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의 시절, 비극의 시절
희극의 시절, 비극의 시절
그리스 디오니소스 극장, 아버지는 아들의 패륜을 의심하고 끝내 파국을 맞는다. 파리 보드빌 극장, 아내는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고 결국 한바탕 소동에 휘말린다. 의심은 같아도 결과는 달랐다. 시대와 장르를 바꿔 무대 위 인간들의 드라마는 때론 비극으로 때론 희극으로 펼쳐진다. 사회가 평안할 때는 비극이, 사회가 불안할 때는 희극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데, 그럼 지금은?
히폴리투스 에우리피데스는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를 “가장 비극적인 작가”라고 평할 정도였다. 인간의 정념과 억제할 수 없는 폭력에 내재한 비극성을 심도 있게 묘사했다. 파이드라는 의붓아들 히폴리투스에게 연정을 느끼지만, 히폴리투스의 냉담한 반응에 수치심을 못 이겨 자살한다. 그녀가 남긴 편지 한 통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불러온다. 에우리피데스 지음, 김종환 옮김 |
의심 품기 프랑스 보드빌 작가 조르주 페이도의 작품은 리드미컬한 대사, 잘 짜인 줄거리가 특징이다. <의심 품기>는 그중 백미라 할 만하다. 극 구조와 언어의 미학적 완성도 면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페이도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는 부조리극의 대가 외젠 이오네스코는 특히 이 작품에 대해 “누구나 이 작품에서 연극의 본질, 또는 적어도 희극적인 것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조르주 페이도 지음, 장인숙 옮김 |
프라도 미술관에서 보낸 전쟁의 밤 라파엘 알베르티는 일상 세계를 전위적인 시법으로 표현해 냈다고 평가받는 시인이자 극작가다. 그는 미술에도 재능이 있었다. 이 작품에는 미술에 대한 알베르티의 해박한 지식과 시적 대사 표현이라는 극작 스타일이 집약되어 있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군의 프라도 미술관 폭격 사건과 1808년 프랑스군이 저항하던 스페인 민중을 학살한 사건이 오버랩된다. 라파엘 알베르티 지음, 김재선 옮김 |
결혼 / 염라대왕 자오 / 오규교 후스와 훙선은 중국 현대극을 개척한 인물들이다. 후스는 입센의 <인형의 집>의 영향을 받아 중국 최초의 화극인 <결혼>을 발표했다. 중국 최초의 표현주의 극인 훙선의 <염라대왕 자오>는 유진 오닐의 <황제 존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농민을 주인공으로 삼은 최초의 중국 희곡 <오규교>는 훙선의 대표작 ≪농촌삼부곡≫ 가운데 하나다. 중국 근대 연극의 태동을 확인할 수 있다. 후스/훙선 지음, 조득창 옮김 |
바알 브레히트가 1918년에 초고를 완성한 첫 희곡 <바알>은 ‘변증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작품이다. 단순하고도 완전한 이기심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이다. 작품에는 그가 이 세상에서 본 기대와 절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브레히트는 바알이라는 비정상적인 인물을 통해 20세기를 제대로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브레히트의 작가적 역량을 이해하는 단초가 되는 희곡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김창화 옮김 |
로칸디에라 카를로 골도니는 연극과 세계의 화해를 모색했던 이탈리아 극작가다. 우아한 풍모와 재치로 모든 남자 손님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여관 주인 미란돌리나가 여성을 혐오하는 기사 리파프라타를 굴복시키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온갖 수완을 발휘해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고는, 종업원 파브리치오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오늘날 다양한 해석과 무대화 작업이 시도되고 있는 작품이다. 카를로 골도니 지음, 조태준 옮김 |
오이디푸스 왕 그리스 최고의 극작가로 꼽히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끊임없이 읽히고 재창조되는 서구 문명의 원형이다. 이 작품에 드러나는 아들과 아버지의 대립, 친부 살해, 정체성의 탐구는 인류 역사를 설명하는 하나의 모델이다. 진실을 갈망하며 운명에 맞서는 오이디푸스는 끝내 파멸에 이르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다움과 숭고함이라는 가치를 획득한다. 인간들에게 지혜와 위로를 안겨 주는 작품이다. 소포클레스 지음, 김종환 옮김 |
2893호 | 2017년 1월 31일 발행
희극의 시절, 비극의 시절