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무라트
역사의 증인, 레프 톨스토이
강명수가 옮긴 레프 톨스토이(Лев Н. Толстой)의 <<하지 무라트(Хаджи Мурат)>>
체첸의 불운과 러시아의 원죄
잔인하고 용맹하며 위엄과 절도가 있고 당당하면서 지략이 넘치고,
또 자상하고 너그러운 한 사람이 있다.
체첸의 권력이 그의 가족을 찢고 러시아의 무력은 그를 부순다.
사망의 증인은 레프 톨스토이다.
“하얀 체르케스카를 입고 파파하 위에 두건을 두르고 황금으로 장식된 칼을 찬 건장한 자가 백마를 타고 다가왔다. 하지 무라트였다. 하지 무라트는 폴토라츠키에게 다가와서 타타르어로 말을 걸었다. 폴토라츠키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알아들을 수 없다는 표시로 두 팔을 벌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하지 무라트 역시 미소로 답했다. 그 어린아이 같은 미소는 폴토라츠키를 당황스럽게 했다. 무시무시한 적의 장수가 이런 사람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하지 무라트가 음울하고 냉혹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선량하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는 순박한 사람이었다. 범상치 않은 점이 있다면, 조심스럽고 침착하지만 날카롭게 상대방을 바라보는, 사이가 넓은 두 눈이었다.”
≪하지 무라트≫, 레프 톨스토이 지음, 강명수 옮김, 49~50쪽
하지 무라트가 누구인가?
아바르 한국(汗國)에서 제일 용맹한 장수다. 지배자 샤밀의 부관으로서 큰 공훈을 세웠다.
적장에게 미소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러시아군 총사령관의 아들인 연대장 보론초프를 만나 투항의 뜻을 밝히려는 것이다. 중대장 폴토라츠키가 그를 보론초프에게 안내한다.
용맹한 장수의 투항 이유가 뭔가?
샤밀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를 제거하려고 했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는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아 맞서려 한다.
계책이 있는가?
샤밀을 잡아 보론초프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아바르와 체첸 전체를 지배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상은 실현되는가?
샤밀과 싸우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무슨 문제인가?
가족이 샤밀에게 볼모로 잡혀 있다. 손발이 잘린 거나 다름없어서, 러시아군에 봉사할 수도 없고 샤밀과 전쟁을 할 수도 없다.
가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러시아군이 사로잡은 체첸인 포로들과 자신의 가족을 교환해 달라고 보론초프에게 청한다. 그러나 대답을 듣지 못한다. 항복하지 않으면 가족을 몰살하겠다는 샤밀의 협박을 받자 부하들과 함께 가족을 구하러 간다.
성공하는가?
그가 탈주했다는 것을 알고 추격해 온 민병대에게 포위된다. 작은 숲 속에 나 있는 구덩이에 방어망을 치고 결연하게 싸우기로 결심한다.
결연한 결심의 결과는?
총에 맞아 쓰러졌다. 누군가 쇠망치로 자신의 머릴 후려친다고 느꼈다.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짓거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것이 그의 육체와 연결된 마지막 의식이다.
하지 무라트의 죽음은 무엇을 말하는가?
민중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제국주의 진영과 식민지 진영의 관계로 재해석할 수 있다. 그 속에서 하지 무라트는 좁은 의미에서는 가족의 안전과 자유를 위해, 넓은 의미에서는 민중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전사다.
러시아의 체첸 지배는 어떤 것이었나?
군대를 동원해 마을을 초토화하고 식수조차 얻지 못하도록 우물을 더럽힌다.
톨스토이는 왜 이런 소설을 썼는가?
인간의 역사와 무관하게 캅카스의 자연은 거기 그대로 존재하며 아름답게 빛난다. 체첸인의 삶의 방식과 접속하는 데 실패한 자기 민족, 러시아의 죄의 부담을 스스로 떠안으려 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는가?
1851년 12월 11일자 ≪캅카스 신문≫은 하지 무라트가 러시아로 넘어간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역사적 문헌과 기록들을 연구하고 하지 무라트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 그와 그 주변 인물들을 적확하게 묘사했다.
하지 무라트는 어떤 인물로 등장하나?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닌 단순하고 소박하고 진실한 인물이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 다른 면모를 보여 주는 유동성을 띤 인물이다. 전장에서는 적군에게 잔인하고 용맹하기 이를 데 없는 전사이고, 일상에서는 부하에게 도량이 넓으면서도 위엄과 절도가 있는 수장이다. 노회한 공작 보론초프 앞에서는 당당하고 지략이 뛰어난 장수지만, 자기 가족에게는 한없이 자상하고 인간미 넘치는 가장이다.
톨스토이가 그에게 반한 이유는 뭔가?
하지 무라트의 삶에서 비롯되는 에너지와 생명력에 매료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수레바퀴에 짓밟히고도 살아 있는 엉겅퀴를 보며 하지 무라트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데서 알 수 있다.
하지 무라트의 죽음은 무엇을 말하는가?
보편적이고 영원한 근원으로의 회귀이고 각성이고 자유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안드레이 볼콘스키의 죽음과 마찬가지다. 이것은 톨스토이의 영원한 테마 중 하나다.
당신은 누구인가?
강명수다. 포항대학교 관광호텔항공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