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나도향 단편집
2622호 | 2015년 6월 5일 발행
벙어리 삼룡이, 울분과 사랑의 불
김춘식이 엮은 ≪초판본 나도향 작품집≫
죽어서 행복했다
벙어리 삼룡이가 지른 불은
울분과 사랑을 가리킨다.
아씨를 구하고 자신을 버린 뒤 그의 입가엔
미소가 남는다.
죽음으로 울분은 사랑이 된다.
노예는 천국에서 더 행복했다.
어쩌다 불이 났는가?
명시되지 않았다. 정황상 삼룡이의 방화로 추정된다.
삼룡이가 불을 지른 이유는?
주인 오 생원 집의 새아씨를 사모하다 추문이 생겨 쫓겨난 탓이다.
그 추문이 불을 지르고 목숨을 버릴 정도의 일인가?
센티멘털한 정서, 아씨에 대한 사랑으로 벙어리 삼룡이는 어떤 생명의 환희, 자신의 인간 가치를 느꼈는데, 그런 모든 것이 좌절되었다.
여기서 불은 무엇을 가리키나?
삼룡이의 두 감정 ‘울분과 사랑’의 상징이다.
그의 울분이란 무엇인가?
삼룡이는 추한 외모와 벙어리라는 ‘천형’을 안고 태어났다. 오 생원의 아들은 성정이 바르지 못해 언제나 삼룡이를 괴롭히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니 세상과 운명에 대한 울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울분은 어떻게 해소되는가?
정상적으로는 표출이 불가능하다. 불 속에서 죽음을 통해 ‘사랑’으로 승화된다.
나도향은 왜 이런 결말을 끌어냈나?
‘낭만적 죽음’을 미적으로 형상화한 결말이다. 도식적이기도 하지만 그의 낭만성이 보인다.
그의 낭만적 세계관에는 무엇이 있는가?
‘현실과 이상’의 이원적 대립구도 속에서 좌절하고 패배하는 주인공의 운명적 비극이다.
<벙어리 삼룡이>는 나도향의 작품 세계 어디쯤에 있는가?
<뽕>, <물레방아> 등과 함께 초기 낭만주의와 후기 사실주의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낭만주의적인 격정과 원초적 본능, 생명력이 인간 묘사의 중심을 차지한다.
사실주의 경향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사회적 관계의 부조리가 원인이 되어 욕망의 실패와 좌절이 일어난다. 낭만적 이상이 지닌 건강성은 현실의 타락한 관계, 환경에 의해서 일그러지고 왜곡된다.
그의 초기 낭만주의 경향의 특징은 뭔가?
≪백조≫ 동인 초기에는 자전적 내용을 소설로 썼다. 주관적이고 낭만적인 감정 토로가 드러나고 감상적인 예술가형 주인공이 등장한다. 잦은 영탄과 감격, 감상주의도 두드러진다.
어떤 작품이 그런가?
<젊은이의 시절>, <별을 안거든 울지나 말걸>이 그렇다. 장편 ≪환희≫는 작자 자신도 “사색과 구상에 들어서 조금도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붓이 내려가는 대로” 썼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감상성이 어디서 극복되는가?
단편 <여이발사>를 발표하면서 극적 변화가 나타난다. 인물의 심리 묘사가 세밀해졌고 아이러니한 상황이 들어서면서 플롯이 탄탄해졌다. 간결함과 냉정한 시선, 객관성을 확보한 문체를 볼 수 있다.
어떻게 살다 갔나?
190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문학에 뜻을 두고 중퇴했다. 와세다대학 영문학부에 입학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학비 부족으로 귀국하여 1920년에는 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1922년 ≪백조≫ 동인으로 참가하여, 홍사용·현진건·박영희· 이상화·박종화 등과 활동했다. 1926년 일본에 다시 건너갔으나 1927년 건강 문제로 귀국한 뒤 사망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춘식이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