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판 역사
2368호 | 2014년 12월 22일 발행
부길만의 에센스 한국 출판사
부길만이 쓴 <<한국 출판 역사>>
전집의 전성시대
책이 귀한 시절에 전집은 출판의 왕이 되었다.
지식 갈증을 식혀 주었고
주머니 사정도 살펴 주었다.
책은 먼저 받고 돈은 뒤에 내고.
유혹이지만 책이었으니!
“1960년대 출판 시장은 전집 출판이 주도했다. 그 출발은 1958년 학원사의 <<대백과사전>>이다. 이후 큰 출판사들이 대형기획물 출판에 본격 투자하였고, 이에 따라 전집 시장은 크게 확대되었다. 성인전집이 성공하자 아동전집도 활발해졌다.”
‘1960년대 전집’, <<한국 출판 역사>>, 71쪽.
전집이란?
연대, 유형, 인물, 사건으로 계통을 세워 한 권 또는 여러 권으로 내는 출판물이다.
당시 출판 환경은?
전쟁 후 빈곤은 극심했고 출판 시장은 침체했다. 출판사들은 서점 미수금이 많았지만 거래를 안 할 수도 없었다. <<사상계>> 같은 잡지가 계몽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출판사가 치밀한 계획을 세워 대형 전집물을 기획했다.
외국 영향인가?
아니다. 일본은 당시 문고판의 강세로 도소매 유통이 활발했다.
전집을 어디서 어떻게 팔았는가?
서점에서는 팔 수 없었다. 할부 방문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할부 방문 판매란?
소비자들은 외상으로 책을 먼저 사고 다음 달부터 돈을 냈다. 지금처럼 은행 거래가 없었던 시절이라 판매를 권하는 사람과 매달 수금하는 사람이 달랐다.
전집은 출판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방문 판매가 호응을 얻자 큰 출판사들이 대형 기획물 출판에 본격 투자했다. 시장은 확대되었고 책의 장정도 화려해졌다. 고급 주택 주인이나 사업가는 장서용으로 전집을 구매했다. 성인용에 이어 아동용도 나왔다.
아동 전집의 시장은 어디에 있었는가?
1960년대 초반에 초등학교는 학급도서와 학교 도서관 설치 사업을 시작했다. 아동 전집 수요도 함께 늘었다.
독자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방문 판매는 서점에 가지 않던 독자를 자극했다. 내용도 문학, 사상, 교양으로 다양해졌다. 특히 1970년대 등장한 한글세대는 독서 인구 증가를 가져왔다.
서점의 변화는?
독서 인구가 늘면서 문고본과 단행본이 활기를 띠었다. 그 결과 서점이 늘었다. 서점은 자체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전집이 출판을 키운 것인가?
그렇게 보긴 어렵다. 집에서 할인 가격으로 책을 사니 오히려 서점 경기는 위축되었다. 전집 외판센터 난립으로 과당경쟁의 폐해가 생겼고 중복 모방 출판도 성행했다.
지금 전집은 어떤가?
1970년대 이후 문고본이 활성화되고 단행본 시장이 커지면서 전집 시장은 서서히 위축되었다. 그러나 아동용 전집과 전문 분야 백과사전 같은 일부 대형 기획물은 현재까지도 출판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한다.
이 오래된 출판 기획물의 생존 방법은 무엇인가?
세계문학전집을 경쟁적으로 출판하고 있는데 전집과 낱권 판매는 물론 서점 유통도 병행한다. 단순 방문 판매가 아니라 회원제를 도입하여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망은?
1960년대 같은 호황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특수 부문 전집은 나름대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 <<한국 출판 역사>>는 무엇을 말하나?
고려시대부터 1980년대까지 출판 역사 키워드 10개를 서술한다. 우리 민족의 문화의식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한국이 어떻게 세계 10위 출판대국으로 발전했는지 그 내막을 알 수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부길만이다. 동원대학교 광고편집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