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미디어 생활 3. 잡지
2639호 | 2015년 6월 17일 발행
한국전쟁과 미디어 생활 3/10 잡지
총성과 포성의 대지에 잡지가 피었다
문제는 하루의 끼니, 거처, 그리고 가족 소식이었다.
포성은 멈추지 않았고 전사자의 수는 늘어 갔다.
그런데 어떻게 <<사상계>>, <<희망>>, <<학원>>, <<신태양>>이 태어날 수 있었을까?
전쟁은 잡지를 원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는 한국전쟁의 참화를 겪으면서 잡지 발행에 장애 요인이 많았던 어려운 시기였다. 그러나 동시에 잡지 문화가 화려하게 개화했던 르네상스기이기도 했다. 하루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궁핍한 상황의 피난민들에게 잡지는 위안과 희망을 주는 매체였다. 잡지 전문 경영인들이 등장하여 특색 있는 잡지를 만들어 낸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전쟁 기간에 대구와 부산은 전쟁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행정, 문화, 교육의 중심지가 되었다. 따라서 이때 발행된 잡지들 중 대구와 부산에서 창간된 것이 많다. 대표적으로, 우리 잡지 역사의 큰 봉우리인 <<사상계>>(1953년 4월), 대중 오락지 <<희망>>(1951년 6월)이 부산에서 창간되었다. 대구에는 학생지 <<학원>>(1951년 11월)과 대중지 <<신태양>>(1952년 8월)이 있었다. |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때 탄생한 이들 잡지는 서울 수복 후 다양한 종류의 자매 잡지를 이어 발행하기에 이른다. 교양, 정보, 오락을 포함한 문화 전반에 걸쳐 잡지의 영향력은 신문·방송에 못지않을 정도로 컸다. 잡지와 출판문화 발전의 토대가 여기서 닦였다.
정진석,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한국 잡지 역사>>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