은 웃기 시작한다.
자아의 부재는 언제나 남을 웃긴다.
여단장 아내: 오, 부인! 고문관님이 따님을 제 아들 이바누시카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하시는데, (고문관 아내를 가리키며) 우리 사이에 굳이 격식을 차릴 필요가 있나요. 부인께서도 하느님의 축복 속에 따님을 제 아들과 결혼시키실 거죠? 제 아들에게도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겁니다. 이 결혼은 바로 부인께서 따님에게 부모로서 포상을 하는 겁니다. 거기에 어떤 격식이 있을 수가?
고문관 아내: 아, 우리 딸애가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딸애가 파리에 가 본 남자에게 시집을 가다니. 아, 정말 기뻐요! 파리에 한 번 가 보지도 못한 남편과 사는 건 참으로 끔찍하지요!
≪여단장≫ 데니스 폰비진 지음, 조주관 옮김, 8쪽
여단장과 고문관이 사돈이 되는 이야기인가?
그럴 뻔했다는 이야기다. 여단장의 아들 이반과 고문관의 딸 소피야는 결혼이 결정된다. 그러나 부모들 생각에 불과했다.
당사자들은?
이반은 고문관의 아내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소피야도 마음에 둔 사람이 따로 있다.
미래의 장모를 사랑한단 말인가?
그렇다. 두 사람은 비슷한 취향 때문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비슷한 취향이란?
둘 다 프랑스심취광이다. 고문관 아내는 이반이 프랑스에 다녀왔다는 점을 특히 마음에 들어한다. 이반은 모든 대화에서 프랑스어를 남발하고 심지어 프랑스어로만 대화할 수 있는 아내를 원한다.
가능한 관계인가?
엇갈린 애정 관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단장은 고문관의 아내를 사랑한다. 고문관은 부인 아닌 다른 여인을 사랑한다.
다른 여인이란?
여단장의 아내다. 그녀와 단둘이 있게 되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랑 고백을 위해 무릎을 꿇는다. 이걸 이반이 목격한다.
점입가경인가?
이반은 고문관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녀는 받아들인다. 이 장면을 모두가 목격한다. 고문관이 여단장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서로의 비밀에 대한 폭로가 이어진다.
이반과 소피야의 결혼은 어떻게 되나?
무산된다. 그러나 이 모든 불행은 소피야에게 행운으로 작용한다.
소피야의 행운이란?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남자, 도브롤류보프와 결혼할 수 있게 된다. 그는 가난 때문에 고문관에게 냉대를 받았었다.
가난이 해결되었나?
발목을 잡던 소송에서 이긴데다 농노 2000명을 거느리게 되었다. 고문관은 귀족보다 농노를 거느린 지주가 더 존경할 만하다며 그를 기꺼이 사위로 맞는다.
풍자극인가?
18세기 최대의 풍자 작가 폰비진에게 <미성년>과 함께 최고의 명성을 안겨 준 작품이다. 프랑스풍에 심취한 러시아인과 당시 교육 제도를 풍자한 러시아 최초의 ‘풍속 코미디’다.
‘최초’의 의미가 뭔가?
주인공의 성격이 그 이전과 달리 설정되었다는 말이다. 선천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당대 사회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고 설정된다. 사회 환경의 강조는 ‘풍속 코미디’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이다.
인물의 성격을 설정하는 방법의 차이는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가?
부정적 인물의 성격 창출에서 특별히 뛰어나다. 이반, 여단장과 고문관 내외의 행동과 대화가 재미를 유발한다. 인물의 독특한 성격은 모든 사건의 원인이며 긍정적 인물, 즉 소피야와 도브롤류보프의 반응을 유도하는 계기가 된다. 이 작품을 진정한 사회 풍자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대에 미친 영향은?
이후 러시아 문학 전통에서 사회 희극의 전형이 된다. 19세기 러시아의 “비판적 리얼리즘”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데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주관이다.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